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URANCE RESEARCH · 언더라이팅

유전자 정보와 언더라이팅

미국·유럽은 왜 이것을 금지하는가

약 4분 읽기 · Updated 2026-07

가장 정확한 예측 도구를 스스로 금지한 산업 — 완벽한 정보가 오히려 시장을 죽이는 순간

6화에서 본 가족력 질문은 유전적 소인을 추정하는 느슨한 대리 지표였다. 유전자 검사는 그 추정을 직접적인 확률로 바꿔준다 — 특정 유전자 변이(BRCA1/2 같은)를 가진 사람이 특정 암에 걸릴 평생 위험을 상당히 정확한 수치로 알려준다. 언더라이팅의 논리로만 보면 이보다 좋은 도구는 없다. 그런데 미국은 2008년 유전정보차별금지법(GINA)으로, 한국은 생명윤리법으로 보험사가 유전자 검사 결과를 언더라이팅에 요구하거나 활용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가장 정밀한 위험 예측 도구를 산업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 이 역설을 이해하려면 2화의 로스차일드-스티글리츠 모델을 정반대 방향에서 다시 봐야 한다 — 정보 비대칭이 문제였던 곳에, 이번엔 정보가 너무 완벽해질 때 시장이 무너지는 새로운 역설이 등장한다.

문제의 핵심은 이렇다. 만약 보험사가 유전자 정보에 완전히 접근할 수 있다면, BRCA1 변이 보유자는 유방암 발병 확률이 이미 확정적으로 높다는 이유로 사실상 보험 가입이 불가능해지거나 감당 못 할 보험료를 요구받는다. 이는 3화에서 본 표준미달체·거절체 분류의 극단적 형태다 — 그런데 여기서 결정적 차이가 있다. 흡연이나 비만 같은 기존 위험 요인은 최소한 개인이 선택하거나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유전자는 태어날 때부터 결정돼 있고 본인이 통제할 수 없다. 보험이라는 제도가 애초에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불운을 서로 나눠 부담한다"는 연대의 원리 위에 서 있다면, 통제 불가능한 유전적 운명을 이유로 애초에 그 연대에서 배제하는 것은 보험 제도의 존재 이유 자체와 충돌한다. 이것이 GINA 입법 과정에서 미국 의회가 반복해서 제시한 핵심 논거였다.

경제학적으로도 이 금지는 역선택을 오히려 억제하는 효과를 낳는다는 연구가 있다. 유전자 검사를 받은 사람이 자신의 결과를 알고 있는데 보험사는 모르는 상태 — 이것이 2화에서 다룬 정보 비대칭의 전형이다. 그런데 만약 보험사가 검사를 강제할 수 있다면, 이번엔 반대로 사람들이 자신의 유전적 위험을 알게 될까 봐 애초에 검사 자체를 회피하게 된다는 문제가 생긴다. 유방암 고위험군이 조기에 유전자 검사를 받아야 예방적 조치(정기검진 강화, 예방적 절제술 등)를 취할 수 있는데, 보험 불이익이 두려워 검사를 피하면 공중보건 전체가 손해를 본다. 즉 유전자 정보의 언더라이팅 활용 금지는 보험 시장의 공정성 문제이면서 동시에 국민 건강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 이 두 목표가 우연히 같은 방향(금지)을 가리켰기에 입법이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었다.

다만 이 금지에도 경계선은 있다. 미국 GINA는 생명보험, 장기요양보험, 장애보험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 오직 건강보험에만 적용된다. 신청자가 이미 다른 목적(치료, 가족력 확인)으로 자발적으로 받은 유전자 검사 결과를 스스로 제출하는 경우까지 막지는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의 생명윤리법도 보험사가 유전자 검사를 "요구"하는 것은 금지하지만, 이미 존재하는 검사 결과의 취급에 대해서는 해석의 여지가 남아 있다. 즉 이 금지선은 절대적 원칙이 아니라, 사회가 "어디까지는 개인의 통제 밖 정보이므로 보험의 연대 원리에서 지켜야 하는가"를 놓고 계속 다시 긋고 있는 협상선이다. 다음 화에서는 이 유전자만큼 극적이진 않지만 훨씬 광범위하게 이미 활용되고 있는 데이터, 즉 웨어러블 기기가 만드는 실시간 언더라이팅의 시대를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