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받을 때의 세금 — 1,500만 원이 만드는 분기점
쌓는 설계만 하고 빼는 설계를 안 하면, 20년 모은 돈이 마지막에 세율로 새어 나간다
연금 상담의 99%는 "얼마를 넣을까"에서 끝납니다. 그런데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을 결정하는 절반은 "어떻게 뺄까"에 있습니다. 앞 화에서 본 금융소득 2,000만 원 문턱처럼, 연금에도 한 해 수령액을 기준으로 세금 구조가 바뀌는 지점이 있습니다. 연 1,500만 원입니다. (이 글은 일반 정보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세무 상담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수치는 2026년 8월 기준이며, 실행 전 최신 법령과 국세청 안내로 확인하세요.)
저율 과세라는 보상
8화에서 본 것처럼 연금저축과 IRP는 납입 단계에서 세액공제를 받고, 대신 받을 때 과세됩니다. 다만 그 세율이 매우 낮습니다.
| 수령 시 나이 | 연금소득세율(지방소득세 포함) |
|---|---|
| 70세 미만 | 5.5% |
| 70~79세 | 4.4% |
| 80세 이상 | 3.3% |
종신형으로 받으면 더 낮은 율이 적용됩니다. 그리고 이 세율은 나이가 들수록 낮아지는 방향으로 설계돼 있습니다. 오래 나눠 받을수록 유리하다는 신호를 세율 자체에 심어 둔 것입니다.
납입 때 13.2~16.5%를 돌려받고 받을 때 3.3~5.5%를 낸다면, 그 차이만큼이 순이익입니다. 이 구조가 유지되는 한 세제적격 연금은 강력합니다. 그런데 조건이 하나 붙습니다.
분기점 — 연 1,500만 원
사적연금(연금저축, IRP의 세액공제받은 재원과 운용수익 등) 수령액이 연간 1,500만 원을 넘으면 저율 분리과세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때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 종합과세 — 연금소득 전액을 다른 소득과 합산해 6~45% 누진세율로 계산
- 분리과세 — 연금소득 전액에 16.5%(지방소득세 포함)를 적용해 종결
주의할 점이 두 가지입니다.
첫째, 초과분만이 아니라 전액이 대상입니다. 금융소득종합과세가 2,000만 원 초과분만 누진 대상으로 삼는 것과 다릅니다. 1,500만 원을 1원이라도 넘으면 수령액 전체의 과세 방식이 바뀝니다. 이 차이 때문에 문턱 바로 위가 문턱 바로 아래보다 불리해지는 구간이 생깁니다.
둘째, 선택은 유불리에 따라 달라집니다. 다른 소득이 거의 없는 은퇴자라면 종합과세가 유리할 수 있습니다. 연금소득공제와 인적공제를 적용받고 낮은 누진구간부터 채워지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임대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있어 이미 높은 구간에 있다면 16.5% 분리과세가 낫습니다.
무엇이 1,500만 원에 포함되는가
여기서 계산을 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든 연금이 이 한도에 들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 포함 — 연금저축·IRP에서 세액공제를 받은 원금과 그 운용수익
- 제외 —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별도로 연금소득세가 적용됩니다)
- 제외 — 퇴직금을 IRP로 이체해 연금으로 받는 재원(퇴직소득세 체계를 따릅니다)
- 제외 —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추가 납입분(이미 세금을 낸 돈이므로 다시 과세하지 않습니다)
마지막 항목이 실무에서 유용합니다. 한도를 초과해 납입해 세액공제를 받지 못한 금액이 있다면, 그 부분은 과세 대상이 아닙니다. 인출 순서도 통상 세액공제받지 않은 재원부터 나가도록 되어 있어, 초기 수령액이 한도에 잡히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본인의 계좌에서 이 구분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는 금융기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령 설계로 바꿀 수 있는 것
같은 재원이라도 어떻게 나눠 받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단순화한 예로 봅니다.
적립금 3억 원을 연금으로 받는 경우 - 10년 분할 → 연 3,000만 원 → 1,500만 원 초과 → 종합과세 또는 16.5% - 20년 분할 → 연 1,500만 원 → 문턱 아래 → 5.5% 저율 분리과세
세율이 3배 차이 납니다. 재원도 수익률도 같은데 수령 기간을 늘린 것만으로 벌어진 차이입니다.
물론 20년으로 늘리면 매년 받는 돈이 줄어듭니다. 생활비가 부족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실제 설계는 이렇게 접근합니다.
- 기본 생활비는 공적연금과 퇴직연금 재원으로 채웁니다. 이 둘은 1,500만 원 한도에 잡히지 않습니다.
- 사적연금은 그 위에서 한도를 관리하며 얹습니다.
- 목돈이 필요한 시기가 있다면 그해에 몰아 받고 다른 해를 줄이는 것보다, 별도 재원(비과세 저축성보험 등)을 두는 편이 낫습니다.
즉 1,500만 원 관리의 핵심은 연금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재원의 종류를 나누어 배치하는 것입니다.
종합과세를 고르는 것이 나을 때 — 연금소득공제
1,500만 원을 넘겼을 때 무조건 16.5% 분리과세가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종합과세를 선택하면 연금소득공제가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연금소득공제는 총연금액 구간에 따라 다음과 같이 계산되며, 한도는 연 900만 원입니다.
| 총연금액 | 공제액 |
|---|---|
| 350만 원 이하 | 전액 |
| 350만 원 ~ 700만 원 | 350만 원 + 초과분의 40% |
| 700만 원 ~ 1,400만 원 | 490만 원 + 초과분의 20% |
| 1,400만 원 초과 | 630만 원 + 초과분의 10% (한도 900만 원) |
여기에 본인·배우자 인적공제까지 더해집니다. 즉 다른 소득이 없는 은퇴자라면 과세표준이 크게 줄어 낮은 누진구간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종합과세가 16.5%보다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임대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있어 이미 24% 이상 구간에 있다면, 연금소득이 그 위에 얹히므로 분리과세 16.5%가 낫습니다.
판단 기준을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연금 외 다른 소득의 한계세율이 16.5%보다 낮으면 종합과세, 높으면 분리과세. 그리고 이 판단은 매년 새로 해야 합니다. 임대를 놓기 시작한 해, 사업을 정리한 해에 답이 바뀝니다.
가장 비싼 실수 — 연금 외 수령
마지막으로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연금저축을 연금 이외의 형태로 받으면 기타소득세 16.5%가 부과됩니다. 중도 해지, 일시금 수령, 연금 개시 요건을 채우지 못한 인출이 여기 해당합니다.
계산이 뒤집히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13.2%로 세액공제를 받았던 사람이 16.5%를 내면 받은 것보다 더 내는 것이고, 그동안의 운용수익까지 과세 대상이 됩니다. 8화에서 강조한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는 금액만 넣으라"는 원칙이 여기서 값을 치릅니다.
다만 예외가 있습니다. 천재지변, 가입자의 사망·해외이주, 일정한 질병·부상, 파산·개인회생 등 법정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하면 연금소득세율로 인출할 수 있습니다. 요건과 신청 기한이 정해져 있으므로, 해당할 여지가 있다면 해지하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모르고 그냥 해지한 뒤에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세금 뒤에 오는 것 — 건강보험료
한 가지 덧붙일 것이 있습니다. 은퇴 후 지역가입자가 되면 건강보험료는 소득과 재산을 기준으로 부과되고, 연금소득도 그 산정에 반영됩니다. 또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재돼 있던 사람이 소득 요건을 넘기면 자격을 잃고 지역가입자가 됩니다.
부과 기준과 요율은 자주 바뀌므로 여기에 금액을 적지 않겠습니다. 원칙만 기억하면 됩니다. 소득세는 그 해에 한 번 내지만, 건강보험료는 이듬해부터 매달 나갑니다. 연금 수령 설계를 할 때 세율만 계산하고 이 부분을 빼면, 실제 손에 남는 생활비를 잘못 예측하게 됩니다.
정리
- 연금소득세는 3.3~5.5%로 낮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더 낮아집니다.
- 사적연금 수령액이 연 1,500만 원을 넘으면 전액의 과세 방식이 바뀝니다.
- 공적연금·퇴직연금 재원·세액공제 안 받은 납입분은 이 한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 수령 기간을 늘리는 것만으로 세율이 3배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연금 외 수령은 16.5%.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먼저 확인하십시오.
다음 화에서는 계약 유지 단계에서 가장 위험한 행위 — 계약자 변경이 언제 증여가 되는지를 다룹니다.
쌓는 데 20년을 쓰고 빼는 데 한 달도 안 쓰는 것이 이 제도에서 가장 흔한 낭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