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INSURANCE · 설계사 세무

회사가 해주는 연말정산, 나는 대상인가

7,500만 원이라는 분기점 — 그리고 "끝났다"고 믿었다가 환급을 놓치는 사람들

약 4분 읽기 · Updated 202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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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사 세무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질문은 절세 방법이 아닙니다. 나는 회사 연말정산으로 끝나는 사람인가, 5월에 직접 신고해야 하는 사람인가. 여기서 답이 갈리면 그 뒤의 모든 계획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이 질문에 "회사가 해주니까 신경 안 써도 된다"고 답하는 순간, 매년 조용히 돈을 흘리게 됩니다. (이 글은 일반 정보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세무 상담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수치는 2026년 8월 기준이며, 실행 전 최신 법령과 국세청 안내로 확인하세요.)

원칙은 5월 신고, 예외가 연말정산

사업소득자는 원칙적으로 다음 해 5월에 종합소득세 확정신고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소득세법은 일부 인적용역 사업자에 한해 예외를 뒀습니다.

소득세법 제144조의2(사업소득세액의 연말정산) 는 원천징수의무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소득에 대해 연말정산을 하도록 정하고, 제73조 제1항 제4호는 그렇게 연말정산된 사업소득만 있는 사람은 확정신고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대상은 시행령 제137조에 있습니다. 핵심은 간편장부대상자인 보험모집인입니다. 방문판매원·계약배달판매원도 포함되지만, 이들은 원천징수의무자가 연말정산을 한 경우에만 해당합니다.

즉 이 제도는 근로자와 같은 편의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소규모 인적용역 사업자의 신고 부담과 국세청의 행정 비용을 함께 줄이기 위한 장치입니다. 성격을 알면 한계도 보입니다.

분기점은 7,500만 원

여기서 "간편장부대상자"의 기준이 결정적입니다. 보험모집인은 직전 과세기간의 수입금액이 7,500만 원 미만이면 간편장부대상자이고, 그 이상이면 복식부기의무자가 됩니다.

  • 직전연도 수입 7,500만 원 미만 → 간편장부대상자 → 회사 연말정산 대상
  • 직전연도 수입 7,500만 원 이상 → 복식부기의무자 → 5월 확정신고 의무

주의할 점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 기준은 올해가 아니라 직전연도 수입입니다. 작년에 8,000만 원을 벌었다면 올해 수입이 5,000만 원으로 줄어도 복식부기의무자입니다. 실적이 급증한 다음 해에 준비 없이 5월을 맞는 경우가 여기서 나옵니다.

둘째, 첫해는 다릅니다. 직전연도 수입이 없는 신규 사업자는 별도 기준이 적용되므로, 위촉 첫해에는 본인의 기장의무를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연말정산 대상이어도 5월에 신고해야 하는 경우

여기서 오해가 가장 많습니다. 회사가 연말정산을 해줬다고 무조건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다음에 하나라도 해당하면 5월 확정신고 의무가 살아 있습니다.

  • 다른 소득이 있는 경우. 근로소득(투잡), 다른 사업소득, 임대소득, 연금소득 등 종합과세 대상 소득이 함께 있으면 합산해서 신고해야 합니다. 배우자 사업을 공동명의로 해 둔 경우도 여기 걸립니다.
  • 두 곳 이상에서 사업소득을 받은 경우. GA를 옮겼거나 두 회사에서 동시에 수수료를 받았다면, 각 회사가 자기 몫만 정산했을 뿐 합산은 되지 않았습니다. 합산하면 세율 구간이 올라가므로 대개 추가 납부가 발생합니다.
  • 금융소득이 연 2,000만 원을 넘는 경우 등 종합과세 대상이 되는 소득이 있는 경우.
  • 회사가 연말정산을 하지 않은 경우. 중도 해촉 등으로 정산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본인이 신고해야 합니다.

특히 두 번째, GA 이동자는 거의 예외 없이 5월 신고 대상이라고 봐야 합니다. 채널 이동이 잦은 업계 특성상 이 항목에 걸리는 설계사가 상당수인데, "작년에도 회사가 해줬으니까"라고 넘어갔다가 무신고 가산세를 맞습니다.

가장 크게 잃는 지점 — 연말정산은 '실제 경비'를 반영하지 않는다

이것이 이 화의 핵심입니다.

회사의 사업소득 연말정산은 내가 실제로 얼마를 썼는지 알지 못합니다. 국세청이 고시한 경비율(소득률)을 적용해 소득금액을 기계적으로 계산할 뿐입니다. 회사는 내 차량 유지비도, 고객 관리비도, 통신비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런 상황이 생깁니다.

연 수입 5,000만 원인 설계사가 실제로는 활동비로 2,500만 원(수입의 50%)을 썼다. 그런데 연말정산에서는 고시 경비율만큼만 경비로 인정돼 소득금액이 실제보다 훨씬 높게 잡혔다. 세금은 그만큼 더 냈다.

이 경우 5월에 장부와 증빙을 갖춰 확정신고를 하면 차액을 환급받을 수 있습니다. 확정신고는 의무가 없을 때에도 권리로서 할 수 있습니다. 연말정산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계산해서 신고하면 됩니다.

정리하면 판단 기준은 단순합니다.

  • 실제 경비 < 고시 경비율 → 연말정산으로 끝내는 것이 유리
  • 실제 경비 > 고시 경비율 → 5월에 장부로 신고하는 것이 유리

그리고 이 비교는 증빙이 남아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1년이 지난 뒤 영수증을 복원할 방법은 없습니다. 연말정산 대상자라도 장부와 증빙을 챙겨야 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챙겨 두면 선택권이 생기고, 안 챙기면 선택권이 없습니다.

"연말정산"이라는 이름이 만드는 착각

제도 이름이 근로자의 연말정산과 같아서 생기는 오해가 하나 더 있습니다. 사업소득자는 근로소득자가 받는 공제를 대부분 받지 못합니다.

항목 근로소득자 사업소득자(설계사)
신용카드 등 사용액 소득공제 ×
보장성보험료 세액공제 ×
의료비·교육비 세액공제 × (성실신고확인 대상자 등 예외)
주택자금·월세 세액공제 × (월세는 일정 요건 시 가능)
국민연금 보험료 공제
연금저축·IRP 세액공제
노란우산공제 소득공제 ×
필요경비 인정 × (근로소득공제로 갈음)

설계사가 자기 보험을 여러 건 들고 "보험료 공제받겠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업소득자에게는 보장성보험료 세액공제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카드를 아무리 많이 써도 근로자처럼 소득공제를 받지 못합니다.

대신 사업자에게만 열려 있는 두 개의 문이 있습니다. 필요경비노란우산공제입니다. 오른쪽 열의 ×를 아쉬워할 시간에 이 두 개를 제대로 쓰는 편이 훨씬 큽니다. 표의 아래 세 줄이 이 시리즈 후반부의 주제인 이유입니다.

신고를 놓쳤을 때

의무가 있는데 5월에 신고하지 않으면 두 가지가 붙습니다.

  • 무신고가산세 — 납부할 세액에 일정 비율로 부과됩니다.
  • 납부지연가산세 — 미납 기간에 비례해 매일 쌓입니다.

반대로 환급 목적의 신고는 기한이 지나도 경정청구로 되찾을 수 있습니다. 법정신고기한이 지난 뒤 일정 기간 안에는 잘못 낸 세금을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있으니, 지난 몇 해의 신고가 불리하게 돼 있었다면 지금이라도 검토할 가치가 있습니다. 다만 이 역시 증빙이 남아 있을 때만 가능합니다.

일정과 확인 사항

연말정산은 통상 다음 해 초 사업소득을 지급하는 시점에 회사가 진행합니다. 정확한 일정과 서류 제출 기한은 회사·GA마다 안내가 다르므로 그때 공지를 확인하세요. 이때 제출하는 서류가 소득공제·세액공제의 근거가 됩니다. 부양가족 정보, 국민연금·건강보험 납부액, 연금저축·IRP 납입증명, 노란우산공제 납입증명이 대표적입니다.

마지막으로 확인할 것을 정리합니다.

  1. 직전연도 수입금액이 7,500만 원 미만인가
  2. 사업소득 외에 다른 소득이 있는가
  3. 작년에 두 곳 이상에서 수수료를 받았는가
  4. 실제 경비가 고시 경비율보다 큰가 작은가
  5. 그 비교를 할 수 있을 만큼 증빙이 남아 있는가

1~3번은 신고 의무를 결정하고, 4~5번은 유불리를 결정합니다. 다음 화에서는 이 경비율 — 단순경비율과 기준경비율의 차이, 그리고 그 사이에서 세금이 어떻게 뛰는지를 다룹니다.

덧붙이자면, 이 다섯 가지 확인은 매년 새로 해야 합니다. 직전연도 수입은 해마다 바뀌고, 채널 이동이나 배우자 소득 변화 한 번으로 신고 의무가 생겼다 없어졌다 합니다. 작년 기준으로 올해를 판단하는 것이 이 업계에서 가장 흔한 세무 사고의 출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