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URANCE RESEARCH · 보험 판례

기왕증 기여도 감액

이미 아팠던 몸

약 4분 읽기 · Updated 2026-07

기왕증 기여도 감액

이미 아팠던 몸 판례로 읽는 보험 8화


온전하지 않은 몸에 닥친 사고

앞 화에서 우리는 상해가 '급격·우연·외래'의 세 요건을 갖춘 사고로 인한 신체 손상임을 보았다. 그러나 현실의 사람은 대개 완전히 건강한 몸을 가지고 있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크고 작은 지병을 안고 살아가며,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소인(素因)을 품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런 몸에 외부의 사고가 닥쳤을 때, 발생한 사망이나 후유장해라는 결과는 순수하게 사고만의 산물인가, 아니면 이미 있던 병과 사고가 함께 빚어낸 결과인가.

예를 들어 골다공증이 심한 사람이 가볍게 넘어졌는데 대퇴골이 부러지고, 그 합병증으로 사망했다고 하자. 건강한 사람이라면 같은 충격에도 골절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때 사망이라는 결과에는 '넘어짐'이라는 외래의 사고뿐 아니라 '골다공증'이라는 기왕의 질병이 함께 작용했다. 이처럼 기왕증(기존의 질병이나 장해)이 보험사고의 결과 발생 또는 확대에 기여한 경우, 그 기여분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가 이 화의 주제다.

이 문제는 두 개의 상반된 요청 사이에 놓여 있다. 한편으로는, 보험은 어디까지나 '사고'가 초래한 손해를 담보하는 것이지 애초에 있던 질병까지 책임지는 것은 아니라는 논리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마다 신체 조건이 다른데 지병이 있다는 이유로 보험금을 깎는다면 정작 보호가 필요한 사람이 불이익을 받는다는 반론이 있다. 이 긴장을 조정하는 장치가 바로 약관의 '기여도 감액' 조항이며, 법원은 그 유효성과 한계를 정리해 왔다.

이 논의는 앞 화에서 살핀 상해의 성립 문제와 이어지면서도 구별된다. 7화가 '이것이 상해인가'라는 성립의 문턱을 다루었다면, 이번 화는 '상해임은 인정되는데, 그로 인한 결과에 지병이 얼마나 관여했는가'라는 그 다음 단계를 다룬다. 다시 말해 기여도 감액은 상해의 성립이 부정될 때가 아니라, 오히려 상해가 인정된 것을 전제로 그 보상의 범위를 조정하는 국면에서 문제된다. 지병이 있는 몸에 외래의 사고가 겹쳐 결과가 발생했다는, 7화 말미에서 예고한 바로 그 상황이 여기서 정면으로 다루어지는 것이다.

감액 조항이 있을 때와 없을 때

핵심 원리는 두 국면으로 나뉜다. 약관에 기여도 감액 조항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다.

먼저 감액 조항이 없는 경우를 보자. 이때의 원칙은 명료하다. 사고와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한, 기왕증이 결과에 일부 기여했더라도 보험금은 전액 지급되어야 한다. 대법원은 이러한 취지로 판단해 왔다. 즉, 외래의 사고가 결과 발생의 원인이 되었다고 인정되면, 피보험자의 체질이나 소인이 그 결과에 함께 작용했다는 사정만으로 보험자가 임의로 보험금을 감액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는 손해배상 영역에서 피해자의 기왕증이나 체질적 소인을 이유로 배상액을 감액(이른바 소인 감액)할 수 있는 것과는 구별되는 지점이다. 정액보험적 성격을 갖는 상해보험에서는, 지급 사유가 인정되면 약정된 보험금을 주는 것이 원칙이고, 감액은 그것을 정당화하는 별도의 약관 근거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사고가 깔려 있다.

다음으로 감액 조항이 있는 경우다. 오늘날 많은 상해보험 약관은 "이미 존재하던 신체장해 또는 질병의 영향으로 상해가 중해진 경우에는 그 영향이 없었을 때에 상당하는 금액을 지급한다"는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다. 대법원은 이러한 기여도 감액 조항의 유효성을 원칙적으로 인정해 왔다. 즉, 보험자와 계약자가 사전에 약관으로 기왕증의 기여분을 공제하기로 정한 것은 사적 자치의 범위 내에서 허용되며, 그것이 계약자에게 부당하게 불이익하다거나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조항이 있는 계약에서는, 사고와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더라도 기왕증의 기여분만큼 보험금이 감액될 수 있다.

두 국면을 종합하면 이렇게 정리된다. 감액이라는 결과는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약관 조항'이라는 근거를 필요로 한다. 조항이 없으면 전액, 조항이 있으면 기여분 공제. 이 단순한 구도가 실무의 출발점이다.

이 구도의 배경에는 상해보험의 성격에 관한 이해가 놓여 있다. 상해보험은 손해보험처럼 실제 손해액을 산정해 그 범위 내에서 보상하는 것이 아니라, 약정된 사유가 발생하면 미리 정한 보험금을 지급하는 정액보험적 성격을 갖는다. 정액보험에서는 원칙적으로 실제 손해의 크기나 그 손해에 여러 원인이 함께 작용했는지를 따져 급부를 조정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기왕증의 기여를 이유로 보험금을 깎으려면, 그러한 조정을 허용하는 명시적 약관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감액 조항이 존재 여부에 따라 결론이 갈리는 것은, 바로 이 정액보험의 원리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기여도는 누가, 어떻게 정하는가

조항이 있어서 감액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 다음 질문이 남는다. 기왕증이 결과에 '몇 퍼센트' 기여했는가. 이 비율을 정하는 일이야말로 실무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투어지는 부분이다.

기여도는 법관이 임의로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의학적 감정을 통해 산정된다. 소송에서는 법원이 지정한 병원의 전문의에게 신체감정을 촉탁하여, 해당 사망이나 후유장해라는 결과에 기왕의 질병이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를 의학적으로 평가받는다. 감정의는 사고의 기전, 기왕증의 종류와 정도, 결과의 성격 등을 종합하여 "기왕증 기여도 몇 %"라는 형태로 의견을 제시하고, 법원은 이를 주요 근거로 삼아 감액 비율을 정한다.

문제는 이 감정 결과가 결코 일의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감정 기관에 따라, 감정의의 관점에 따라 기여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어떤 감정에서는 기여도를 20%로, 다른 감정에서는 50%로 볼 수 있고, 이 차이는 곧바로 보험금 액수의 차이로 직결된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감정 결과를 둘러싼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 청구자 측은 기여도를 낮게 보는 감정을, 보험자 측은 높게 보는 감정을 원하며, 때로는 재감정이나 사실조회를 통해 결론을 다시 검증하려 한다.

법원은 감정 결과를 존중하되 그것에 전적으로 구속되지는 않는다. 감정이 경험칙이나 논리칙에 명백히 반하거나 그 전제된 사실관계가 잘못되었다면, 법원은 이를 배척하거나 보완을 요구할 수 있다. 결국 기여도의 확정은 의학적 판단과 법적 평가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이루어진다. 감정은 의학의 언어로 사실을 말하지만, 그것을 보험금 감액이라는 법률효과로 번역하는 것은 법원의 몫이다.

기여도 산정에서 특히 어려운 것은 '기여'라는 개념 자체의 모호함이다. 기왕증이 결과에 관여했다는 것은 여러 층위를 가진다. 지병이 없었다면 애초에 그런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결과는 발생했겠지만 더 가벼웠을 수도 있으며, 지병은 단지 회복을 더디게 했을 뿐일 수도 있다. 이 각각의 경우에 '기여도 몇 %'라는 하나의 숫자를 붙이는 일은 본질적으로 근사(近似)의 성격을 지닌다. 그래서 감정 결과에는 폭이 있을 수밖에 없고, 당사자들은 그 폭의 어느 지점을 취할 것인지를 놓고 다툰다. 재판부는 여러 감정과 자료를 종합하여 하나의 비율을 정하되, 그 판단이 자의에 흐르지 않도록 의학적 근거에 터 잡아야 한다는 부담을 진다.

조항의 해석과 계약자 보호의 균형

기여도 감액을 둘러싼 분쟁에는 조항 자체의 해석 문제도 얽혀 있다. 감액 조항이 있더라도, 그 조항이 적용되기 위한 요건이 충족되었는지를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기존에 존재하던 질병'이 정말로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 그 질병이 사고 이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는지, 아니면 사고를 계기로 비로소 발현된 것인지에 따라 조항의 적용 여부가 달라진다. 잠재해 있던 소인이 사고로 인해 비로소 현실화된 경우라면, 그것을 순수한 '기왕증의 기여'로 볼 수 있는지 다툼이 생긴다.

또한 약관 해석의 일반 원칙도 작동한다. 감액 조항의 문언이 명확하지 않아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면, 약관을 작성한 보험자에게 불리하게, 계약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이른바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이 적용될 여지가 있다. 감액이라는 것은 계약자의 급부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하므로, 그 근거 조항은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는 사고가 여기에 깔려 있다.

이렇게 보면 기여도 감액의 문제는 단순히 '병이 있었으니 깎는다'는 도식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감액에는 약관상 근거가 있어야 하고(조항의 존재), 그 조항의 적용 요건이 충족되어야 하며(해석), 기여분은 의학적 감정으로 뒷받침되어야 하고(입증), 그 감정은 법적 평가를 거쳐야 한다(확정). 이 네 겹의 관문이 '이미 아팠던 몸'에 닥친 사고를 둘러싼 보험금 다툼의 구조를 이룬다. 상해의 성립이 확인된 뒤에도, 그 상해가 남긴 '장해'를 몇 퍼센트로 평가할 것인가라는 또 하나의 정량화 문제가 기다린다.


같은 후유장해라도 몸에 매긴 지급률이 몇 퍼센트인지에 따라 보험금이 갈린다. 영구장해와 한시장해는 어떻게 나뉘며, 손해배상의 노동능력상실률과는 무엇이 다른지 짚어본다.


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의 결론은 구체적 약관 문언과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 분쟁은 손해사정사·변호사 또는 금융감독원(1332)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