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URANCE RESEARCH · 보험 판례

무보험차상해

가해자가 보험이 없을 때

약 4분 읽기 · Updated 2026-07

무보험차상해

가해자가 보험이 없을 때 판례로 읽는 보험 14화


배상해야 할 사람이 사라진 자리

교통사고의 손해배상은 원칙적으로 가해자가 진다. 가해자가 대인배상 보험에 들어 있다면, 그 보험사가 가해자를 대신해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한다. 이 구조는 가해자가 보험에 들어 있고, 사고 현장에 남아 있을 때에만 매끄럽게 작동한다. 그러나 현실에는 그렇지 못한 사고가 있다. 가해 차량이 아예 책임보험조차 들지 않은 무보험 차량이거나, 사고 후 그대로 도주해 누구인지 특정할 수 없는 뺑소니인 경우다.

이때 피해자는 배상해야 할 상대가 눈앞에서 사라진 자리에 홀로 남는다. 큰 부상을 입고도 치료비를 청구할 곳이 마땅치 않은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마련된 것이 무보험차상해 담보다. 무보험차에 의한 사고로 피보험자가 죽거나 다쳤을 때, 우선 자기가 가입한 보험사가 약정한 한도 내에서 손해를 보상하고, 그 뒤에 실제 책임을 져야 할 가해자를 상대로 정산에 나서는 이단계 구조다.

이 담보의 존재 의의는 '시간'에 있다. 가해자가 무보험이거나 뺑소니라면, 피해자가 스스로 그 가해자를 찾아내고 소송으로 배상을 받아 내기까지는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든다. 그사이 치료는 미뤄지고 생계는 흔들린다. 무보험차상해는 그 지난한 과정을 피해자가 홀로 감당하지 않도록, 먼저 보험이 손해를 메우고 가해자를 좇는 일은 자력과 조직을 갖춘 보험사가 떠맡게 한다. 피해자 보호를 앞세우면서도 최종적인 책임은 가해자에게 돌린다는 점에서, 신속한 구제와 책임의 귀속을 함께 달성하려는 제도다.

무보험차상해란 무엇인가

무보험차상해는 자동차보험의 여러 담보 중에서도 성격이 독특하다. 이름에는 '상해'가 들어가지만, 그 보상 내용은 정액이 아니라 피보험자가 입은 실제 인적 손해 — 치료비, 위자료, 상실수익액 등 — 를 가입한 한도 내에서 배상하는 방식이다. 즉 '만약 가해자에게 제대로 책임을 물었다면 받았을 손해배상액'을 내 보험사가 먼저 대신 채워 주는 것이다.

여기서 '무보험 자동차'의 범위는 생각보다 넓다. 애초에 대인배상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차량은 물론, 가입은 했으나 면책사유나 한도 초과로 실제로는 배상을 받을 수 없는 차량, 그리고 가해 차량을 특정할 수 없는 뺑소니 사고까지 포괄한다. 다만 담보마다 약관에서 정한 무보험차의 정의와 대상, 한도가 다르므로 개별 약관 확인이 전제된다. 요컨대 무보험차상해는 '내가 배상받을 수 있어야 마땅한데 그럴 상대가 없거나 부족한 상황'을 겨냥한 안전망이다.

또 한 가지 흔히 간과되는 점은 피보험자의 범위다. 무보험차상해는 기명피보험자 본인뿐 아니라 그 배우자와 가족 등을 폭넓게 피보험자로 포섭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내가 운전하던 중의 사고만이 아니라, 가족이 길을 걷다가 무보험 차량이나 뺑소니 차량에 치인 경우처럼, 내 차와 직접 관계없는 사고에서도 이 담보가 작동할 수 있다. 정작 필요한 순간에 '내 자동차보험으로 이런 것까지 되는 줄 몰랐다'며 청구조차 하지 않는 일이 드물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손해배상책임의 대위와 구상

무보험차상해의 법적 성격을 이해하는 열쇠는 대위와 구상이다. 보험사가 피보험자에게 무보험차상해 보험금을 지급하면, 그 지급한 범위에서 피보험자가 가해자에 대해 가지고 있던 손해배상청구권이 보험사에게 넘어간다. 이것이 상법 제729조가 규율하는 청구권 대위의 구조다. 피보험자는 보험금을 받았으니, 같은 손해에 대해 가해자에게 다시 배상을 받아 이중으로 이득을 볼 수는 없고, 그 청구권은 손해를 대신 메워 준 보험사에게 이전되어 보험사가 가해자를 상대로 구상에 나선다.

상법 제729조는 인보험에서 보험자의 대위를 원칙적으로 제한하면서도, 상해보험의 경우 당사자 사이에 다른 약정이 있으면 피보험자의 권리를 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보험자가 그 권리를 대위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 무보험차상해는 바로 이러한 약정에 기초해, 실손해를 메워 주는 대가로 가해자에 대한 청구권을 넘겨받는 구조로 이해된다. '피보험자의 권리를 해하지 않는 범위'라는 단서는, 피해자가 자신의 손해를 온전히 회복하는 것이 보험자의 구상보다 앞선다는 원칙을 뒷받침한다.

이 대위의 성격을 두고 법원은 무보험차상해가 실질적으로 피보험자가 가해자에게 갖는 손해배상청구권을 보험의 방식으로 미리 실현해 주는 담보라는 취지로 파악해 왔다. 그래서 무보험차상해 보험금의 산정 역시 순수한 정액 지급이 아니라, 가해자가 부담해야 할 손해배상액의 산정 기준을 상당 부분 원용해 이루어진다. 피보험자의 과실이 사고에 개입되어 있다면 그 과실은 손해배상액 산정 단계에서 반영되고, 자동차상해와 달리 손해배상의 논리에 더 가깝게 계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구체적 산정 방식과 과실의 반영 정도는 약관 문언과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보험사가 취득한 구상권은 무한정 행사되는 것이 아니라, 피보험자가 먼저 충분히 전보받아야 한다는 요청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즉 보험금과 가해자로부터의 배상이 겹칠 때, 피해자 보호가 우선되도록 조정되는 것이 이 제도의 취지다.

여기서 자동차상해(자상)와의 차이를 다시 짚어 둘 필요가 있다. 자동차상해는 가해자가 누구든, 애초에 가해자가 없는 단독사고이든 관계없이 내 몸의 부상을 실손해 기준으로 메우는 담보다. 반면 무보험차상해는 '가해자가 있으나 그로부터 배상받기 어렵다'는 상황을 전제로, 그 가해자가 부담해야 할 손해배상을 대신 실현해 주고 나중에 구상으로 정산하는 구조다. 그래서 무보험차상해에서는 피보험자의 과실이 손해배상액 산정에 반영되는 정도가 자동차상해와 다를 수 있고, 산정의 밑그림 자체가 '가해자의 배상책임'에 더 가깝게 그려진다. 두 담보를 모두 갖추어 두면, 가해자가 있든 없든, 그가 보험에 들었든 아니든 내 몸의 부상을 메울 그물이 촘촘해진다.

정부보장사업과의 관계

무보험·뺑소니 사고의 또 다른 안전망으로는 이른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사업, 통칭 정부보장사업이 있다. 이는 책임보험조차 없는 차량이나 뺑소니 사고의 피해자에게 국가가 책임보험 상당액의 보상을 해 주는 사회보장적 제도다. 무보험차상해가 내가 가입한 사보험 담보라면, 정부보장사업은 그 어떤 보험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피해자를 위한 최후의 그물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이 둘의 관계를 오해해 '뺑소니를 당하면 무조건 국가가 다 물어 준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으나, 정부보장사업의 보상은 대체로 책임보험 상당액이라는 기본적 수준에 맞추어져 있어, 중상해의 실손해를 온전히 메우기에는 부족할 수 있다. 이에 비해 무보험차상해는 가입한 한도가 크다면 그보다 두텁게 손해를 메울 수 있다. 따라서 어느 그물이 먼저, 어디까지 작동하는지를 아는 것이 실제 보상액을 좌우한다.

두 제도가 함께 문제 되는 사고에서는 그 관계와 순위가 쟁점이 된다. 일반적으로 정부보장사업은 다른 배상이나 보험으로 전보되지 않는 부분을 보충하는 보충적 성격을 지니는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 즉 피해자가 무보험차상해 등 다른 경로로 손해를 메울 수 있다면 그 범위에서는 정부보장사업의 보상 대상에서 제외되는 방향으로 조정된다는 취지다. 이 역시 피해자가 같은 손해를 이중으로 전보받지 않도록 하면서, 어느 그물에도 걸리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없애려는 제도 설계의 산물이다. 구체적 조정 관계는 관련 법령과 약관에 따라 정해진다.

한편 보험사가 지급 후 가해자에게 행사하는 구상권과, 피해자가 아직 다 전보받지 못한 손해를 가해자에게 직접 청구하는 권리가 겹칠 때에도 조정이 필요하다. 원칙적으로 피해자가 자신의 손해를 온전히 회복하는 것이 보험사의 구상보다 앞서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제도의 바탕에 깔린 취지다. 피해자가 보험금만으로 다 메우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그 잔여 손해에 관한 한 피해자의 청구가 우선하는 방향으로 이해된다. 구체적 우열과 범위는 관련 법령·약관과 사안에 따라 판단된다.

실무적으로 피해자가 기억할 것은 순서와 청구의 존재 자체다. 가해자가 보험이 없거나 달아났다고 해서 곧바로 포기할 일이 아니라, 자신의 자동차보험에 무보험차상해가 포함되어 있는지, 그리고 정부보장사업의 대상이 되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무보험차상해는 가족을 피보험자로 폭넓게 인정하는 경우가 많아, 본인 차의 사고가 아니라 걷다가 뺑소니를 당한 경우처럼 뜻밖의 상황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배상해야 할 사람이 사라진 자리를 내 보험이 먼저 메우고, 그 뒤의 정산은 보험사가 떠맡는다 — 이것이 무보험차상해가 설계된 이유다. 이 담보는 대개 자동차보험의 여러 담보를 묶은 표준 조합 안에 포함되어 있어, 이미 가입하고 있으면서도 그 존재를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고를 당했다면, 가해자의 사정을 확인하기에 앞서 내 증권부터 펼쳐 보는 것이 순서다.


가해자가 아니라 두 개의 내 보험이 같은 손해를 두고 마주 서면 어떻게 될까. 실손의료보험을 둘 이상 들어도 실제 부담한 의료비를 넘겨 받을 수는 없고, 보험사들이 손해를 나누어 분담한다는 비례보상의 원칙을 들여다본다.


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의 결론은 구체적 약관 문언과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 분쟁은 손해사정사·변호사 또는 금융감독원(1332)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