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URANCE RESEARCH · 보험사 자산운용

저금리 고착화 속 수익원 탐색 — 2010년대 중후반 해외 대체투자의 본격화

마이너스 금리 시대, 사모대출이라는 새로운 무기가 등장했다

약 4분 읽기 · Updated 2026-07

15화에서 다룬 조심스러운 첫걸음은, 2010년대 중후반 들어 마이너스 금리까지 등장하는 극단적 저금리 환경 속에서 훨씬 과감하고 본격적인 규모의 확장으로 이어졌다 — 이 시기는 한국 보험사가 자산운용에서 가장 근본적인 체질 변화를 겪은 시기로 평가할 수 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유럽과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하고, 미국조차 제로금리에 가까운 수준을 장기간 유지하면서, 14화에서 다룬 저금리 심화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한국 역시 기준금리가 역사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11화에서 다룬 역마진 문제는 이 시기 한국 생명보험산업 전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심각해졌다.

마이너스 금리라는 사고실험이 현실이 될 때

마이너스 금리는 단순히 '아주 낮은 금리'가 아니라, 자산운용의 근본 전제를 뒤집는 사건이었다. 돈을 빌려주고 오히려 비용을 내야 하는 세계에서는, '안전 자산에 넣어두면 최소한 원금은 지킨다'는 오랜 상식이 무너진다. 유럽·일본의 우량 국채가 마이너스 수익률에 거래되면서, 보험사들은 '수익이 없는 안전' 대신 '위험을 감수한 수익'을 강제로 선택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이것이 전 세계 보험·연기금 자본을 위험자산과 대체투자로 밀어낸 거대한 압력의 정체였다. 한국 보험사의 대체투자 급팽창은 이 글로벌 자본 대이동의 한 지류였으며, 곧 전 세계 인내 자본이 같은 자산을 두고 경쟁하면서 대체투자의 기대수익 자체가 낮아지는 '수익률 압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모대출(Private Credit)이라는 본격적 대안

이 시기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사모대출(Private Credit) 시장으로의 본격적인 진출이었다. 5화에서 다룬 미국의 사모대출 전통—은행 대출과 공모 채권시장 사이의 틈새를 메우는 자산군—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의 대출 여력이 규제로 위축되면서 오히려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한 상태였다. 아폴로, 에이레스(Ares) 같은 미국 대형 사모대출 운용사들이 이 공백을 메우며 급성장했고, 한국 보험사들은 이들이 조성하는 직접대출 펀드에 대규모로 출자하기 시작했다.

은행 규제가 만든 사모대출의 기회

사모대출의 급성장을 이해하려면 2008년 이후의 규제 지형을 봐야 한다. 위기 이후 바젤 규제 강화로 은행들은 위험가중자산에 더 많은 자본을 쌓아야 했고, 이는 특히 중견기업 대출이나 인수금융처럼 자본이 많이 드는 여신을 은행이 기피하게 만들었다. 은행이 물러난 그 자리를, 자본규제가 다른 방식으로 적용되는 사모대출 펀드가 채웠다. 즉 사모대출의 성장은 시장의 자연발생이 아니라 '규제 차익(regulatory arbitrage)'의 산물이라는 측면이 있었다. 한국 보험사가 이 자산에 투자한다는 것은, 은행 시스템에서 밀려난 신용 위험을 보험 자본이 대신 떠안는다는 의미이기도 했다—높은 수익에는 그만한 구조적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왜 사모대출이 보험사에 매력적이었는가

사모대출은 15화에서 다룬 인프라 투자와 마찬가지로 장기적이고 유동성이 낮은 자산이었지만, 동시에 변동금리 구조를 갖는 경우가 많아 금리 상승기에도 상대적으로 방어적인 특성을 가졌다. 또한 공모 채권보다 높은 수익률(일드 프리미엄)을 제공했는데, 이는 12화에서 다룬 예정이율 부담을 완화하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었다. 다만 사모대출은 공모 채권과 달리 개별 대출 건에 대한 정교한 신용심사가 필요했고, 이는 여전히 한국 보험사가 직접 수행하기보다 미국 운용사에 위탁하는 형태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변동금리라는 양날의 검과 신용 사이클

사모대출의 변동금리 구조는 금리 상승기에 유리했지만, 동시에 위험을 차입기업으로 전가하는 성격도 있었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자(보험사)의 수익은 늘지만, 그만큼 차입기업의 이자 부담도 커져 부도 위험이 높아진다—즉 금리 리스크가 신용 리스크로 전환된다. 게다가 사모대출의 진짜 위험은 신용 사이클이 돌아설 때 드러난다. 호황기에 느슨한 조건(covenant-lite)으로 나간 대출들이 경기 하강기에 어떻게 회수되는지는, 이 시장이 대규모로 성장한 이후 아직 완전한 하강 사이클을 겪어보지 못했다는 점에서 검증되지 않은 위험으로 남아 있었다. 5화의 미국식 신용분석 전통이 왜 그토록 중요한지가 여기서 다시 확인된다.

지리적 다변화의 확대

이 시기 대체투자의 지리적 범위도 크게 확대되었다. 15화에서 언급한 런던, 뉴욕 중심의 부동산 투자를 넘어, 유럽 대륙, 호주, 그리고 일부 아시아 신흥시장으로도 투자 지역이 다변화되었다. 이는 특정 지역 경기 사이클에 대한 과도한 집중 리스크를 줄이려는 시도였지만, 동시에 각 지역의 법률, 세제, 규제 환경에 대한 이해라는 새로운 복잡성을 관리해야 하는 과제이기도 했다.

분산의 착시 — 상관관계는 위기 때 1로 수렴한다

지리적 다변화는 명분상 분산이었지만, 9화에서 확인한 상관관계 리스크의 교훈을 상기할 필요가 있었다. 평상시에는 서로 다르게 움직이던 지역·자산들이, 글로벌 위기가 닥치면 일제히 같은 방향으로 무너진다—상관관계가 위기 때 1에 수렴하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 보험사의 해외 대체투자는 지역은 달라도 결국 '달러 유동성'과 '글로벌 신용 사이클'이라는 공통의 위험 요인에 연결되어 있었다. 즉 겉보기 분산이 반드시 실질 분산은 아니었다. 진정한 분산은 자산의 위치가 아니라 위험 요인의 독립성에서 나온다는 이 원리를, 대체투자가 커질수록 더 정교하게 이해해야 했다.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격차 확대

이 시기부터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같은 대형사와 중소형 보험사 사이의 대체투자 역량 격차가 뚜렷하게 벌어지기 시작했다. 대형사들은 자체적으로 대체투자 전담 조직을 구축하고 직접투자 역량을 키워나간 반면, 중소형사들은 여전히 위탁운용이나 공동투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이런 격차는 19화에서 자세히 다룰 빅3와 중소형사 간 운용 전략 차별화의 핵심 배경이 된다.

규모의 경제와 자산운용 — 왜 격차가 벌어지는가

대체투자에서 규모의 격차가 벌어진 데에는 구조적 이유가 있었다. 대체투자는 딜 하나를 실사하고 모니터링하는 데 드는 고정비용이 크기 때문에,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과 전담 인력을 갖춰야만 직접투자가 경제성을 갖는다. 대형사는 글로벌 운용사와 공동투자 기회를 얻을 만큼의 출자 규모와 협상력을 가졌지만, 중소형사는 그 문턱을 넘기 어려워 재간접(펀드of펀드)이나 위탁에 머물 수밖에 없었고, 이는 더 많은 수수료 부담과 더 낮은 통제력을 뜻했다. 자산운용에서 규모는 그 자체로 경쟁우위가 된다는 이 원리가, 한국 보험산업의 양극화를 심화시킨 구조적 동력이었다.

자산배분위원회라는 새로운 거버넌스

대체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많은 보험사가 이 시기 자산배분위원회 같은 상위 거버넌스 체계를 새롭게 구축했다. 이는 12화에서 다룬 ALM 위원회보다 한층 더 발전된 형태로, 여러 자산군에 걸친 배분 결정을 체계적으로 심의하고 승인하는 절차를 제도화하는 과정이었다. 이는 10화에서 확인한 조직문화의 더딘 변화가, 대체투자라는 새로운 자산군의 복잡성 앞에서 마침내 좀 더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지기 시작한 신호이기도 했다.

환헤지 비용의 부담 심화

해외 대체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13화에서 처음 언급한 환헤지 비용의 문제도 훨씬 큰 규모로 부각되었다. 이 시기 원화와 달러 간 금리차가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환헤지 비용이 상당히 높아졌고, 이는 해외 대체투자에서 얻는 수익률 프리미엄의 상당 부분을 잠식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일부 보험사는 이런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부분 헤지 전략이나 환노출을 일부 허용하는 방식을 택하기도 했는데, 이는 환리스크와 수익률 사이의 근본적인 트레이드오프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는, 이후에도 계속 이어질 과제였다.

만기 불일치가 헤지에서 재현되다

대체투자에서 환헤지는 채권보다 훨씬 까다로운 문제를 낳았다. 대체투자 자산은 만기가 길거나 불확실한 반면, 환헤지에 쓰는 통화선도·스왑은 대개 단기(수개월~1년)여서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갱신(롤오버)해야 했다. 이는 12화에서 다룬 자산-부채 만기 불일치가 '자산-헤지 만기 불일치'라는 형태로 재현된 것이었다. 롤오버 시점의 시장 상황에 따라 헤지 비용이 급변하고, 달러 경색기에는 헤지 자체가 어려워지는 롤오버 리스크가 상시적 위험으로 자리 잡았다. 장기 해외자산을 단기 헤지로 덮는 이 구조적 불일치는, 대체투자 시대 한국 보험사가 끝내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난제로 남았다.

유동성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의 위험 재분류

대체투자를 정당화하는 핵심 논리는 '유동성 프리미엄'—당장 현금화할 수 없는 대가로 더 높은 수익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이 논리는 보험 부채가 장기·비유동적이므로 비유동 자산과 자연스럽게 맞는다는 12화의 ALM 논리와 결합해 강력한 설득력을 가졌다. 그러나 여기에는 주의할 함정이 있었다. 첫째, 유동성 프리미엄은 정상 시기에는 추가 수익처럼 보이지만, 위기 때 현금이 절실한 순간에 그 자산을 팔 수 없다는 '비유동성의 저주'로 정확히 뒤바뀐다. 둘째, 대체투자의 높은 수익률 중 얼마가 진짜 유동성 프리미엄이고 얼마가 감춰진 신용·레버리지 위험에 대한 보상인지 구별하기 어려웠다. 즉 '유동성 프리미엄'이라는 매력적인 이름이, 실제로는 더 복잡한 위험을 재분류해 숨기는 라벨일 수 있었다. 이 구별을 할 수 있느냐가 성숙한 대체투자자와 그렇지 못한 투자자를 갈랐다.

밸류에이션의 정치학 — 값을 매기는 자가 위험을 정의한다

상장 자산과 달리 대체투자는 매일의 시장 가격이 없어, 그 가치가 운용사의 자체 평가나 감정평가에 의존한다. 이는 8화의 부동산 취득원가 회계 문제가 훨씬 세련된 형태로 재등장한 것이었다. 평가 주체가 값을 어떻게 매기느냐에 따라 장부상 손익과 위험이 달라지는데, 하필 그 평가를 딜을 판매·운용한 당사자가 주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장이 나빠져도 대체투자의 장부가는 상장 자산만큼 즉각 떨어지지 않는데, 이 '평가의 관성'은 단기적으로 손익을 안정적으로 보이게 하지만 실제 위험을 뒤로 미룰 뿐이다. 성숙한 투자자는 이 평가의 정치학을 이해하고, 외부 평가를 독립적으로 검증할 자체 역량을 갖춰야 했다. 16화가 강조하는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격차는 결국 이 '스스로 값을 매길 수 있는 능력'의 격차이기도 했다.

대체투자가 바꾼 것 — 보험사에서 투자기관으로

2010년대 중후반의 대체투자 확장은 단순한 자산배분 조정을 넘어, 한국 보험사의 정체성 자체를 바꾸는 사건이었다. 전통적으로 보험사의 핵심 역량은 보험 인수(underwriting)와 판매에 있었고, 자산운용은 그 부수적 기능이었다. 그러나 저금리가 인수 마진을 압박하고 자산운용 성과가 회사의 생존을 좌우하게 되면서, 보험사는 점차 '보험을 파는 회사'에서 '장기 자본을 운용하는 투자기관'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이는 17화에서 다룰 미국 자산운용사들이 거꾸로 보험업에 진출하며 두 산업의 경계를 허문 흐름과 정확히 대칭을 이룬다. 보험과 자산운용이 하나로 수렴하는 이 거대한 전환의 한복판에, 한국 보험사는 준비가 채 끝나기도 전에 떠밀려 들어섰다.

17화 예고

이 시기 대체투자 확장의 실질적 원동력은 결국 미국 탑티어 운용사와의 협업 관계였다. 17화에서는 블랙록, 핌코, 아폴로를 비롯한 미국 운용사들이 한국 보험사와 맺어온 파트너십의 역사를 종합적으로 되짚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