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NT와 NNH — 몇 명을 치료해야 한 명이 이득을 보나
이득과 해를 같은 단위에 올려놓는 법
NNT와 NNH — 몇 명을 치료해야 한 명이 이득을 보나
이득과 해를 같은 단위에 올려놓는 법 | 건강 설계 200 4화
한 개의 숫자로 줄이기
3화에서 절대위험 차이를 봤다. 여기에 한 단계를 더하면 결정이 훨씬 쉬워진다. 절대위험 차이의 역수를 취하는 것이다.
절대위험 차이가 1%포인트라면, 100으로 나눈 값의 역수는 100이다. 이 숫자를 NNT(number needed to treat, 치료필요수) 라고 부른다. 뜻은 이렇다.
100명이 이 치료를 이 기간 동안 받아야, 그중 1명이 그 나쁜 일을 피한다.
나머지 99명은 어떻게 되나. 두 부류다. 어차피 그 일이 안 일어났을 사람과, 치료를 받았는데도 그 일이 일어난 사람. 두 부류 모두 치료의 이득은 못 보고 비용과 부작용은 그대로 진다. 이것이 예방의학의 냉정한 산수다.
같은 방식으로 해를 계산한 것이 NNH(number needed to harm, 해필요수) 다. "몇 명이 받으면 1명에게 이 부작용이 생기나."
왜 이 형태가 유용한가
퍼센트는 머릿속에서 잘 굴러가지 않는다. "절대위험 1.2%포인트 감소"는 크다는 건지 작다는 건지 감이 안 온다. 반면 "83명 중 1명" 은 즉시 감이 온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득과 해를 같은 단위에 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 NNT 50, NNH 500 → 이득이 해보다 10배 흔하다. 대체로 명확한 선택.
- NNT 300, NNH 100 → 해가 이득보다 3배 흔하다. 결말의 심각도가 다르지 않다면 하지 않는 쪽.
- NNT 100, NNH 100 → 여기서부터는 어느 결말이 나에게 더 중한가의 문제다. 통계가 아니라 가치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마지막 경우가 실제로 가장 흔하다. 그래서 "의학적으로 옳은 결정"이 아니라 "이 사람에게 맞는 결정" 이라는 말을 쓴다. 심근경색을 피하는 것과 근육통을 감수하는 것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는 의사가 정할 수 없다.
NNT를 읽을 때 반드시 함께 봐야 하는 것
첫째, 기간. NNT는 기간 없이 존재할 수 없다. "NNT 100"은 5년짜리일 수도 1년짜리일 수도 있고, 둘은 다섯 배 차이다. 기간이 빠진 NNT는 무효다.
둘째, 결말의 종류. "사망을 막는 NNT 100"과 "입원을 막는 NNT 100"과 "검사 수치가 정상화되는 NNT 100"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특히 세 번째는 대리지표라서, 그 자체로는 이득이라고 말하기 어렵다(7화).
셋째, 누구에게서 나온 값인가. NNT는 기저위험에 완전히 의존한다. 고위험군에서 NNT 25인 치료가 저위험군에서는 NNT 400이 되는 일이 흔하다. 인터넷에서 본 NNT는 대개 그 연구 참가자들의 NNT이지 내 NNT가 아니다.
예방과 치료의 비대칭
증상이 있는 사람을 치료할 때의 NNT는 대개 작다. 아픈 사람에게 진통제를 주면 상당수가 낫는다. 반면 예방의 NNT는 거의 항상 크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사람들에게 개입하기 때문이다.
이 비대칭이 예방의학의 윤리적 부담을 만든다. 아프지 않은 다수에게 부작용을 지우면서 소수의 큰 사건을 막는 구조이므로, 부작용이 흔하거나 심하면 예방은 성립하지 않는다. 예방 약이 유난히 안전성 요구가 높은 이유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론이 하나 있다. 부작용이 거의 없고 여러 결말에 동시에 작용하는 개입은 NNT가 커도 가치가 높다. 운동, 금연, 수면, 혈압 관리가 그렇다. 운동은 심혈관·당뇨·암·치매·우울·낙상에 동시에 걸린다. 각각의 NNT는 크더라도 합쳐서 계산하면 다른 어떤 개입보다 유리하다. 4부에서 운동을 24화나 쓰는 이유가 여기 있다.
자주 나오는 오해 셋
"NNT가 크면 효과가 없는 것이다." 아니다. NNT 200이어도 대상이 수백만 명이면 공중보건에서는 큰 숫자다. 개인의 결정과 인구 전체의 정책은 다른 계산이다. 개인에게는 작아 보이는 이득이 인구 단위에서는 수만 명의 사건이 된다.
"NNT는 정확한 숫자다." 아니다. 추정치이고 신뢰구간이 있다. NNT 50이라고 적혀 있어도 실제 범위는 30~120 같은 식일 수 있다. 소수점 두 자리까지 적힌 NNT는 오히려 의심스럽다.
"내 NNT를 계산할 수 있다." 부분적으로만 그렇다. 위험도 계산기로 기저위험을 추정하고 상대위험 감소율을 곱해 대략 만들 수는 있지만, 계산기 자체가 인구 평균에서 나온 추정이고 한국인 적용의 한계가 있다(121화). 대략의 자릿수를 아는 것이 목적이지 정확한 숫자를 얻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진료실에서 쓰는 법
이 개념의 실제 쓸모는 질문을 바꾸는 데 있다.
- (전) "이 약 먹어야 하나요?"
- (후) "제 조건에서 이 약을 5년 먹으면 몇 명 중 한 명이 이득을 보나요? 부작용은 몇 명 중 한 명인가요?"
뒤의 질문은 답하기 어렵고, 그래서 좋은 질문이다. 정확한 숫자가 안 나와도 자릿수의 감각은 대개 나온다. "고위험이라 수십 명 중 한 명 수준"과 "저위험이라 수백 명 중 한 명 수준"의 차이만 알아도 결정의 질이 달라진다.
자릿수로 기억해 두면 좋은 것들
정확한 값은 조건마다 다르므로 여기서는 자릿수의 감각만 적는다. 구체적 수치와 조건은 해당 부에서 근거와 함께 다룬다.
- 이미 심혈관질환이 있는 사람의 2차 예방 — 대체로 수십 명 중 한 명 단위. 예방 영역에서 가장 유리한 자리이고, 그래서 논쟁이 적다.
- 위험인자만 있는 사람의 1차 예방 — 대체로 수백 명 중 한 명 단위. 여기서부터 "먹을까 말까"가 진짜 질문이 된다.
- 위험이 낮은 젊은 사람의 예방적 투약 — 자릿수가 더 커진다. 대개 생활습관이 먼저다.
- 암 선별검사 — 병종과 연령에 따라 크게 다르고, 이득(그 암 사망 회피)과 해(위양성·과잉진단·불필요한 시술)를 각각 다른 NNT/NNH로 계산해야 한다(8부).
여기서 드러나는 규칙성이 있다. 위험이 낮을수록 약의 자리는 좁아지고 생활습관의 자리는 넓어진다. 젊고 건강한 사람에게 약이 덜 권해지는 것은 인색해서가 아니라 산수의 결과다.
반대 방향도 기억해 둘 만하다. 나이가 들고 위험인자가 쌓이면 같은 개입의 NNT가 작아진다. "나중에 하지"가 아니라 "지금은 생활습관, 나중에는 둘 다" 가 맞는 문장이다.
정리
- 핵심 — NNT는 절대위험 차이를 사람 수로 바꾼 것이고, NNH와 나란히 놓아야 이득과 해를 같은 단위에서 비교할 수 있다. 예방의 NNT는 원래 크며, 그래서 부작용이 적고 여러 결말에 동시에 작용하는 개입이 유리하다.
- 근거 등급 — [기전] 계산 규약이다. 다만 NNT 형식으로 제시하면 환자와 의사의 선택이 달라진다는 것은 여러 실험에서 확인된 [RCT] 영역이다.
- 내가 할 것 — 어떤 치료·검사·예방을 권유받으면 세 가지를 함께 묻는다. 기간 / 무슨 결말을 막나 / 몇 명 중 한 명인가.
- 모르는 것 — 개인 수준의 정확한 NNT는 대부분 산출 불가능하다. 자릿수의 감각까지가 현실적 한계이며, 그 감각조차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