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URANCE RESEARCH · 건강 설계

역인과 — 병이 습관을 만든 것은 아닌가

화살표의 방향을 데이터는 알려주지 않는다

약 4분 읽기 · Updated 202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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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인과 — 병이 습관을 만든 것은 아닌가

화살표의 방향을 데이터는 알려주지 않는다 | 건강 설계 200 6화

마른 사람이 더 많이 죽는다는 관찰

체중과 사망률의 관계를 보면 이상한 그림이 나온다. 비만한 사람의 사망률이 높은 것은 예상대로인데, 저체중인 사람의 사망률도 높다. 그래서 곡선이 U자를 그린다.

여기서 "약간 통통한 것이 오래 산다"는 결론이 나왔고, 한동안 널리 퍼졌다. 그런데 이 U자 곡선의 왼쪽 끝은 상당 부분 다른 이야기였다.

아파서 마른 사람들이 거기 섞여 있었다. 진단되지 않은 암, 만성 폐질환, 심부전, 우울증, 알코올 문제는 모두 체중을 떨어뜨린다. 이들이 몇 년 뒤 사망하면, 데이터에는 "저체중이던 사람이 죽었다"로 기록된다. 마름이 죽음을 부른 게 아니라 다가오는 죽음이 마름을 만든 것이다.

이것이 역인과다. 화살표가 반대로 그려진 경우다.

데이터는 방향을 모른다

통계는 두 변수가 함께 움직이는 것을 잡아내지만, 어느 쪽이 먼저인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방향은 연구 설계와 생물학적 지식으로 정해야 한다.

역인과가 특히 잘 숨는 조건이 있다.

  • 결말이 서서히 진행하는 병일 때. 암, 치매, 심부전은 진단 전 수년간 몸을 바꾼다.
  • 노출이 스스로 조절 가능한 행동일 때. 먹는 양, 술, 운동, 활동량은 몸 상태에 따라 저절로 줄어든다.
  • 추적 기간이 짧을 때. 관찰 시작 직후의 사건일수록 역인과일 확률이 높다.

반복해서 문제가 됐던 자리들

술과 건강. "적당히 마시는 사람이 안 마시는 사람보다 오래 산다"는 J커브가 오래 인용됐다. 문제는 비음주군에 술을 끊은 사람이 섞여 있다는 것이었다. 사람이 술을 끊는 이유는 대개 건강이 나빠져서다. 이들을 제외하고 평생 비음주자만 비교하면 J커브는 약해지거나 사라진다. 유전 변이를 이용한 분석에서도 방향은 같았다. 41화에서 자세히 다룬다.

활동량과 치매. 운동을 적게 하는 사람이 치매에 잘 걸린다는 관찰이 많다. 그런데 치매는 진단 10~20년 전부터 뇌에서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활동량과 사회활동이 먼저 줄어든다. 그래서 추적 초기 몇 년의 데이터를 빼고 분석하면 연관이 약해진다. 운동이 무의미하다는 뜻이 아니라, 관찰된 연관의 일부는 역방향이라는 뜻이다.

커피, 우유, 특정 식품. 몸이 불편한 사람은 커피를 줄이고 특정 음식을 피한다. 이 자연스러운 조정이 데이터에서는 "그 식품을 적게 먹는 사람이 병에 잘 걸린다"로 나타난다.

콜레스테롤과 사망. 고령자나 중증 환자에서 총 콜레스테롤이 낮을수록 사망률이 높다는 관찰이 있다. 여기에도 역인과가 크게 걸려 있다. 진행성 질환·영양불량·간기능 저하가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린다. 이 관찰을 근거로 "콜레스테롤은 높을수록 좋다"고 말하는 것은 화살표를 거꾸로 읽은 것이다(112화).

연구자들이 쓰는 방어책

지연 분석(lag analysis). 추적 시작 후 2년, 5년치 사건을 아예 빼고 분석한다. 초기 사건일수록 이미 진행 중이던 병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좋은 논문은 이 민감도 분석을 함께 싣는다.

건강한 사람만 남기기. 시작 시점에 만성질환·흡연력이 없는 사람만 골라 분석한다.

여러 시점의 노출 측정. 한 번만 묻지 않고 반복해서 측정하면 변화의 순서를 볼 수 있다.

멘델 무작위화. 유전형은 태어날 때 정해지고 병이 유전형을 바꾸지 못한다. 그래서 역인과가 원리적으로 차단된다. 5화에서도 언급한 이 방법이 역인과 문제에서 특히 강력하다.

개인 차원에서도 같은 착각이 일어난다

역인과는 논문에서만 생기지 않는다. 자기 몸을 해석할 때도 똑같이 생긴다.

"요즘 운동을 안 해서 피곤하다"고 생각하지만, 순서가 반대일 수 있다. 빈혈, 갑상선 기능 저하, 수면무호흡, 우울증이 먼저 와서 운동할 기력을 뺏은 것일 수 있다. 이 경우 의지를 짜내 운동을 늘리는 것은 원인을 건드리지 못한다.

"나이 들어서 잠이 준다"도 마찬가지다. 나이 자체보다 통증, 야간뇨, 수면무호흡, 약물이 먼저다(5부). 원인 후보를 확인하지 않고 결과만 고치려 하면 대개 실패한다.

그래서 이 시리즈는 반복해서 같은 순서를 권한다. 증상이 있으면 원인을 먼저 찾는다. 생활습관 개선은 원인을 대체하지 않는다.

방향을 판단하는 체크리스트

관찰된 연관을 보면 이렇게 묻는다.

  1. 결말이 서서히 진행하는 병인가. 그렇다면 진단 전 몇 년간의 영향을 의심한다.
  2. 노출이 몸 상태에 따라 저절로 변할 수 있는 것인가. 행동·식욕·활동량은 거의 항상 그렇다.
  3. 지연 분석이 되어 있나. 없으면 결과를 절반만 믿는다.
  4. 비노출군의 정체가 무엇인가. "안 하는 사람"에 "그만둔 사람"이 섞여 있는지 본다. 술 연구의 J커브가 여기서 무너졌다.
  5. 유전 기반 분석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나.

시간 순서를 확보하는 설계들

역인과를 막는 근본 해법은 노출이 결말보다 먼저였음을 확실히 하는 것이다. 연구 설계는 이 시간 순서를 확보하려고 여러 장치를 쓴다.

전향적 코호트. 병이 생기기 전에 노출을 먼저 측정하고 이후를 추적한다. 나중에 물어보는 후향적 설계보다 훨씬 낫다. 이미 병에 걸린 사람에게 "예전에 무엇을 먹었느냐"고 물으면, 기억 자체가 병에 의해 편향된다. 이것을 회상 편향이라 하고, 역인과와 자주 겹친다.

반복 측정. 노출을 한 번만 재면 그 시점의 상태만 남는다. 5년마다 다시 재면 변화의 궤적이 보이고, 결말 직전에 무엇이 먼저 변했는지 알 수 있다.

젊은 나이부터의 장기 추적. 20~30년짜리 코호트에서는 초기 몇 년을 통째로 빼도 분석이 성립한다. 지연 분석의 여유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남는 한계가 있다. 진행이 느린 병에서는 아무리 오래 추적해도 시작점을 정확히 알 수 없다. 치매의 병리는 증상보다 수십 년 앞서고, 죽상경화는 20대에 시작한다(109화). 그래서 이 시리즈는 뒤로 갈수록 "언제부터 시작해야 하나"라는 질문을 반복해서 던진다. 답은 대체로 생각보다 이르다.

덧붙이면, 이 화의 교훈은 개인의 판단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무언가를 바꾸고 몸이 나아졌을 때, 그 시점에 함께 바뀐 다른 것이 무엇인지 목록을 만들어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계절, 업무 강도, 수면 시간, 복용 중인 약, 스트레스 사건은 거의 항상 함께 움직인다. 하나만 바꾸고 나머지를 고정하는 것은 실험실에서나 가능하지만, 최소한 무엇이 함께 움직였는지 적어 두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정리

  • 핵심 — 관찰된 연관에서 화살표의 방향은 데이터가 아니라 설계와 생물학이 정한다. 서서히 진행하는 병은 진단 전 수년간 행동과 체중을 먼저 바꾸므로, 그 흔적이 원인으로 오독된다.
  • 근거 등급 — [기전] 방법론이다. 저체중-사망 U자 곡선과 술의 J커브에서 역인과가 상당 부분을 설명한다는 것은 [코호트] 재분석과 유전 기반 분석으로 지지된다.
  • 내가 할 것 — "안 하는 사람" 집단에 "그만둔 사람"이 섞였는지 본다. 내 몸에 대해서도 같은 질문을 한다 — 습관이 증상을 만든 건가, 증상이 습관을 바꾼 건가.
  • 모르는 것 — 역인과가 어느 정도를 설명하는지는 대개 정량화되지 않는다. 지연 분석으로 줄일 수는 있어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