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의 3요건: 급격·우연·외래성
무엇이 '상해'인가
상해의 3요건: 급격·우연·외래성
무엇이 '상해'인가 판례로 읽는 보험 7화
세 개의 낱말에 담긴 것
상해보험 약관은 보험금 지급 사유를 대체로 이렇게 규정한다.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에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상해를 입은 경우." 문장은 짧지만, 이 안에는 상해보험 분쟁의 거의 모든 쟁점이 응축되어 있다. '급격', '우연', '외래'라는 세 낱말이 곧 상해의 성립요건이며, 이 세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비로소 약관상 '상해'가 인정된다. 하나라도 결여되면, 아무리 안타까운 결과가 발생했더라도 상해보험금 지급 대상이 되지 못한다.
세 요건이 필요한 이유는 상해보험의 본질에서 나온다. 상해보험은 질병보험과 달리 신체 내부에서 서서히 진행하는 병적 과정이 아니라, 외부에서 돌발적으로 가해진 사고를 담보한다. 만약 요건을 두지 않는다면 노화나 지병으로 인한 신체 손상까지 모두 '상해'로 포섭되어 보험이 감당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상해라는 개념은 질병과 구별되는 독자적 표지를 필요로 하며, 급격·우연·외래성이 바로 그 표지 역할을 한다.
문제는 이 세 요건이 개념적으로는 명확해 보여도, 실제 사건에 적용하면 경계가 흐려진다는 점이다. 목욕탕에서 쓰러져 사망한 노인, 음식을 먹다 기도가 막혀 질식한 환자, 물에 빠져 익사한 사람 — 이들의 죽음은 상해인가 질병인가. 법원은 지난 수십 년간 이 경계선 위에서 판단을 거듭해 왔고, 그 과정에서 세 요건의 의미와 입증의 부담이 점차 정교하게 다듬어졌다.
이 구별이 실무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담보의 구조 때문이다. 상해보험과 질병보험은 별개의 위험을 별개의 조건으로 담보하며, 같은 사망이라도 상해사망보험금과 질병사망보험금은 그 지급 여부와 금액이 크게 다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상해사망 담보만 두텁게 가입하고 질병사망 담보는 얇게 가입했을 수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따라서 하나의 죽음을 상해로 볼 것인가 질병으로 볼 것인가는, 유족이 실제로 받게 될 보험금의 크기를 좌우하는 결정적 갈림길이 된다. 세 요건에 관한 다툼이 단순한 개념 논쟁이 아니라 절박한 이해의 충돌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급격성, 우연성, 외래성의 의미
첫째, 급격성은 사고가 시간적으로 돌발적이어야 한다는 요건이다. 원인과 결과 사이에 피보험자가 예견하거나 회피할 여유가 없을 만큼 급박하게 진행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서서히 진행하는 질병이나 점진적 신체 마모와 상해를 구별하는 기준이 된다. 예컨대 오랜 기간 반복된 동작으로 서서히 생긴 관절 손상은 급격성을 결여해 상해로 보기 어렵지만, 무거운 물건을 순간적으로 들다가 발생한 급성 파열은 급격성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 다만 급격성은 '순간'만을 뜻하지는 않으며, 원인의 작용과 결과의 발생이 시간적으로 근접하고 예측 불가능하게 진행되었는지를 종합적으로 본다.
둘째, 우연성은 사고의 발생 또는 그로 인한 결과가 피보험자의 고의에 기인하지 않고, 예견할 수 없었어야 한다는 요건이다. 우연성은 두 방향에서 문제된다. 하나는 사고 자체가 우연했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사고는 의도했더라도 그 결과가 우연했는가이다. 스스로 위험한 행동을 했더라도 그로 인한 중대한 결과까지 의욕하지 않았다면 결과의 우연성은 남는다. 우연성은 고의 면책과 맞닿아 있어서, 피보험자가 결과를 고의로 초래했다면 우연성이 부정되고 동시에 상법상 고의 면책이 적용된다.
셋째, 외래성은 상해의 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 외부에서 온 것이어야 한다는 요건이다. 신체 내부의 질병적 소인이 아니라, 외부의 물리적·화학적 작용이 신체에 가해져 손상이 발생해야 한다. 넘어짐, 충돌, 추락, 중독, 익수 등이 전형적인 외래의 사고다. 외래성은 상해와 질병을 가르는 가장 핵심적인 표지로 기능한다. 어떤 손상이 순수하게 신체 내부의 병적 과정만으로 발생했다면 그것은 질병이지 상해가 아니다.
세 요건은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실제로는 긴밀하게 얽혀 판단된다. 급격성은 시간의 문제, 우연성은 의사의 문제, 외래성은 원인의 소재에 관한 문제로 갈라지지만, 하나의 사건을 두고 세 요건을 동시에 저울질하다 보면 어느 하나의 판단이 다른 요건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원인이 명백히 외부에 있으면 그 사고가 급격하고 우연했다는 점도 함께 인정되기 쉽고, 반대로 원인이 신체 내부의 지병으로 드러나면 급격성과 우연성도 흔들린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세 요건을 기계적으로 분리해 하나씩 통과 여부를 묻기보다, 사고의 전체 정황을 놓고 이것이 '상해'라는 개념에 부합하는 사건인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입증책임과 그 완화
원칙적으로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람이 상해의 세 요건을 모두 입증해야 한다. 보험금 지급을 구하는 자가 지급 사유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 입증책임 분배의 일반 원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원칙을 기계적으로 관철하지 않고, 특히 외래성과 우연성의 입증 부담을 실질적으로 완화하는 태도를 취해 왔다.
우선 우연성에 관하여, 대법원은 보험사고의 우연성은 청구자가 증명해야 하지만, 그 증명의 정도는 이를 확신할 정도까지 요구되는 것은 아니고 통상인이라면 의심을 품지 않을 정도이면 충분하다는 취지로 판단해 왔다. 나아가 사망이나 상해의 결과가 발생하였고 그것이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한 것이라는 정황이 없다면, 우연성은 사실상 추정되는 방향으로 운용된다. 고의에 의한 것이라는 점은 오히려 면책을 주장하는 보험자 측이 증명해야 하는 구조와 맞물려, 청구자의 부담이 경감되는 것이다.
외래성에 관하여도 대법원은, 상해의 외래성과 상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는 보험금 청구자가 증명하여야 하지만,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에 비추어 상당한 정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면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해 왔다. 부검이 이루어지지 않아 사망의 정확한 기전을 밝히기 어려운 경우에도, 사망에 이른 정황이 외부적 사고를 시사한다면 외래성을 인정할 여지를 열어둔 것이다. 이러한 완화는 사고의 성격상 청구자가 내부 기전을 온전히 증명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이해된다.
경계에 선 사건들 — 질식·익사·목욕 중 사망
세 요건의 진짜 어려움은 경계사례에서 드러난다.
음식물에 의한 기도 폐쇄 질식사, 이른바 연하(嚥下) 사고를 보자. 떡이나 음식을 삼키다 기도가 막혀 질식한 경우, 이는 상해인가. 음식을 먹는 행위 자체는 일상적이지만, 음식물이 기도로 잘못 넘어가 호흡을 차단한 것은 신체 외부의 물질이 급격하게 신체 기능을 저해한 사고로 볼 수 있다. 대법원은 이러한 유형에서 외래의 사고로 인한 상해(사망)로 인정할 여지를 넓게 보아 왔다. 다만 피보험자에게 연하 기능을 떨어뜨리는 기왕의 질병이 있었다면, 그 질병의 기여를 어떻게 평가할지가 다시 문제된다.
익사의 경우, 물이라는 외부 요인이 호흡을 차단해 사망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외래성이 비교적 뚜렷하다. 다만 물에 빠지게 된 경위가 문제된다. 발을 헛디뎌 빠졌다면 우연성이 인정되지만, 지병에 의한 실신이나 발작으로 물에 빠진 것이라면 원인이 신체 내부에 있었던 것은 아닌지 다툼이 생긴다. 이때도 법원은 익수라는 외래적 사고가 사망에 기여한 정황이 상당한 개연성으로 인정되는지를 살핀다.
동상과 열사병 같은 온도에 의한 손상도 흥미로운 경계에 있다. 추위나 더위라는 외부 환경 요인이 신체 기능을 손상시켰다는 점에서 외래성을 인정할 여지가 있으나, 노출이 서서히 진행된 경우 급격성을 어떻게 볼 것인지가 문제된다. 짧은 시간에 극단적 온도에 노출되어 급박하게 손상이 발생했다면 급격성과 외래성을 함께 인정하기 쉽지만, 장시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 저체온이나 탈수는 그 성격을 두고 다툼이 생긴다. 이처럼 온도 손상은 세 요건 중 급격성과 외래성이 함께 시험대에 오르는 사례다.
목욕 중 사망은 가장 다투어지는 유형 중 하나다. 욕조에서 발견된 사망자의 경우, 사인이 익사인지, 급성 심장질환인지, 뇌혈관 질환인지 특정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만약 심근경색이나 뇌출혈 같은 내부 질환이 직접 사인이라면 이는 질병사이지 상해사가 아니다. 반면 욕조 물에 의한 익사가 사인이라면 외래성이 인정된다. 부검이 없는 경우 정확한 기전을 알 수 없어, 결국 사망 당시의 정황, 자세, 물의 상태, 기왕증 유무 등을 종합해 상당한 개연성을 판단하게 된다. 뜨거운 물에 장시간 몸을 담근 상태에서 의식을 잃고 익수에 이른 경우처럼,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사안에서는 무엇이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사인이었는지를 두고 감정과 반증이 거듭된다.
이 경계사례들이 공통으로 보여주는 것은, 상해 인정 여부가 결국 '외부 요인이 결과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는가'라는 물음으로 수렴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통찰이 하나 나온다. 기왕 질병이 있는 사람이라도, 외래의 사고가 결과에 독립적으로 기여했다면 상해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질병과 상해는 배타적 관계가 아니며, 지병이 있는 몸에 외부 사고가 겹쳐 결과가 발생한 경우 그 사고의 기여분을 어떻게 볼 것인지가 남는다. 이 지점은 다음 화에서 다룰 '기왕증 기여도'의 문제로 곧장 이어진다.
이미 앓고 있던 병이 사고의 결과에 얼마나 관여했는가에 따라 보험금이 감액될 수 있다. 약관의 기여도 감액 조항은 어디까지 유효하며, 그 비율은 누가 어떻게 정하는가를 살펴본다.
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의 결론은 구체적 약관 문언과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 분쟁은 손해사정사·변호사 또는 금융감독원(1332)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