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D — 결핍과 보충의 한계
결핍을 고치는 것과 더 넣는 것은 다르다
비타민D — 결핍과 보충의 한계
결핍을 고치는 것과 더 넣는 것은 다르다 | 건강 설계 200 49화
기대가 가장 컸던 영양소
2000년대 이후 비타민D는 유난히 큰 기대를 받았다. 관찰연구에서 혈중 농도가 낮은 사람에게 거의 모든 나쁜 결말이 더 흔했기 때문이다. 심혈관질환, 암, 감염, 자가면역질환, 우울, 사망까지.
수용체가 몸 전체에 분포한다는 기전 근거도 있었다. 그래서 "이것만 보충하면 여러 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됐다.
그리고 대규모 무작위배정 시험들이 돌아갔다. 결과는 대체로 실망스러웠다.
이 화는 왜 그렇게 됐는지, 그럼에도 무엇이 남았는지를 정리한다.
어디서 만들어지나
비타민D는 엄밀히 말하면 비타민보다 호르몬에 가깝다. 피부가 자외선을 받으면 만들어지고, 간과 신장을 거쳐 활성형이 된다.
음식으로도 일부 얻는다. 등푸른 생선, 달걀노른자, 강화식품이 주요 공급원이지만 일반적인 식사만으로 충분한 양을 얻기는 어렵다.
그래서 햇빛 노출이 주요 변수가 된다. 그리고 여기서 여러 요인이 개입한다.
- 위도와 계절 — 겨울철 중위도 이상에서는 합성이 크게 준다
- 실내 생활 — 유리를 통과한 빛으로는 합성되지 않는다
- 자외선 차단제와 옷 — 합성을 줄인다
- 피부색과 나이 — 색소가 짙거나 나이가 들면 합성 효율이 떨어진다
- 비만 — 지방조직에 분포해 혈중 농도가 낮게 나오는 경향
한국의 상황
한국은 여러 조사에서 혈중 비타민D 농도가 낮은 비율이 높게 보고돼 왔다. 위도, 실내 중심 생활, 자외선 차단 습관, 그리고 흰 피부에 대한 선호가 함께 작용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결핍"의 기준값 자체가 기관마다 다르다. 어떤 기준을 쓰느냐에 따라 결핍 인구 비율이 크게 달라진다. 그리고 그 기준이 무엇을 근거로 정해졌는지가 논쟁 대상이다.
관찰과 시험이 갈린 이유
낮은 농도가 나쁜 결말과 연관되는데 왜 보충 시험은 실패했나. 설명이 몇 가지다.
첫째, 역인과(6화). 아픈 사람은 밖에 덜 나가고, 활동이 적고, 실내에 있다. 즉 낮은 비타민D가 병을 만든 것이 아니라 병이 낮은 비타민D를 만든 부분이 크다.
둘째, 건강 상태의 표지. 혈중 농도는 야외 활동, 신체 활동, 전반적 영양 상태를 반영한다. 그 자체가 원인이 아니라 건강한 생활의 대리지표였을 수 있다(7화).
셋째, 대상자 선정. 대규모 시험 다수가 이미 농도가 충분한 사람들을 포함했다. 결핍이 아닌 사람에게 보충하면 효과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 이것이 시험 해석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이다.
그럼에도 확립된 것
기대가 꺾였다고 해서 쓸모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 결핍은 실제 질병을 만든다. 심한 결핍은 소아의 구루병, 성인의 골연화증을 일으킨다. 이것은 논쟁의 여지가 없다. [RCT/확립]
- 뼈 건강. 칼슘과 함께 적절히 보충할 때 특정 고위험 집단에서 골절 위험 감소가 보고됐다. 다만 일반 인구 전반에서의 효과는 결과가 갈린다. [RCT, 불일치]
- 낙상. 결과가 갈리며, 고용량 간헐 투여에서는 오히려 낙상이 증가한 시험이 있다.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는 중요한 증거다. [RCT]
- 결핍 상태의 교정. 농도가 낮은 사람에게 보충하면 농도가 올라간다. 당연하지만, 이것이 보충의 확립된 적응증이다.
확립되지 않은 것
- 암 예방 — 대규모 시험에서 발생률 감소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부 시험에서 암 사망률에 대한 신호가 보고됐으나 확정적이지 않다. [근거 불충분]
- 심혈관질환 예방 — 확인되지 않았다. [RCT, 음성]
- 호흡기 감염 예방 — 결과가 갈린다. 결핍자에서 이득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분석이 있다. [불일치]
- 우울, 자가면역, 전체 사망 — 확정되지 않았다
재야 하나
여기서 11화의 질문이 다시 나온다. 결과가 내 결정을 바꾸나.
- 위험 요인이 뚜렷하지 않은 건강한 성인 — 일상적 측정의 이득이 명확하지 않다. 여러 지침이 일반 인구 선별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
- 위험이 높은 경우 — 골다공증, 흡수 장애 질환, 신장·간질환, 특정 약 복용, 고령 시설 거주, 심한 실내 생활, 반복 골절. 이 경우 측정과 보충 판단에 근거가 있다.
보충한다면
- 적정 용량으로 꾸준히. 초고용량 간헐 투여는 권장되지 않는다.
- 칼슘과의 관계를 함께 본다(176화).
- 과잉은 해롭다. 매우 높은 용량을 장기간 쓰면 고칼슘혈증과 신장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지용성이라 몸에 축적된다.
- 햇빛은 대안이지만 상한이 있다. 피부암 위험과 맞바꿔야 하므로 무제한 노출은 답이 아니다(164화).
자주 나오는 질문
"주사로 맞으면 더 좋은가." 고용량 주사는 편리하지만, 앞서 말한 대로 간헐 고용량 투여의 안전성 신호가 있어 신중해야 한다. 판단은 진료실의 몫이다.
"여름에도 부족한가." 한국의 여름에도 실내 근무와 자외선 차단이 겹치면 합성이 제한된다. 다만 계절에 따라 농도가 오르내리므로 측정 시점이 결과에 영향을 준다.
"많이 먹으면 면역이 좋아지나." 결핍 상태를 교정하는 것과 정상 범위에서 더 올리는 것은 다르다. 후자의 이득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 화가 남기는 원칙
비타민D는 이 시리즈가 반복할 원칙의 대표 사례다.
결핍을 고치는 것과 정상인 사람에게 더 넣는 것은 완전히 다른 개입이다.
앞의 것은 근거가 두껍고 효과가 크다. 뒤의 것은 대부분의 영양소에서 이득이 확인되지 않았고, 일부에서는 해가 확인됐다(50화).
이 구분을 하지 않으면 "부족하면 나쁘니 많으면 좋다"는 잘못된 추론에 빠진다. 대부분의 영양소는 U자 곡선을 그린다.
덧붙이면, 비타민D 이야기에서 가장 실용적인 결론은 보충제가 아니라 밖에 나가는 것일 수 있다. 야외 활동은 비타민D 합성만이 아니라 신체 활동(4부), 빛 노출을 통한 일주기 조절(79화), 그리고 기분(103화)에 동시에 걸린다. 관찰연구에서 낮은 농도가 여러 나쁜 결말과 연관됐던 것도 상당 부분 이 묶음을 반영했을 가능성이 크다. 알약이 대신할 수 없는 것이 그 안에 들어 있다.
정리
- 핵심 — 관찰에서 보였던 광범위한 이득은 대규모 시험에서 대부분 확인되지 않았다. 역인과와 건강 표지 효과가 컸고, 결핍이 아닌 사람에게 보충한 시험 설계도 영향을 줬다. 결핍 교정과 뼈 관련 적응증은 남는다.
- 근거 등급 — [RCT] 암·심혈관 예방 효과는 대규모 시험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결핍성 골질환의 예방·치료는 확립돼 있다. 고용량 간헐 투여의 낙상 증가는 [RCT]다.
- 내가 할 것 — 위험 요인이 없다면 일상적 측정과 고용량 보충의 근거는 약하다. 위험군에 해당하면 측정과 보충을 진료실에서 상의한다. 지용성이라 과잉이 축적된다는 점을 기억한다.
- 모르는 것 — 최적 혈중 농도, 결핍 기준값, 그리고 결핍자에서 감염·면역 관련 이득이 실제로 있는지가 확정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