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URANCE RESEARCH · 보험과 세금

DB·DC·IRP와 퇴직소득세 — 어디서 갈리는가

같은 퇴직금인데 받는 방식에 따라 세금이 달라진다

약 4분 읽기 · Updated 202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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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화에서 임원 퇴직금의 한도를 다뤘습니다. 이번에는 일반 근로자의 퇴직 재원입니다. 퇴직연금은 제도 이름이 셋(DB·DC·IRP)이고 세금 체계도 둘(퇴직소득세·연금소득세)이라 복잡해 보이지만, 구조를 한 번 정리해 두면 판단은 단순합니다. 그리고 그 판단이 실제로 손에 쥐는 금액을 상당히 바꿉니다. (이 글은 일반 정보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세무 상담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수치는 2026년 8월 기준이며, 관련 규정은 개정이 잦으므로 실행 전 최신 법령과 국세청 안내로 확인하세요.)

세 제도의 차이

먼저 그릇부터 구분합니다.

구분 DB(확정급여형) DC(확정기여형) IRP(개인형)
운용 주체 회사 근로자 본인 본인
받는 금액 퇴직 전 평균임금 기준으로 확정 운용 성과에 따라 변동 운용 성과에 따라 변동
위험 부담 회사 근로자 본인
추가 납입 불가 가능 가능

핵심 차이는 누가 운용 위험을 지는가입니다. DB는 회사가 지고 근로자는 정해진 금액을 받습니다. DC는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므로 잘하면 더 받고 못하면 덜 받습니다.

여기서 실무적 판단 하나가 나옵니다. 임금상승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면 DB가, 운용수익률이 임금상승률을 넘을 것으로 보면 DC가 유리합니다. 승진이 예정된 사람은 DB, 임금이 정체된 상태에서 오래 근무할 사람은 DC 쪽이 일반적인 판단입니다.

IRP는 성격이 다릅니다. 퇴직 시 받은 돈을 담는 그릇이면서, 8화·10화에서 본 대로 본인이 추가 납입해 세액공제를 받는 계좌로도 쓰입니다. 두 재원이 한 계좌에 들어가지만 세법상으로는 구분됩니다.

퇴직소득세는 왜 낮은가

퇴직금에 붙는 세금은 다른 소득과 계산 방식이 다릅니다. 세 가지 장치가 부담을 낮춥니다.

① 분류과세.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과 합산되지 않습니다. 그 해에 다른 소득이 아무리 많아도 퇴직소득은 따로 계산됩니다.

② 근속연수공제. 오래 근무했을수록 공제가 커집니다. 20년, 30년을 다닌 사람에게 유리하게 설계돼 있습니다.

③ 연분연승. 환산급여를 구한 뒤 세율을 적용하고 다시 되돌리는 방식입니다. 수십 년에 걸쳐 쌓인 돈을 한 해 소득으로 보고 최고세율을 매기는 것을 막습니다.

세 장치가 겹쳐서 퇴직소득의 실효세율은 대체로 매우 낮습니다. 같은 금액을 급여나 상여로 받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큽니다. 22화에서 법인 대표들이 퇴직금 통로를 선호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일시금이냐 연금이냐

퇴직 시점에 실질적인 선택은 이것 하나입니다.

① 일시금으로 받는다 퇴직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받습니다. 세금이 그 시점에 확정되고 자금은 자유롭게 쓸 수 있습니다.

② IRP로 이체해 연금으로 받는다 퇴직소득세 납부가 이연됩니다. 그리고 나중에 연금으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의 일정 비율이 감면됩니다. 감면율은 수령 연차에 따라 달라지며, 오래 나누어 받을수록 유리한 방향으로 설계돼 있습니다.

정리하면 연금 수령의 이점은 둘입니다. 세금을 늦게 내는 것덜 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그 돈이 계좌 안에서 운용됩니다.

여기서 자주 오해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퇴직금 재원에서 나오는 연금은 10화에서 본 '사적연금 연 1,500만 원' 한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 한도는 세액공제를 받은 연금저축·IRP 납입분과 그 운용수익에 적용됩니다. 퇴직금 재원은 퇴직소득세 체계를 따르므로 별개입니다.

이 사실이 실무에서 매우 유용합니다. 연금 수령 설계에서 퇴직금 재원을 기반으로 깔고, 그 위에 사적연금을 한도 안에서 얹는 구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 계좌 안의 세 가지 돈

IRP를 열면 계좌 안에 성격이 다른 돈이 섞입니다. 세법상 구분은 유지됩니다.

  • 퇴직금 재원 — 퇴직소득세 체계. 연금 수령 시 감면.
  • 세액공제 받은 납입분 — 연금소득세 3.3~5.5%. 연 1,500만 원 한도 대상.
  • 세액공제 받지 않은 납입분 — 이미 세금을 낸 돈이므로 과세 대상이 아님.

인출 순서에는 정해진 규칙이 있고, 통상 과세되지 않는 재원부터 나가도록 되어 있습니다. 본인 계좌의 재원별 잔액은 금융기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구분을 모른 채 "IRP에서 얼마 나온다"만 계산하면 세후 금액이 어긋납니다.

은퇴 현금흐름을 층으로 짠다

지금까지 나온 재원들을 한 장에 놓으면 설계가 보입니다.

재원 과세 체계 1,500만 원 한도
1층 국민연금 공적연금 소득세 해당 없음
2층 퇴직연금(DB·DC·IRP 퇴직 재원) 퇴직소득세, 연금 수령 시 감면 해당 없음
3층 연금저축·IRP 세액공제분 연금소득세 3.3~5.5% 해당
4층 세제비적격 연금보험 요건 충족 시 비과세 해당 없음

10화에서 본 1,500만 원 문턱은 3층에만 적용됩니다. 그래서 실무적인 순서가 나옵니다.

  • 기본 생활비는 1·2층으로 채웁니다. 한도 관리가 필요 없습니다.
  • 3층은 연 1,500만 원 아래로 조절합니다. 수령 기간을 늘리면 됩니다.
  • 추가 자금이 필요하면 4층을 씁니다. 7화의 비과세 요건을 충족한 계약이라면 세금이 없습니다.

이렇게 나누면 같은 총액을 받으면서 세 부담을 낮출 수 있습니다. 쌓을 때는 층을 나누지 않아도 되지만, 뺄 때는 반드시 나누어야 합니다.

중간정산과 이직

두 가지 상황을 짚습니다.

중간정산. 법정 사유에 해당할 때만 가능합니다. 중간정산을 받으면 그 시점에 퇴직소득세를 내고, 근속연수가 그때부터 새로 시작됩니다. 근속연수공제가 리셋되므로 최종 퇴직 시 세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급하지 않다면 신중할 문제입니다.

이직 시. 퇴직금을 IRP로 이체하면 과세이연이 유지됩니다. 받아서 쓰면 그 시점에 세금을 내고 이연 효과가 끝납니다. 이직할 때마다 정산해 쓰는 것과 계속 이연하는 것의 차이는 30년 뒤에 크게 벌어집니다.

퇴직연금이 없는 사람은

한 가지 덧붙입니다. 이 제도들은 근로자를 전제로 설계돼 있습니다. 자영업자, 프리랜서, 위촉계약으로 일하는 사람에게는 1층(국민연금)과 3·4층만 있고 2층이 비어 있습니다.

퇴직연금이라는 큰 층이 없다는 것은 두 가지를 뜻합니다.

  • 은퇴 재원을 스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회사가 적립해 주는 몫이 없습니다.
  • 10화의 1,500만 원 한도가 더 빡빡하게 걸립니다. 한도에서 자유로운 2층이 없으니, 사적연금에 의존할수록 문턱에 부딪히기 쉽습니다.

그래서 자영업자·프리랜서에게는 4층(세제비적격 연금보험이나 다른 자산)의 역할이 근로자보다 큽니다. 8화에서 본 세제적격·비적격의 순서 판단이 이 지점과 이어집니다.

노란우산공제가 자영업자의 '2층 대용'으로 설계된 제도라는 점도 함께 기억할 만합니다. 세제 혜택 이전에 비어 있는 층을 메우는 장치라는 성격이 있습니다.

정리

  1. DB는 회사가, DC는 본인이 운용 위험을 집니다. 임금상승률과 기대수익률을 비교해 판단합니다.
  2. 퇴직소득세는 분류과세·근속연수공제·연분연승 세 장치로 부담이 낮습니다.
  3. IRP로 이체하면 과세가 이연되고, 연금으로 받으면 퇴직소득세가 감면됩니다.
  4. 퇴직금 재원 연금은 연 1,500만 원 한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수령 설계의 기반으로 쓸 수 있습니다.
  5. IRP 계좌 안의 세 가지 재원은 세법상 따로 계산됩니다.
  6. 중간정산은 근속연수를 리셋합니다. 세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연금 상품을 둘러싸고 실제로 벌어졌던 분쟁 — 즉시연금 과세 논란이 남긴 것을 다룹니다.

쌓는 20년보다 빼는 20년이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 난이도를 결정하는 것은 수익률이 아니라 층을 나눠 두었는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