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간 — 술을 안 마셔도 생기는 간
가장 흔하고 가장 조용한 간질환
지방간 — 술을 안 마셔도 생기는 간
가장 흔하고 가장 조용한 간질환 | 건강 설계 200 19화
검진 결과지에서 가장 흔한 한 줄
건강검진 초음파 소견에 "지방간"이 적혀 나오는 일은 매우 흔하다. 그리고 대부분 이렇게 넘어간다. "술 좀 줄이세요." 술을 안 마신다고 하면 "그럼 살 좀 빼세요."
이 대화에서 빠진 것이 많다. 지방간은 단일한 상태가 아니라 범위가 넓은 스펙트럼의 입구이고, 그 스펙트럼 안에서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예후가 완전히 다르다.
이름이 바뀌고 있다
오랫동안 이 상태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으로 불렸다. 술이 아닌 원인이라는 뜻인데, 무엇이 아닌지로 정의하는 이름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그래서 최근 국제적으로 대사 이상과 연관된 지방간이라는 방향으로 명칭이 바뀌고 있다. 이름의 변화는 단순한 용어 정리가 아니라 관점의 이동이다. 지방간을 간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전신 대사 이상의 간 쪽 표현으로 본다는 뜻이다. 13화의 이소성 지방 개념과 정확히 맞물린다.
스펙트럼의 단계
- 단순 지방간 — 간세포에 지방이 쌓였지만 염증과 손상이 뚜렷하지 않은 상태. 이 단계에서는 간 관련 예후가 비교적 양호하다.
- 지방간염 — 지방에 더해 염증과 간세포 손상이 있는 상태. 여기서부터 섬유화가 진행한다.
- 섬유화 — 손상과 회복이 반복되며 흉터 조직이 쌓인다. 단계로 나눠 평가한다.
- 간경변 — 섬유화가 광범위해져 간 구조가 바뀐 상태. 간부전, 문맥압 항진, 간암 위험이 크게 올라간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 장기 예후를 가장 잘 예측하는 것은 지방의 양이 아니라 섬유화의 단계다. 지방이 많아도 섬유화가 없으면 간 관련 위험은 낮고, 지방이 적어도 섬유화가 진행했으면 위험이 높다.
그런데 가장 많이 죽는 원인은 간이 아니다
지방간이 있는 사람의 사망 원인을 보면, 간질환보다 심혈관질환이 앞선다. 이것이 이 화가 2부에 있는 이유다.
지방간은 인슐린 저항성·이상지질혈증·고혈압과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13화). 그래서 간을 걱정해야 할 상황보다 심혈관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 훨씬 흔하다. 지방간 진단을 받았다면 간 수치만 볼 것이 아니라 혈압·지질·혈당을 함께 봐야 한다는 실용적 결론이 여기서 나온다.
왜 조용한가
간은 증상을 늦게 낸다. 통증 신경이 간 실질에는 거의 없고, 기능 예비력이 커서 상당히 진행할 때까지 일상에 지장이 없다.
그래서 피로감 같은 비특이적 증상 외에는 신호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이 안 좋으면 피곤하다"는 말은 참이지만 역은 아니다. 피로의 원인은 훨씬 흔한 것들(수면, 빈혈, 갑상선, 우울)이 먼저다.
어떻게 발견하나
초음파 — 가장 널리 쓰인다. 비침습적이고 비용이 낮다. 다만 지방 침착이 어느 정도 이상일 때 잡히고, 섬유화 정도는 잘 구분하지 못한다.
간 수치(ALT·AST) — 여기에 중요한 함정이 있다. 간 수치가 정상이어도 지방간과 섬유화가 있을 수 있다. 수치가 정상이라는 것이 간이 괜찮다는 뜻이 아니다. 반대로 수치가 조금 높다고 해서 곧바로 심각한 것도 아니다.
섬유화 추정 지표 — 나이와 몇 가지 혈액 수치를 조합해 섬유화 위험을 추정하는 지수들이 널리 쓰인다. 이미 있는 검사값으로 계산되므로 추가 비용이 거의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선별 목적으로 유용하고, 높게 나오면 추가 평가로 넘어간다.
간 탄성도 검사 — 초음파 기반으로 간의 굳기를 재서 섬유화를 추정한다. 비침습적이면서 섬유화 정보를 준다.
조직검사 — 확진의 기준이지만 침습적이라 선별에는 쓰지 않는다.
술과의 관계
술을 안 마셔도 생긴다는 것이 이 화의 제목이지만, 술이 무관하다는 뜻은 아니다. 대사 이상과 음주는 함께 작용하고, 둘이 겹치면 위험이 더 크게 올라간다.
그래서 "나는 대사성 지방간이니 술은 상관없다"는 해석은 틀렸다. 지방간이 있는 사람에게 음주 절제는 여전히 우선순위가 높은 항목이다(41화).
무엇이 효과가 있나
체중 감량이 현재까지 가장 근거가 두꺼운 개입이다. 감량 폭에 따라 단계적으로 개선되는 것으로 보고돼 왔다. 대략의 감각은 이렇다.
- 적은 폭의 감량 — 간 지방이 줄기 시작한다
- 중간 폭 — 지방간염 개선이 보고된다
- 큰 폭 — 섬유화 개선까지 관찰된 연구들이 있다
운동은 체중이 줄지 않아도 간 지방을 줄인다. 유산소와 근력 모두에서 효과가 보고됐다. 이것이 실용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체중 감량이 어려운 사람도 시작할 지점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식사 요인. 과당이 많은 음료, 초가공식품, 과도한 정제 탄수화물이 간 지방 축적과 연관된다는 근거가 상대적으로 두껍다(40·43화). 특정 식단이 다른 식단보다 우월하다는 강한 근거는 아직 제한적이고, 에너지 균형과 지속 가능성이 더 중요하다는 쪽으로 정리되는 중이다.
커피. 커피 섭취와 간질환 진행 위험의 역상관이 여러 관찰연구에서 반복 보고됐다(42화). 다만 [코호트] 수준이고, 치료로 권하는 단계는 아니다.
보충제. 여러 후보가 연구됐지만 결말을 바꾸는 근거는 제한적이다. 여기서 명제 ②가 적용된다 — 기전만으로 권하지 않는다.
약은 어디까지 왔나
이 영역은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사 개선 계열 약제들에서 간 지표 개선이 보고됐고, 지방간염을 표적으로 한 약제 개발도 진행 중이다.
다만 이 시리즈의 규칙상 구체적 약제와 승인 상태는 적지 않는다. 가장 빨리 낡는 정보이고, 개인의 적응증 판단은 진료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알아 둘 것은 하나다 — 약이 나와도 체중·활동·음주라는 앞의 순서가 면제되지 않는다(명제 ⑥).
마른 사람의 지방간
체질량지수가 정상인데 지방간이 있는 경우가 있고, 동아시아 인구에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보고가 있다. 15화·18화와 같은 맥락이다.
이 경우에도 접근은 크게 다르지 않다. 내장지방과 근육량, 활동량, 음주, 정제 탄수화물 섭취를 본다. 다만 체중 감량을 목표로 잡기 어렵다는 점에서, 운동과 식단 구성 쪽에 비중이 더 실린다.
한 가지 덧붙이면, 마른 사람에게 지방간이 있을 때는 다른 원인(약물, 바이러스 간염, 유전 대사 질환, 갑상선 등)의 감별이 상대적으로 더 필요하다.
정리
- 핵심 — 지방간은 전신 대사 이상의 간 쪽 표현이고, 장기 예후를 가르는 것은 지방의 양이 아니라 섬유화 단계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망하는 원인은 간이 아니라 심혈관이다.
- 근거 등급 — [RCT] 체중 감량과 운동이 간 지방을 줄인다는 것은 무작위배정 시험으로 확인됐다. 섬유화 개선까지의 근거는 감량 폭이 클 때 [RCT]로 보고됐다. 커피의 보호 연관은 [코호트]다.
- 내가 할 것 — 지방간 소견을 받으면 간 수치만 보지 말고 혈압·지질·혈당을 함께 본다. 간 수치가 정상이라고 안심하지 않는다. 섬유화 위험 추정 지표에 대해 진료실에서 물어본다.
- 모르는 것 — 어떤 사람이 단순 지방간에 머물고 어떤 사람이 섬유화로 진행하는지 예측하는 방법은 아직 불완전하다. 특정 식단의 우월성에 대한 근거도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