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URANCE RESEARCH · 건강 설계

상대위험이라는 착시 — 50% 감소의 실제 크기

같은 결과를 두 가지 숫자로 말할 수 있다

약 4분 읽기 · Updated 202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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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위험이라는 착시 — 50% 감소의 실제 크기

같은 결과를 두 가지 숫자로 말할 수 있다 | 건강 설계 200 3화

한 연구, 두 개의 헤드라인

가상의 약이 있다고 하자. 5년 동안 관찰했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

  • 위약을 먹은 1,000명 중 심근경색이 온 사람: 20명 (2.0%)
  • 약을 먹은 1,000명 중 심근경색이 온 사람: 10명 (1.0%)

이 결과를 두 가지 방식으로 말할 수 있다.

"심근경색 위험 50% 감소." 맞는 말이다. 2.0%가 1.0%가 되었으니 상대적으로 절반이다.

"1,000명이 5년간 복용하면 10명이 심근경색을 피한다." 이것도 맞는 말이다. 절대위험 차이는 1.0%포인트다.

두 문장은 같은 데이터를 말한다. 그런데 읽는 사람의 결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앞의 문장을 들으면 "당연히 먹어야지"가 되고, 뒤의 문장을 들으면 "부작용이 어느 정도인지 봐야겠는데"가 된다. 후자가 더 나은 결정이다. 정보가 더 많아서가 아니라, 이득과 비용을 같은 단위에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왜 항상 상대위험으로 말하나

보도자료·광고·학회 발표 요약이 상대위험을 선호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숫자가 커 보인다. 절대위험이 작을수록 상대위험은 극적으로 커진다.

  • 0.02% → 0.01% : 상대위험 50% 감소. 절대 차이 0.01%포인트.
  • 40% → 20% : 상대위험 50% 감소. 절대 차이 20%포인트.

두 경우 모두 "50% 감소"다. 그러나 앞은 만 명 중 한 명의 이야기이고 뒤는 다섯 명 중 한 명의 이야기다. 상대위험만 말하는 문장은 이 차이를 지운다.

이것은 이득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부작용도 마찬가지다. "이 약은 특정 부작용 위험을 두 배 높인다"는 문장은 무섭게 들리지만, 원래 위험이 10만 명 중 1명이었다면 10만 명 중 2명이 된 것이다. 위험을 과장하는 쪽도 상대값을 쓴다. 이득 쪽만 의심하고 위험 쪽은 그대로 믿으면 반대 방향으로 틀린다.

기저위험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같은 약, 같은 상대위험 감소율이라도 내 기저위험에 따라 실제 이득이 몇십 배 달라진다.

이미 심근경색을 겪은 65세와, 위험인자가 없는 35세는 5년 내 심근경색 확률이 자릿수 단위로 다르다. 상대위험을 30% 낮추는 같은 약이 앞사람에게는 몇 %포인트의 이득, 뒷사람에게는 소수점 아래의 이득이 된다. 부작용의 절대 위험은 두 사람에게 비슷하게 걸린다. 그래서 같은 약이 한 사람에게는 명백한 이득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미묘한 선택이 된다.

이것이 이 시리즈가 계속 "예방은 위험도에 따라 다르게 설계한다"고 말하는 이유이고, 7부(심혈관)에서 위험도 계산기를 따로 한 화 쓰는 이유다.

세 개의 숫자로 옮겨 적는 연습

건강 주장을 만나면 다음 세 칸을 채워 본다. 채워지지 않으면 그 주장은 아직 결정에 쓸 수 없다.

  1. 개입하지 않았을 때의 위험 — 대조군에서 몇 %가 그 일을 겪었나
  2. 개입했을 때의 위험 — 개입군에서 몇 %인가
  3. 기간 — 몇 년에 걸친 이야기인가

3번이 빠지면 나머지 둘도 의미가 없다. "위험 1% 감소"가 1년짜리인지 10년짜리인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그런데 기사에서 기간이 빠지는 일은 아주 흔하다.

실제로 이 계산이 결정을 바꾼 자리들

폐경기 호르몬 치료. 절대 증가폭이 작아도 상대값으로 발표되면 크게 들린다. 여기에 인구 전체의 뉴스 소비가 겹치면서, 개별 여성의 조건(나이, 시작 시점, 증상 정도)과 무관하게 치료가 급감했다. 이후 재분석에서 나이와 시작 시점에 따라 이득·위험 균형이 다르다는 것이 정리됐다(175화).

암 선별검사. "이 검진을 받으면 사망률이 20% 낮아진다"는 문장은 대개 상대값이다. 절대값으로 옮기면 "1,000명이 10년간 검진받으면 몇 명이 그 암으로 죽는 것을 피한다"가 되고, 여기에 위양성·과잉진단으로 인한 불필요한 시술이라는 반대편 숫자가 붙는다(131화). 두 숫자를 나란히 놓기 전에는 검진의 이득을 판단할 수 없다.

생활습관 개입. 반대로 절대 이득이 큰데 작게 말해지는 것도 있다. 금연, 혈압 관리, 근력 유지는 고위험군에서 절대 이득이 상당히 크다. 그런데 팔 것이 없어서 헤드라인이 되지 않는다. 뉴스에 자주 나오는 것과 실제 이득이 큰 것은 다른 목록이다.

숫자를 못 찾을 때

절대위험을 알고 싶어도 기사에는 대개 없다. 세 가지 방법이 있다.

  • 원문 초록을 찾는다. 요즘은 초록에 두 군의 발생률이 함께 실리는 경우가 많다.
  • 가이드라인 문서를 본다. 권고 등급과 함께 근거 표가 붙는다.
  • 의사에게 그 질문을 한다. "제 조건에서 이 약을 5년 먹으면 절대 이득이 얼마나 됩니까"는 진료실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밀도 높은 질문이다.

한국에서 특히 자주 보이는 형태

상대위험 착시는 한국 건강 정보 시장에서 두 가지 형태로 자주 나타난다.

첫째, 검진 마케팅. "이 검사로 조기발견하면 생존율이 몇 배"라는 문장이 대표적이다. 여기에는 두 겹의 문제가 있다. 상대값이라는 것이 하나이고, 생존율이라는 지표 자체가 조기발견에 유리하게 부풀려지는 구조라는 것이 다른 하나다. 같은 시점에 죽더라도 더 일찍 발견하면 "진단 후 생존 기간"은 길어진다. 이것을 조기발견 편향(lead-time bias)이라 부르고, 131화에서 따로 다룬다. 검진의 이득은 생존율이 아니라 그 병으로 인한 사망률로 봐야 한다.

둘째, 건강기능식품 광고. "○○ 섭취군에서 지표가 몇 % 개선"이라는 문장에서, 그 지표가 대개 대리지표이고(7화), 개선 폭이 상대값이며, 대상자 수가 수십 명 규모인 경우가 많다. 세 겹이 겹치면 실제 결정에 쓸 정보는 거의 남지 않는다.

두 경우 모두 해법은 같다. 절대값, 기간, 대상자 수를 찾는다. 세 개가 다 없으면 그 광고는 정보가 아니라 문구다.

반대 방향의 착시도 있다

지금까지는 이득을 크게 보이게 만드는 쪽을 봤다. 정반대도 흔하다. 절대값으로만 말해서 실제로 중요한 것을 작아 보이게 하는 것이다.

"10만 명 중 3명"이라는 표현은 무시해도 될 것처럼 들린다. 그런데 그 사건이 20대의 사망이고, 전 국민이 노출되는 것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인구 5천만이면 1,500명이다. 개인의 결정에서는 작은 숫자가 인구 정책에서는 큰 숫자가 된다. 둘은 다른 계산이며, 어느 한쪽만 쓰는 사람은 대체로 결론을 먼저 정해 놓은 쪽이다.

그래서 이 시리즈는 두 단위를 구분해서 쓴다. "나에게 얼마인가" 를 물을 때는 절대위험과 NNT를 쓰고(4화), "사회 전체에 얼마인가" 를 물을 때는 인구 귀속위험을 쓴다. 두 답이 달라도 모순이 아니다.

정리

  • 핵심 — 상대위험은 같은 결과를 크게 보이게 만든다. 결정에 필요한 것은 절대위험 차이와 기간이고, 그 크기는 내 기저위험에 따라 몇십 배 달라진다.
  • 근거 등급 — [기전] 통계 해석의 문제이므로 근거 등급이 아니라 계산 규약이다. 다만 상대값 제시가 의사·환자의 선택을 바꾼다는 것은 여러 실험에서 반복 확인된 [RCT] 영역이다.
  • 내가 할 것 — 어떤 건강 숫자를 만나든 세 칸을 채운다. 개입 안 했을 때 위험 / 개입했을 때 위험 / 기간. 못 채우면 결정을 미룬다.
  • 모르는 것 — 개인의 기저위험을 정확히 아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불가능하다. 위험도 계산기는 인구 평균에서 나온 추정이고, 한국인 적용에는 별도 한계가 있다(12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