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출산 관련 사고
출산은 질병인가
임신·출산 관련 사고
출산은 질병인가 판례로 읽는 보험 12화
자연스러운 과정과 예외적 사고 사이
임신과 출산은 인간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생리 과정이다. 그것은 질병이 아니며, 병에 걸린 상태도 아니다. 건강한 산모가 건강한 아이를 낳는 순산은 치료를 요하는 이상 상태가 아니라 정상적인 신체 기능의 발현이다. 그래서 보험은 원칙적으로 '임신·출산 그 자체'를 질병이나 상해로 보지 않는다. 이 출발점을 놓치면 이후의 논의가 헝클어진다.
그러나 출산이라는 과정은 언제나 순탄하지만은 않다. 분만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합병증이 생기고, 제왕절개 수술이 필요해지며, 때로는 산모의 생명이 위태로워지기도 한다. 자궁이 파열되고, 산후에 심각한 출혈이나 감염이 뒤따르며, 드물지 않게 산모가 사망에 이르는 비극도 있다. 이처럼 임신·출산에 수반되는 이상 상태와 합병증은, 정상적 생리 과정과는 구별되는 별개의 사건으로서 보험의 담보 여부가 문제된다.
여기서 핵심 물음이 생긴다. 임신·출산 자체는 질병이 아니라면, 그 과정에서 발생한 합병증이나 사고는 무엇인가. 그것은 질병인가 상해인가, 아니면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별개의 범주인가. 이 분류의 문제가 임신·출산 관련 보험 분쟁의 중심에 있다.
이 물음이 까다로운 것은, 임신·출산이 질병과 건강의 이분법에 잘 들어맞지 않는 독특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임신부는 환자가 아니지만 지속적인 의학적 관리를 받고, 분만은 치료가 아니지만 병원에서 의료진의 개입 아래 이루어진다. 정상 분만과 병적 상태 사이의 경계는 연속적이어서, 어디까지가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어디부터가 담보 대상인 이상 상태인지를 딱 잘라 나누기 어렵다. 보험이 임신·출산을 다루기 까다로워하는 근본 이유가 여기에 있으며, 그래서 이 영역은 담보 설계와 약관 문언에 유난히 세심한 규율이 필요하다.
질병 담보의 관점 — 합병증의 처리
먼저 질병 담보의 관점에서 보자. 임신·출산 자체는 질병이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한 합병증은 질병 담보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임신중독증(전자간증·자간증), 임신성 당뇨, 분만 후 대량 출혈, 산후 감염, 자궁 파열, 태반 관련 이상 등은 정상적인 생리 과정을 벗어난 병적 상태다. 이들은 치료를 요하는 이상 상태라는 점에서 질병의 성격을 지니며, 약관이 이를 면책하거나 부담보로 정하지 않는 한 질병 담보의 대상이 될 여지가 있다. 요컨대 '출산'이라는 사건이 아니라 그에 수반된 '병적 상태'에 초점을 맞추면, 합병증은 질병으로 포섭될 수 있는 것이다.
제왕절개 역시 이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단순히 산모의 선택에 의한 제왕절개와, 의학적 필요에 따른 제왕절개는 성격이 다르다. 태아나 산모의 건강상 위험 때문에 불가피하게 시행된 제왕절개는, 그 배경에 병적 상태나 이상 소견이 있는 경우가 많아 질병 담보나 수술 담보의 대상이 될 여지가 있다. 반면 특별한 의학적 사유 없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담보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제왕절개 하나만 놓고 일률적으로 보장 여부를 말할 수 없고, 그 원인이 된 상태와 약관의 정함을 함께 보아야 한다. 같은 제왕절개라도 그것이 '정상 분만의 한 방법'으로 이루어졌는지, 아니면 '병적 상태에 대한 치료적 처치'로 이루어졌는지에 따라 평가가 갈릴 수 있다는 점이 이 문제의 핵심이다.
산모 사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망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 분만 중 합병증에 의한 것인지, 기저 질환의 악화인지, 아니면 외부적 사고인지 — 에 따라 어떤 담보가 작동하는지가 갈린다. 사망보험금 담보가 있다면 사망이라는 결과 자체로 지급 사유가 되지만, 상해사망이나 질병사망을 구분하는 담보에서는 그 사망을 어떻게 분류하느냐가 관건이 된다.
상해 담보의 관점 — 외래성의 문턱
그렇다면 임신·출산 관련 사고를 '상해'로 볼 수는 없는가. 이 물음에 답하려면 앞서 7화에서 살핀 상해의 세 요건, 특히 외래성으로 돌아가야 한다.
상해는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한 신체 손상이다. 여기서 외래성, 즉 원인이 신체 외부에서 온 것이어야 한다는 요건이 임신·출산 사고에서는 큰 문턱이 된다. 분만 과정에서 발생하는 합병증의 상당수는 신체 내부의 생리적·병적 과정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자궁 파열이나 산후 출혈, 임신중독증 같은 것들은 외부의 물리적 충격이 아니라 몸 안에서 진행된 변화의 결과인 경우가 많다. 이런 사건들은 외래성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워, 상해라기보다 질병의 성격에 가깝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예외적 상황은 있다. 분만과 무관하게 외부의 사고 — 예컨대 넘어짐이나 교통사고 — 가 임신부에게 발생하여 신체 손상을 입힌 경우라면, 그것은 임신·출산 관련 사고가 아니라 통상의 상해로 다루어질 수 있다. 임신 중이라는 사정이 상해의 성립 자체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핵심은 손상의 원인이 '분만 과정 내부의 병적 변화'인지 '외부의 우연한 사고'인지에 있으며, 이 구별이 상해와 질병의 분기를 결정한다.
이렇게 보면 임신·출산 관련 사고의 분류는 결국 상해와 질병을 가르는 일반 법리로 수렴한다. 원인이 신체 내부의 병적 과정이면 질병 담보의 문제이고, 외부의 급격·우연한 사고이면 상해 담보의 문제다. 임신·출산이라는 특수한 맥락이 이 기본 구도를 바꾸지는 않는다.
다만 실무에서는 하나의 사건이 상해와 질병 어느 쪽으로도 볼 여지가 있어 다툼이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분만 과정에서 의료적 처치가 이루어지던 중 예기치 못한 손상이 발생했다면, 그것이 신체 내부의 병적 변화에서 비롯된 것인지 외부적 요인이 개입한 것인지의 판단이 미묘해진다. 이때에도 앞서 7화에서 본 상해의 세 요건, 특히 급격성과 외래성이 충족되는지를 사안별로 따져야 하며, 그 판단은 결국 구체적 사실관계와 의학적 평가에 달려 있다. 임신·출산이라는 배경이 판단을 어렵게 만들 뿐, 적용되는 법리의 뼈대는 상해·질병 구별의 일반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표준약관의 면책·부담보와 담보 간의 관계
임신·출산 관련 담보를 이해할 때 반드시 함께 보아야 할 것이 표준약관상의 면책·부담보 규정이다. 실손의료보험을 비롯한 여러 상품의 약관은 임신, 출산(제왕절개 포함), 산후기와 관련한 의료비 등을 원칙적으로 보상하지 않는 항목으로 정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임신·출산이 통상의 질병·상해와는 성격이 다른 생리적 사건이라는 점, 그리고 이를 무제한 보장할 경우 보험의 위험 산정이 어려워진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이해된다.
다만 이러한 면책·부담보 규정에도 예외와 한계가 있다. 약관에 따라서는 특정한 합병증이나 특약을 통해 보장을 열어두기도 하고, 임신·출산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별개의 질병·상해는 면책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따라서 임신 중 산모에게 발생한 모든 의료비가 일률적으로 보상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어떤 사건이 면책 항목에 해당하는지는 약관 문언을 구체적으로 따져야 한다.
이 대목에서 약관 해석의 일반 원칙이 다시 작동한다. 면책·부담보 조항은 보장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작용하므로, 그 적용 범위는 명확한 문언에 근거하여 엄격하게 해석되는 것이 원칙이다. 조항의 문언이 임신·출산과의 관련성을 어느 범위까지 포섭하는지 불분명하다면, 그 불명확함의 불이익은 약관을 작성한 보험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 임신 중이라는 사정과 특정 질병·사고 사이의 관련성이 희박한 경우까지 면책을 넓게 인정하는 것은, 보장을 기대한 계약자의 합리적 신뢰에 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면책의 인정 여부는 조항의 문언, 그 취지, 그리고 문제된 사건과 임신·출산 사이의 실질적 관련성을 함께 살펴 판단하게 된다.
여기서 앞 화에서 다룬 태아·신생아 담보와의 관계도 정리된다. 임신·출산 관련 담보는 크게 산모를 중심으로 한 부분과 태아·신생아를 중심으로 한 부분으로 나뉜다. 산모에게 발생한 합병증이나 사고는 산모를 피보험자로 한 담보의 문제이고, 태아나 신생아의 건강 문제는 태아보험을 비롯한 별도의 담보에서 다루어진다. 하나의 출산이라는 사건이 여러 피보험자와 여러 담보에 걸쳐 있어, 어느 담보가 어떤 위험을 맡는지를 구별하는 것이 분쟁 해결의 출발점이 된다.
'출산은 질병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그래서 단순한 예 또는 아니오가 아니다. 출산 그 자체는 질병이 아니지만, 그에 수반된 병적 상태는 질병일 수 있고, 외부의 사고가 겹치면 상해일 수도 있으며, 약관은 그 상당 부분을 면책으로 덜어내기도 한다. 이 층층의 구별을 정확히 짚는 것이야말로 임신·출산 관련 보험을 제대로 이해하는 길이다. 그리고 이제 시선을 자동차로 옮기면, 내 차에 탄 내가 다쳤을 때 나의 과실을 어떻게 따질 것인가라는 또 다른 정교한 문제가 기다린다.
내가 운전하던 차의 사고로 나 자신이 다쳤을 때, 그 보상에서 나의 과실은 어떻게 반영되는가. 자기신체사고 담보와 과실상계를 둘러싼 셈법을 다음 이야기에서 풀어본다.
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의 결론은 구체적 약관 문언과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 분쟁은 손해사정사·변호사 또는 금융감독원(1332)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