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저축·IRP — 설계사에게 최적 배분은
한도 900만 원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그리고 애초에 얼마를 넣을 것인가
앞 화에서 소득공제 두 가지를 봤습니다. 이번에는 세액공제 쪽입니다. 연금저축과 IRP는 사업소득자도 받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제이고, 효과도 확실합니다. 다만 설계사에게는 한 가지 특수한 문제가 있습니다. 소득이 해마다 크게 변한다는 것. 이 변동성이 이 제도와 정면으로 부딪힙니다. (이 글은 일반 정보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세무 상담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수치는 2026년 8월 기준이며, 실행 전 최신 법령과 국세청 안내로 확인하세요.)
한도는 두 층이다
가장 먼저 확인할 구조입니다.
- 연금저축 단독 한도: 연 600만 원
- 연금저축 + IRP 합산 한도: 연 900만 원
여기서 나오는 결론이 있습니다. 연금저축만으로는 900만 원을 채울 수 없습니다. 연금저축에 600만 원을 넣고, 나머지 300만 원은 반드시 IRP에 넣어야 합산 한도에 도달합니다.
이 구조를 몰라 연금저축 600만 원만 채우고 끝내는 경우가 가장 흔한 손실입니다. 300만 원 × 공제율만큼을 매년 그냥 두고 오는 셈입니다.
공제율은 두 단계다
공제율은 소득 수준에 따라 갈립니다.
- 종합소득금액이 일정 기준 이하 → 15%(지방소득세 포함 16.5%)
- 그 기준 초과 → 12%(지방소득세 포함 13.2%)
기준 금액은 개정될 수 있으므로 신고 시점의 최신 기준을 확인해야 합니다. 다만 방향은 분명합니다. 소득이 낮을수록 공제율이 높습니다. 세액공제는 정해진 율을 적용하므로, 소득이 적은 사람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설계돼 있습니다.
여기서 14화의 논의와 연결됩니다. 소득공제(노란우산공제)는 소득이 높을수록, 세액공제(연금저축·IRP)는 소득이 낮을수록 상대적으로 유리합니다. 두 제도의 방향이 반대이므로 소득 수준에 따라 우선순위가 갈립니다.
설계사의 문제 — 소득이 매년 다르다
근로자라면 이 계산이 단순합니다. 연봉이 대체로 예측되므로 한 번 정해 자동이체로 두면 됩니다.
설계사는 다릅니다. 실적이 좋았던 해와 나빴던 해의 소득 차이가 두 배 이상 나는 경우도 흔합니다. 그러면 두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① 공제율 구간이 바뀝니다. 작년에는 16.5%였는데 올해는 13.2%가 될 수 있습니다.
② 납입 여력이 바뀝니다. 좋은 해의 기준으로 월 75만 원(연 900만 원)을 자동이체 걸어 두면, 나쁜 해에 그 금액이 부담이 됩니다.
두 번째가 더 위험합니다. 부담을 못 이겨 중도 해지하면 기타소득세 16.5%가 부과되기 때문입니다. 13.2%로 공제받았던 사람이 16.5%를 내면 받은 것보다 더 냅니다. 여기에 그동안의 운용수익까지 과세 대상이 됩니다.
그래서 이렇게 나눈다
설계사에게 권할 만한 구조는 이렇습니다.
① 기본 납입액은 '가장 어려웠던 해'를 기준으로 정합니다. 지난 3년 중 가장 수입이 적었던 해에도 감당 가능한 금액을 월 자동이체로 겁니다. 이것이 바닥입니다.
② 나머지는 12월에 일시 납입합니다. 그해 실적이 확인된 뒤, 한도까지 남은 금액을 12월에 한 번에 넣습니다. 연금저축과 IRP 모두 해당 과세기간 말일까지 납입한 금액이 그 해 공제 대상이 됩니다. 1월에 넣으면 다음 해 것이 됩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분명합니다. 좋은 해에는 한도를 채우고, 나쁜 해에는 무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중도 해지 위험이 사라집니다.
10화에서 언급한 '12월에 한 시간'이 바로 이 작업입니다.
연금저축과 IRP, 어느 쪽에 먼저
두 그릇의 차이는 유동성입니다.
- 연금저축 — 제한적으로나마 중도 인출의 여지가 있습니다
- IRP — 법정 사유가 아니면 부분 인출이 어렵습니다
그리고 앞서 본 한도 구조상 연금저축 600만 원을 먼저 채우고 나머지를 IRP에 넣는 것이 표준입니다. 유동성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면 IRP 비중을 줄이고, 900만 원 전부를 IRP에 넣는 구성은 권하지 않습니다.
IRP에는 한 가지 특성이 더 있습니다. 나중에 퇴직금이나 다른 재원을 담는 그릇으로도 쓰이므로, 계좌를 미리 열어 두는 것 자체는 의미가 있습니다.
노란우산공제와의 순서
14화에서 정리한 기준을 다시 가져옵니다. 한계세율로 판단합니다.
| 과세표준 구간 | 우선순위 |
|---|---|
| 5,000만 원 초과(24% 이상) | 노란우산공제 먼저 |
| 1,400만~5,000만 원(15%) | 비슷함 — 유동성과 목적으로 판단 |
| 1,400만 원 이하(6%) | 연금저축·IRP 먼저 |
그리고 두 제도는 한도가 별개입니다. 여력이 있다면 둘 다 채우는 것이 최선이고, 여력이 제한적일 때 순서를 정하는 문제입니다.
숫자로 보면
한도를 채우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를 확인합니다(공제율 16.5% 기준, 단순화한 가정치).
| 납입 구성 | 공제 대상액 | 세액공제액 |
|---|---|---|
| 연금저축 600만 원만 | 600만 원 | 99만 원 |
| 연금저축 600 + IRP 300 | 900만 원 | 148만 5,000원 |
| 연금저축 400만 원만 | 400만 원 | 66만 원 |
첫 줄과 둘째 줄의 차이가 연 49만 5,000원입니다. IRP 계좌 하나를 더 열고 300만 원을 옮겨 넣은 것만으로 발생하는 차이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10년, 20년 반복됩니다. 구조를 몰라서 매년 50만 원씩 두고 오는 것이 이 제도에서 가장 흔한 손실입니다.
출구도 함께 본다
넣을 때만 보고 뺄 때를 안 보면 계산이 틀립니다. 이 시리즈의 소비자편에서 다룬 내용이지만 요지만 옮깁니다.
- 연금 수령 시 — 연금소득세 3.3~5.5%(나이에 따라). 납입 시 13.2~16.5%를 받았으니 차액만큼이 이익입니다.
- 연 1,500만 원 초과 수령 시 — 종합과세 또는 16.5% 분리과세 중 선택. 수령 기간을 늘려 문턱 아래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 연금 외 수령 시 — 기타소득세 16.5%. 계산이 뒤집히는 지점입니다.
- 부득이한 사유 — 천재지변, 사망, 해외이주, 일정한 질병·부상, 파산 등에 해당하면 연금소득세율로 인출할 수 있습니다. 요건과 기한이 있으니 해지하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십시오.
마지막 항목이 실무에서 중요합니다. 자금이 급해져 그냥 해지했다가, 나중에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때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배우자 명의 계좌도 함께 본다
한 가지 실무 요령입니다. 배우자에게 소득이 있다면 각자 900만 원씩 한도를 갖습니다. 가구 단위로 보면 연 1,800만 원까지 세액공제 대상이 됩니다.
그리고 공제율은 소득이 낮을수록 높으므로, 소득이 적은 배우자 쪽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율을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세액공제는 낼 세금이 있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소득이 아예 없어 산출세액이 0인 배우자 명의로 넣으면 공제받을 것이 없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양쪽 다 소득이 있다 → 각자 한도를 채우는 것이 유리합니다
- 한쪽에 소득이 없다 → 소득이 있는 쪽에 집중합니다
- 한쪽 소득이 적다 → 그쪽이 높은 공제율을 받을 수 있으나, 산출세액 범위 안에서만 의미가 있습니다
넣기 전에 확인할 것
마지막으로, 세제 혜택만 보고 결정하지 않기 위한 점검입니다.
- 이 돈을 55세 이전에 쓸 일이 있는가. 있다면 그 금액은 여기 넣지 않습니다.
- 가장 어려웠던 해에도 낼 수 있는 금액인가.
- 계좌 안에서 무엇에 투자할 것인가. 연금저축·IRP는 계좌일 뿐이고, 그 안의 운용은 별도 선택입니다. 세액공제만 받고 방치하면 실질 수익이 나지 않습니다.
- 수수료 구조를 확인했는가. 상품별로 차이가 있습니다.
- 내년에도 이 금액이 맞는가. 매년 12월에 다시 봅니다.
다음 화에서는 지금까지 흩어져 나온 공제 항목들을 한 장으로 모아, 근로자와 무엇이 다른지를 총정리합니다.
이 제도의 핵심은 금액이 아니라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는 금액을 고르는 일입니다. 소득이 들쭉날쭉한 직업일수록 그 판단이 결과를 결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