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URANCE RESEARCH · 건강 설계

한국인의 당뇨 — 마른 몸에 오는 형

서구 기준을 그대로 쓰면 절반을 놓친다

약 4분 읽기 · Updated 202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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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당뇨 — 마른 몸에 오는 형

서구 기준을 그대로 쓰면 절반을 놓친다 | 건강 설계 200 15화

같은 병, 다른 얼굴

당뇨에 대한 이미지가 하나 있다. 비만한 중년, 눈에 띄게 큰 체구. 서구의 역학에서 만들어진 그림이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는 이 그림이 자주 어긋난다. 체질량지수가 정상 범위인 사람에게 제2형 당뇨가 오는 비율이 서구보다 높다. 진단 시점의 평균 체중이 낮고, 같은 체질량지수에서 당뇨 유병률이 더 높다는 관찰이 여러 나라 자료에서 일관되게 보고돼 왔다.

이것은 "동아시아인이 더 건강하지 못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당뇨가 오는 경로가 다르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 차이는 개인의 판단에 직접 영향을 준다.

두 개의 축 — 저항성과 분비능

제2형 당뇨는 두 가지가 겹쳐야 발현한다.

  1. 인슐린 저항성 — 신호가 안 먹히는 상태(13화)
  2. 베타세포의 분비능 저하 — 보상하지 못하는 상태

저항성이 아무리 심해도 췌장이 충분히 보상하면 혈당은 정상으로 유지된다. 실제로 고도비만이면서 평생 당뇨가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 반대로 저항성이 심하지 않아도 분비능이 원래 낮으면 적은 부하에서도 무너진다.

동아시아인 집단에서 반복 관찰된 것이 후자다. 평균적으로 인슐린 분비 예비능이 낮은 경향이 보고돼 왔다. 그래서 서구인이라면 견뎠을 정도의 대사 부하에서도 혈당 이상이 나타난다.

저장 용량 가설

13화의 이소성 지방 개념으로 다시 설명할 수 있다.

지방조직의 저장 용량이 크면, 잉여 에너지가 지방조직 안에 안전하게 담긴다. 겉보기에 비만하지만 간·근육·췌장에는 지방이 덜 낀다. 저장 용량이 작으면, 체중이 크게 늘기 전에 이미 잉여가 넘쳐 이소성 지방이 된다. 밖으로 보이는 크기와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다르다.

동아시아인 집단에서 같은 체질량지수라도 내장지방 비율이 높은 경향이 보고돼 왔고, 이는 저장 용량 가설과 맞물린다. 이 때문에 체질량지수 하나로 대사 위험을 판단하는 것이 특히 부정확한 인구가 된다.

그래서 무엇을 봐야 하나

체질량지수 대신, 혹은 함께 봐야 할 것들이다.

  • 허리둘레 — 내장지방의 간접 지표. 가장 싸고 유용하다(18화). 동아시아 기준은 서구보다 낮게 설정되어 있으며, 국내 학회들이 별도 기준을 제시한다.
  • 허리-키 비율 — 키의 절반을 넘는지를 보는 단순 지표. 여러 인구에서 체질량지수보다 대사 위험 예측이 낫다는 보고가 있다.
  • 간 초음파와 간 수치 — 지방간 여부(19화)
  • 중성지방/HDL 비
  • 식후 혈당 또는 당부하검사 — 공복만 보면 놓친다(14·17화)

"체중이 정상이니 괜찮다"는 판단이 이 인구에서 특히 위험하다. 마른 체형에 배만 나온 형태, 이른바 마른 비만은 겉보기 지표로는 잡히지 않는다.

가족력의 무게

분비능은 유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부모나 형제에게 제2형 당뇨가 있으면 본인의 위험이 뚜렷하게 높아진다.

여기서 자주 나오는 오해가 있다. "유전이니 어쩔 수 없다." 사실은 반대다.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일수록 생활 요인의 영향이 크게 나타난다. 대규모 당뇨 예방 시험들에서 생활습관 개입이 발병을 상당 폭 낮췄고, 그 효과는 위험이 높은 사람에게서 절대값으로 더 컸다(4화의 산수와 같은 구조다).

가족력은 포기의 이유가 아니라 조기 개입의 이유다.

한국 식단이라는 변수

한국 식단은 대사 관점에서 양면이 있다.

유리한 쪽. 채소 섭취량이 많고, 발효식품이 있고, 조리에 물을 많이 쓰며, 전통적으로 가공식품 비중이 낮았다.

불리한 쪽. 정제 탄수화물 비중이 높다. 흰쌀밥·면·빵이 주요 열량원이고, 국물 문화로 나트륨 섭취가 세계적으로 높은 편이다(39화). 그리고 지난 수십 년간 가공식품과 외식, 음주가 빠르게 늘었다.

특히 음주는 한국 남성 대사 위험의 큰 축이다. 술 자체의 열량, 안주, 간에 미치는 영향, 수면 방해가 함께 작동한다(41·89화).

여기에 근무 시간과 좌식 시간, 그리고 짧은 수면이 겹친다. 한국의 평균 수면 시간이 짧은 편이라는 것은 여러 국제 비교에서 반복 지적됐고, 수면 부족은 인슐린 감수성을 직접 떨어뜨린다(82화).

전 단계에서 잡는 것의 값

당뇨는 어느 날 갑자기 시작하지 않는다. 혈당이 진단 기준에 못 미치지만 정상보다 높은 구간이 몇 년 이어진다. 이 구간을 당뇨 전 단계라 부른다.

여기서 두 가지를 알아야 한다.

첫째, 이 구간에서의 개입 효과가 가장 크다. 대규모 예방 시험에서 식사·운동 중심의 생활습관 개입이 당뇨 발병을 크게 낮췄고, 여러 연구에서 약물보다 나은 결과를 보였다. 예방의학에서 이만큼 근거가 두꺼운 자리는 드물다.

둘째, 이 구간은 이미 혈관 손상이 진행 중인 구간이다. 전 단계에서도 심혈관 위험이 정상군보다 높다는 관찰이 일관된다. "아직 당뇨는 아니다"가 "아직 아무 일도 없다"는 뜻이 아니다.

진단이 늦어지는 구조

한국의 국가건강검진은 접근성이 좋은 편이지만, 기본 항목은 대체로 공복혈당 중심이다. 14화에서 본 대로 공복혈당은 마지막에 나빠지는 지표다.

그래서 다음에 해당하면 공복혈당만으로 안심하지 않는 편이 낫다.

  • 직계 가족에 당뇨가 있다
  • 허리둘레가 기준을 넘는다
  • 지방간이 있다고 들었다
  • 임신성 당뇨를 겪은 적이 있다(174화)
  •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있다(172화)
  • 혈압이나 중성지방이 경계에 있다

이 경우 당화혈색소나 당부하검사를 함께 확인할 가치가 있다. 다만 이것은 검사 권고가 아니라 진료실에서 물어볼 질문이다(명제 ①).

체형이 다르면 조언도 달라진다

이 화의 실용적 결론은 조언의 우선순위가 체형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과체중·비만하며 대사 이상이 있는 경우 — 체중 감량이 가장 큰 지렛대다. 간과 췌장의 지방을 줄이는 정도의 감량에서 지표가 크게 움직인다(13·24화).

정상 체중인데 대사 이상이 있는 경우 — 체중계 숫자를 목표로 삼으면 방향을 잃는다. 여기서는 근육량과 활동량, 그리고 내장지방이 목표가 된다. 근력 운동으로 포도당 창고를 늘리고, 앉아 있는 시간을 끊고, 정제 탄수화물의 비중을 조정하는 쪽이 우선이다(58·66화).

정상 체중이고 지표도 정상인 경우 — 유지가 목표다. 다만 가족력이 있으면 30대부터 추세를 기록해 두는 것이 값이 크다. 한 시점의 값보다 10년치 기울기가 훨씬 많은 것을 말해 준다.

세 경우 모두에서 공통되는 것이 하나 있다. 근육은 나이가 들수록 저절로 줄고, 줄어든 근육은 대사 부하를 그대로 혈당으로 돌린다. 그래서 4부(운동)에서 근력을 대사 이야기로 다시 다룬다.

정리

  • 핵심 — 동아시아 인구에서는 인슐린 분비 예비능이 낮은 경향 때문에 낮은 체중에서도 당뇨가 온다. 체질량지수 하나로 대사 위험을 판단하면 상당수를 놓친다.
  • 근거 등급 — [코호트] 같은 체질량지수에서 유병률이 더 높다는 관찰과 분비능 차이는 여러 인구 연구에서 일관되게 보고됐다. 전 단계에서의 생활습관 개입 효과는 [RCT]다.
  • 내가 할 것 — 체중이 정상이어도 허리둘레·허리키비율·지방간·중성지방을 함께 본다. 가족력이 있으면 공복혈당 하나로 안심하지 않는다.
  • 모르는 것 — 분비능 차이의 원인이 유전인지, 태아기·성장기 환경인지, 둘의 상호작용인지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개인의 분비 예비능을 간단히 재는 방법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