INSURANCE RESEARCH · 언더라이팅

TM 채널의 언더라이팅 리스크

비대면 심사의 구조적 약점

약 4분 읽기 · Updated 2026-07

목소리만으로 사람을 심사한다는 것 — 얼굴도 서명도 없는 계약의 취약점

12화에서 GA 채널이 판매와 심사의 물리적 분리를 다뤘다면, 텔레마케팅(TM) 채널은 그 분리를 극한까지 밀어붙인 형태다. 대면 채널에서는 설계사가 신청자를 직접 만나 표정, 태도, 서류의 구체적 정황을 관찰하며 소견서를 작성할 여지가 있다. TM은 이 모든 비언어적 정보가 사라진 채, 오직 전화 통화 속 음성 응답만으로 신청 접수가 이뤄진다. 4화에서 다룬 고지의무 이행의 핵심은 신청자가 질문표의 각 항목을 정확히 이해하고 정직하게 응답하는 것이었는데, TM은 이 이해와 응답의 품질을 통제하기가 구조적으로 어렵다. 전화 상담원이 빠르게 읽어 내려가는 수십 개의 질문 항목 중 하나를 신청자가 놓치거나 잘못 이해해도, 그 순간을 되짚어 확인할 서면 기록이나 표정 단서가 남지 않는다.

이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TM 채널은 통화 전체를 녹취해 법적 증거로 남기는 방식을 표준으로 삼았다. 녹취는 대면 채널의 서명 날인을 대체하는 역할을 하며, 향후 4화에서 다룬 고지의무 위반 분쟁이 발생했을 때 "신청자가 실제로 그 질문을 듣고 어떻게 답했는가"를 재구성하는 유일한 근거가 된다. 그런데 이 녹취 의존 구조에는 역설이 있다 — 녹취는 신청자가 무엇을 들었는지는 증명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증명하지 못한다. 법원 판례에서도 "질문을 읽어줬다"는 사실과 "가입자가 그 의미를 이해하고 답했다"는 사실을 구분해서 판단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 특히 고령 가입자나 의학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신청자의 경우, 형식적으로는 완결된 녹취가 있어도 실질적 고지의무 이행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존재한다.

TM 채널의 두 번째 구조적 약점은 상담원의 인센티브 구조다. TM 상담원은 통화 시간당 처리 건수와 계약 성사율로 성과가 평가되는 경우가 많아, 12화에서 다룬 GA 설계사의 인센티브 문제가 여기서는 더 압축된 형태로 나타난다. 질문표를 읽는 속도가 빠를수록, 신청자가 애매하게 답한 항목을 재확인하지 않고 넘어갈수록 처리 건수는 늘어난다. 이 때문에 TM 채널은 대체로 간편심사형 상품, 즉 3화에서 다룬 질문 3~5개로 단순화된 상품과 결합되는 경우가 많다 — 정교한 다축 심사가 애초에 음성 통화라는 매체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TM은 정밀 심사가 필요한 고액 상품보다 표준화된 소액 상품 유통에 최적화된 채널로 자연스럽게 수렴해왔다.

흥미로운 점은 10화에서 다룬 자동심사(AU)가 TM 채널과 구조적으로 궁합이 좋다는 것이다. 통화 자체가 이미 디지털 데이터(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한 응답값)로 남기 때문에, 이 데이터를 곧바로 알고리즘에 입력해 실시간으로 승인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를 만들기가 대면 채널보다 오히려 쉽다. 실제로 최근 TM 채널은 상담원의 주관적 판단을 줄이고 표준화된 스크립트와 자동 채점 로직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 이는 사람의 개입이 만드는 편차를 줄이지만, 동시에 신청자가 애매한 답변을 했을 때 그 뉘앙스를 잡아낼 여지도 함께 사라진다는 뜻이다. 이것으로 Act 3(11~15화)이 마무리된다. 지금까지 본 균열들 — 도덕적 해이, 채널의 정보 왜곡, 조직형 사기, 상품 자체의 붕괴, 비대면 심사의 한계 — 은 모두 언더라이팅이 "완벽할 수 없는 이유"를 각기 다른 각도에서 보여줬다. 다음 화부터 Act 4는 정반대 질문을 던진다 — 그렇다면 언더라이팅은 앞으로 어디까지 정밀해질 수 있는가. 16화는 유전자 정보라는, 인류가 아직 답을 정하지 못한 경계선에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