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URANCE RESEARCH · 죽음 설계

가족 진술로 추정하는 의사 — 가장 위험한 경로

기억은 이해관계를 따라 굴절된다

약 4분 읽기 · Updated 202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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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진술로 추정하는 의사 — 가장 위험한 경로

기억은 이해관계를 따라 굴절된다 | 죽음 설계 52화

이 경로가 존재하는 이유

본인이 문서를 남기지 않았고 의사를 표현할 수도 없는 상태. 이것이 실제로 가장 흔한 상황이다.

이 경우를 위해 가족의 진술로 본인의 의사를 추정하는 경로가 마련되어 있다[등급 A — 이런 경로가 존재한다는 것. 구체 요건·인원·서식은 법령과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안내로 확인 — [미확인]].

이 경로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므로 필요한 장치다. 동시에 가장 문제가 많이 생기는 자리다.

구조

일반적으로 두 갈래가 있다[미확인 — 정확한 요건은 조문 확인].

① 의사의 추정. 가족이 본인의 평소 의사를 진술하고, 그것이 일정 요건을 갖추면 본인의 의사로 추정한다.

② 가족 전원의 합의. 추정할 근거조차 없을 때, 정해진 범위의 가족이 합의하는 경로.

②는 본인의 의사가 아니라 가족의 결정이다. 이 차이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함정 ① — 기억은 만들어진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다. "아버지가 평소에 뭐라고 하셨나"에 대한 답은 정확한 기록이 아니라 기억이고, 기억은 재구성된다.

그리고 재구성은 중립적이지 않다.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기울고,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울며, 자기 이해관계를 따라 기운다. 악의가 없어도 그렇게 된다.

실제로 자주 벌어지는 일이 있다. 같은 부모에 대해 형제가 서로 다른 진술을 하는 것. 한 사람은 "기계는 싫다고 하셨다"고 하고 다른 사람은 "끝까지 살고 싶다고 하셨다"고 한다. 둘 다 거짓말이 아닐 수 있다.

함정 ② — 이해관계가 개입한다

말하기 불편하지만 적어야 한다. 임종기 결정에는 이해관계가 있다.

  • 간병 부담을 지는 사람과 지지 않는 사람
  • 치료비를 대는 사람과 대지 않는 사람
  • 상속에 관계된 사람
  • 관계가 좋았던 사람과 나빴던 사람

이 위치들이 진술의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리고 그 영향은 본인도 인식하지 못하는 형태로 온다.

함정 ③ — 가족 사이의 힘 관계

전원 합의가 필요한 구조에서는 한 사람의 반대로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한 사람이 되는 것은 대개 죄책감이 가장 큰 사람이다.

반대로 발언권이 강한 한 사람의 뜻이 전체 결정이 되는 경우도 있다. 형제 중 장남, 경제적으로 부양한 사람, 의료 지식이 있는 사람.

본인의 뜻이 가족의 역학 구조를 통과하며 굴절된다.

함정 ④ — 누가 가족인가

법이 정하는 가족의 범위와 실제 관계가 다를 수 있다[미확인 — 범위와 순위는 조문 확인].

문제가 되는 경우들이다.

  • 오랫동안 연락이 끊긴 자녀가 결정권을 갖는 경우
  • 실제로 돌본 사람(사실혼 배우자, 며느리, 친구)이 결정에서 배제되는 경우
  • 법적 가족이 아닌 동반자(115화)
  • 가족이 아예 없는 경우(112·113화)

두 번째와 세 번째가 실무에서 특히 아프다. 몇 년을 간병한 사람이 아무 권한이 없고, 십 년간 안 본 사람이 결정한다.

그래서 결론은 하나다

이 화의 결론은 단순하다. 이 경로에 의존하지 않는 것.

본인의 문서가 있으면 이 모든 함정이 대부분 무력화된다. 문서는 기억처럼 굴절되지 않고, 이해관계에 흔들리지 않으며, 힘 관계를 통과하지 않는다.

49화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가성비를 말했을 때, 그 근거의 절반이 이 화의 내용이다. 문서 한 장이 이 모든 것을 막는다.

문서가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

이미 그 상황에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실무적 조언 몇 가지다.

① 진술을 개인이 아니라 자리로 만든다. 각자 따로 의사에게 말하는 대신, 가족이 함께 모여 이야기한다. 서로 다른 기억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드러난다.

② 근거를 찾는다. 본인이 남긴 흔적이 있는지 본다 — 다른 사람의 임종을 보고 한 말, 종교적 신념, 메모, 대화를 들은 제3자. "아버지가 큰아버지 돌아가실 때 뭐라고 하셨더라"가 유용한 질문이다.

③ 기준을 바꾼다. "아버지가 무엇을 원하셨을까"가 답이 안 나오면, "아버지라면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셨을까"로 바꾼다. 대개 이 질문의 답은 일치한다 — 자식들이 다투지 않기를 원했을 것이다.

④ 결정을 나눈다. 한 사람이 결정하면 그 사람이 평생 책임진다. 함께 결정하고 그 사실을 기록한다.

대체판단과 최선의 이익

윤리학에서는 두 기준을 구별한다(53화에서 자세히).

대체판단(substituted judgment) — 본인이라면 무엇을 선택했을지를 추정한다. 최선의 이익(best interest) — 본인에게 무엇이 가장 좋은지를 판단한다.

법적 경로는 첫 번째를 지향하지만, 근거가 없으면 두 번째로 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두 번째는 사실상 가족의 가치관이 기준이 된다.

이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낫다. 추정이라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결정하고 있는 상태보다, 결정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편이 정직하고, 나중에 덜 괴롭다.

진술의 신뢰도를 높이는 기록

문서를 남기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차선이 있다. 본인이 한 말을 그때그때 기록해 두는 것이다.

형식은 간단하다. 날짜, 상황, 들은 말, 함께 있던 사람. 예를 들면 이렇다.

2026-03-14, 큰아버지 장례 다녀오는 차 안. "나는 저렇게 오래 누워 있는 건 못 견딘다. 그럴 바에는 그냥 보내 달라." 어머니와 나 동석.

이런 기록이 몇 개 있으면 추정의 근거가 크게 달라진다. 한 사람의 기억이 아니라 시점과 맥락이 있는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형제 사이의 진술이 갈릴 때 이것이 조정의 근거가 된다.

기록을 남길 때 지켜야 할 것이 하나 있다. 각색하지 않는다. 들은 대로 적고, 해석은 따로 적는다. 해석이 섞인 기록은 나중에 신뢰를 잃는다.

형제 사이에 의견이 갈릴 때

추정 경로에서 가장 자주 벌어지는 실제 상황은 형제 간 불일치다. 한 사람은 그만하자고 하고, 한 사람은 끝까지 하자고 한다. 그리고 대개 이 대립은 의학적 견해 차이가 아니다.

밑에 깔린 것은 대체로 셋 중 하나다. ① 죄책감의 불균형 — 그동안 덜 돌본 사람이 더 강하게 "계속"을 주장하는 경향이 반복 관찰된다. 마지막에라도 다 했다는 증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② 정보의 불균형 — 곁을 지킨 사람은 경과를 알고, 멀리 있던 사람은 마지막 장면만 본다. ③ 오래된 서열 — 누가 결정권을 갖느냐가 형제 관계의 오래된 문제와 겹친다.

원인이 이렇다면 대응도 달라진다. 의학적 설득으로는 풀리지 않는다.

  • 정보를 같은 수준으로 맞춘다. 면담에 함께 들어가거나, 기록을 공유한다(198화).
  • 돌봄의 기여를 말로 인정한다. "형이 못 온 건 어쩔 수 없었다"는 한 문장이 대립을 크게 낮춘다.
  • 결정권자를 미리 정해 둔다. 이건 본인이 살아 있을 때만 가능하다(66화).
  • 막히면 제3자를 넣는다. 완화의료팀, 사회복지사, 윤리 자문. 가족끼리 풀리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오늘의 실행

  1. 이 경로를 쓰지 않게 만든다. 부모의 문서를 확보하는 것이 이 화의 유일한 결론이다.
  2. 이미 그 상황이면 가족이 함께 모여 진술한다. 따로 말하면 어긋난다.
  3. "아버지라면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셨을까"로 질문을 바꿔 본다. 답이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다음 화에서는 대리결정의 윤리 — 남을 대신해 결정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