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URANCE RESEARCH · 건강 설계

술 — J커브는 죽었나

적당히 마시면 좋다는 말의 수명

약 4분 읽기 · Updated 2026-08
글자 크기

술 — J커브는 죽었나

적당히 마시면 좋다는 말의 수명 | 건강 설계 200 41화

오래 인용된 곡선

음주량과 사망률의 관계를 그리면 J자 모양이 나온다는 관찰이 오래 인용됐다.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적당히 마시는 사람의 사망률이 낮고, 많이 마시면 급격히 올라간다는 그림이다.

이 곡선은 상식이 됐다. "하루 한두 잔은 심장에 좋다"는 문장이 널리 퍼졌고, 실제로 그렇게 믿고 마시는 사람이 많다.

지난 10여 년 사이 이 곡선에 대한 비판이 강해졌고, 현재는 상당 부분 무너진 것으로 평가된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보자.

첫 번째 문제 — 비음주군의 정체

6화에서 다룬 역인과의 교과서적 사례다.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 집단에는 두 종류가 섞여 있다. 평생 마시지 않은 사람마시다가 끊은 사람이다.

사람이 술을 끊는 이유는 대개 건강이다. 간이 나빠졌거나, 약을 먹기 시작했거나, 의사가 그만두라고 했거나. 즉 비음주군에 이미 아픈 사람이 몰려 있다.

이 집단을 기준선으로 삼으면, 마시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건강해 보인다. 평생 비음주자만 따로 비교하면 J커브의 앞부분이 크게 약해지거나 사라진다는 재분석들이 반복됐다.

두 번째 문제 — 건강한 사용자 편향

적당히 마시는 사람은 소득과 교육 수준이 높고, 사회적 관계가 넓고,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경향이 관찰된다(5화). 술이 아니라 그 삶이 결과를 만들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세 번째 근거 — 유전이 말하는 것

관찰의 한계를 넘기 위해 유전 변이를 이용한 분석이 쓰였다. 알코올 대사 관련 유전자의 변이는 사람이 평생 마시는 양에 영향을 주고, 태어날 때 무작위로 배정된다(9화).

이 방식의 분석들에서 음주량이 많을수록 혈압과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지는 방향이 나타났고, 소량 음주의 보호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관찰의 J커브와 유전 분석의 결과가 갈릴 때, 후자가 역인과와 교란에서 자유롭다는 점에서 더 무겁게 취급된다.

암은 다른 이야기다

심혈관 논쟁과 별개로, 알코올과 암의 관계는 훨씬 명확하다.

알코올은 국제 기준에서 발암 요인으로 분류돼 있고, 구강·인두·후두·식도·간·대장·유방암과의 연관이 보고돼 있다. 그리고 여기서는 소량에서도 위험 증가가 관찰된다. 특히 유방암은 낮은 섭취 구간에서도 용량-반응이 나타난다.

즉 심혈관에서 소량의 이득이 있었다 해도, 암 쪽 위험과 상쇄해야 한다. 이 계산에서 "안전한 음주량"을 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최근 국제 보건기구들의 입장 변화의 배경이다.

동아시아인에게 특히 중요한 이유

여기가 한국 독자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알코올은 몸에서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바뀌고, 이것이 다시 분해된다. 그런데 이 두 번째 단계를 담당하는 효소에 동아시아 인구에서 흔한 유전 변이가 있다. 이 변이가 있으면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잘 분해되지 않고 축적된다.

증상으로는 얼굴이 빨개지고, 심장이 뛰고, 메스껍고, 두통이 온다. 흔히 "술이 약하다", "홍조가 있다"고 표현되는 상태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발암 물질로 분류된다. 그래서 이 변이를 가진 사람이 계속 마시면, 같은 양에도 특정 암(특히 식도암) 위험이 더 크게 올라간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보고됐다.

여기에 문화적 요인이 겹친다. 한국의 음주 문화에서 "마시다 보면 는다" 는 말이 통용되는데, 이것은 내성이 생기는 것이지 대사 능력이 개선되는 것이 아니다.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이 계속 마셔서 덜 빨개지게 되는 것은 위험이 줄어든 것이 아니다.

이것은 이 시리즈에서 한국 독자에게 가장 강조하고 싶은 항목 중 하나다.

다른 경로의 해악

  • — 지방간, 알코올성 간염, 간경변, 간암(19·135화)
  • 혈압 — 음주량과 혈압의 관계는 개입 연구에서도 확인된다(116화)
  • 수면 — 잠들기는 쉬워지지만 수면 구조가 망가진다(89화)
  • 대사 — 열량, 안주, 다음 날 활동 감소가 함께 온다(15화)
  • 사고와 외상
  • 의존 — 106화에서 따로 다룬다

그러면 어떻게 하나

이 시리즈는 금주를 지시하지 않는다. 술은 개인의 선택이고 사회적 맥락이 있다. 대신 판단에 필요한 것을 정리한다.

  • "건강을 위해 마신다"는 근거는 사라졌다. 마신다면 다른 이유로 마시는 것이다.
  • 적을수록 위험이 낮다는 것이 현재 근거의 방향이다. 안전 하한을 정하기 어렵다.
  • 얼굴이 빨개진다면 위험이 더 크다. 이 정보 하나로 결정을 바꿀 만하다.
  • 가족력, 간질환, 특정 약 복용, 임신 중에는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
  • 빈도와 폭음 여부가 총량만큼 중요하다. 한 번에 많이 마시는 패턴이 특히 해롭다는 관찰이 일관된다.

줄이는 실용적 방법

  • 집에 술을 두지 않는다. 환경 설계가 의지보다 강하다(26화).
  • 마시는 날을 미리 정한다. 매일 결정하지 않는다.
  • 잔 크기와 도수를 낮춘다.
  • 물을 함께 마시고 안주를 단백질·채소로 구성한다.
  • 거절의 문장을 미리 준비한다. 한국의 음주 문화에서 이것이 실제로 필요하다.
  • 줄이기 어렵다면 그 자체가 신호다. 106화에서 다룬다.

사회적 비용이라는 다른 축

마지막으로 개인 건강 밖의 이야기를 짧게 적는다. 알코올의 해악은 마시는 사람에게만 발생하지 않는다. 교통사고, 폭력, 가정 내 피해, 생산성 손실이 함께 계산된다.

한국은 음주에 관대한 문화와 높은 접근성, 그리고 회식이라는 준강제적 상황이 결합돼 있다. 개인의 선택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음주가 상당 부분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 주제에서 개인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조언은 절제 방법보다 거절이 가능한 조건을 만드는 것일 수 있다. 운전, 다음 날 일정, 복용 중인 약, 건강 목표처럼 설명 가능한 이유를 미리 확보해 두는 것이 반복해서 효과가 있다.

끊었을 때 무엇이 좋아지나

줄이거나 끊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보고하는 변화가 있다. 관찰이지 보증은 아니지만, 기대치를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

수면의 질이 먼저 달라진다. 술은 잠드는 시간을 앞당기지만 후반부 수면을 깨뜨린다(89화). 그래서 끊고 며칠 안에 아침 컨디션의 차이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혈압과 중성지방은 몇 주 단위로 움직인다. 간 수치도 마찬가지다. 금주 후 지표 개선은 개입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체중은 술 자체의 열량보다 안주와 다음 날 식사·활동의 변화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기분은 조금 늦게 온다. 알코올은 단기적으로 불안을 낮추지만 반동으로 다음 날 불안과 각성을 높인다. 이 고리가 끊기는 데는 몇 주가 걸릴 수 있다(97화).

한 달만 끊어 보는 것이 자기 데이터를 얻는 가장 싼 방법이다. 앞의 지표들을 전후로 재 두면 n=1 실험이 된다(29화).

정리

  • 핵심 — J커브의 앞부분은 비음주군에 섞인 금주자와 건강한 사용자 편향으로 상당 부분 설명되며, 유전 기반 분석에서는 소량 음주의 보호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 암 위험은 소량에서도 올라간다.
  • 근거 등급 — [코호트]와 유전 기반 분석. 알코올의 발암성은 국제 분류로 확립돼 있고, 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 효소 변이와 식도암 위험 증가는 동아시아 인구 연구에서 반복 보고됐다.
  • 내가 할 것 — 건강을 이유로 마시지 않는다. 얼굴이 빨개지는 체질이면 위험이 더 크다는 것을 결정에 반영한다. 총량과 함께 폭음 빈도를 줄인다.
  • 모르는 것 — 개인별 안전 상한을 정할 방법이 없다. 소량 음주의 사회적·정신적 이득을 건강 위험과 어떻게 저울질할지는 근거가 아니라 가치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