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과정에 있는 환자' — 모든 절차의 관문
이 판단 이전과 이후는 완전히 다른 세계다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 — 모든 절차의 관문
이 판단 이전과 이후는 완전히 다른 세계다 | 죽음 설계 51화
왜 이 판단이 관문인가
48화에서 본 것처럼, 연명의료의 유보·중단은 임종과정에 있다고 판단된 환자에 대해 이루어진다. 그래서 이 판단이 모든 절차의 문이다.
판단 이전에는 사전 문서가 있어도 그 경로가 열리지 않는다. 판단 이후에는 열린다. 한 번의 판단으로 세계가 갈린다.
누가 판단하나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의 판단이 필요하다[등급 A — 복수의 의사가 관여하는 구조. 구체 요건과 인원은 법령·서식 확인 — [미확인]].
이 구조가 안전장치다. 한 사람의 판단으로 이루어지지 않게 설계되어 있다.
무엇을 보고 판단하나
'임종과정'은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상태를 의미하는 개념이다[등급 A — 개념 수준. 정확한 법률상 정의는 조문 확인 — [미확인]].
여기서 실무적으로 중요한 것은 '사망에 임박'이라는 요소다. 회복 불가능하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시간적으로 가까워야 한다.
이 요건이 만드는 문제
30화에서 본 예후 예측의 부정확성이 여기서 정면으로 부딪친다. 언제부터 임종과정인지를 정확히 아는 방법이 없다.
그 결과 실무에서 몇 가지 문제가 생긴다.
① 판단이 늦다.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리면 대개 마지막 며칠이 된다. 그 시점에는 이미 여러 처치가 시작되어 있다.
② 의료진이 부담을 느낀다. 판단이 틀릴 가능성이 있고, 그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③ 지속적 식물상태는 대상이 아닐 수 있다. 회복 불가능하지만 사망이 임박하지 않은 상태 — 예를 들어 안정적인 지속적 식물상태 — 는 이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등급 B — 이 문제는 제도 설계에서 논쟁적인 부분이다]. 그래서 이 상태의 환자는 이 법의 경로로 다루기 어렵다.
③이 남기는 현실
이것이 이 법의 가장 큰 실무적 한계다. 가족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 — 몇 년째 의식 없이 기계로 유지되는 상태 — 는 이 법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시리즈가 37화에서 반복한 결론이 다시 나온다. 시작하지 않는 것이 중단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 사전 문서의 실질적 힘은 중단이 아니라 유보에서 나온다.
가족이 할 수 있는 일
이 판단은 의학적 판단이므로 가족이 정할 수 없다. 다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① 묻는다. "지금 임종과정에 해당하는 상태입니까? 아니라면 어떤 조건이 되면 그렇게 판단됩니까?"
② 미리 준비한다. 판단이 이루어지면 곧바로 절차가 필요하다. 본인의 의사를 확인할 자료(의향서, 자유 서술, 가족이 들은 말)를 미리 정리해 둔다.
③ 판단 이전 구간의 결정을 별도로 다룬다. 이 구간은 제도 밖이므로 의료진과의 협의로 결정된다. 41화에서 본 돌봄 목표 면담이 이 자리에서 작동한다.
판단 이전 구간을 다루는 법
이 시리즈에서 반복해서 강조하는 부분이다. 실제 결정의 대부분이 이 구간에서 일어난다.
이 구간에서 쓸 수 있는 도구들을 모아 둔다.
- 돌봄 목표 설정(41화) — 개별 처치가 아니라 방향을 정한다
- 시한부 시도(35화) — 기간과 판단 기준을 정하고 시작한다
- 시작 시 종료 조건 합의(37화) — 모든 장기 유지 치료에 적용
- 가족 면담의 기록 요청 — 담당자가 바뀌어도 전제가 유지된다
- 자유 서술 의사표시(49화) — 법적 효력과 별개로 판단의 근거
이 다섯이 제도의 공백을 메우는 실질적 장치다.
판단 후에 벌어지는 일
임종과정 판단이 이루어지면 절차가 진행된다[미확인 — 구체 절차와 서식은 확인 필요].
- 본인의 의사를 확인한다(문서 또는 가족 진술을 통한 추정)
- 서식을 작성한다
- 중단·유보할 항목을 정한다
- 기록에 남긴다
여기서 가족이 알아야 할 것은, 이것이 즉시 사망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명의료를 하지 않을 뿐 돌봄은 계속된다. 그리고 시간은 며칠에서 몇 주가 될 수 있다.
이 화의 실무적 결론
두 문장으로 정리한다.
첫째, 임종과정 판단은 관문이고 그 판단은 늦게 온다. 그러므로 그 이전 구간을 다룰 도구를 따로 갖춰야 한다.
둘째, 유보가 중단보다 쉽다. 그러므로 사전 문서의 가치는 무엇을 멈추게 하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시작하지 않게 하는가에 있다.
판단을 기다리는 동안의 시간
임종과정 판단을 기다리는 며칠이나 몇 주는 가족에게 특별히 힘든 시간이다.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채 상태만 나빠지기 때문이다.
이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을 적어 둔다. 무력하게 기다리지 않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 의사 확인 자료를 정리한다. 문서, 자유 서술, 본인이 한 말의 기록.
- 가족 사이의 합의를 만든다. 판단이 나오면 곧바로 결정해야 한다.
- 연락망을 정리한다. 누가 누구에게 알릴지(29화).
- 장례의 큰 틀만 정한다. 세부는 나중에도 되지만 형식과 규모는 미리 정해 두면 72시간이 훨씬 수월하다(6부).
- 작별의 시간을 만든다. 말할 수 있는 상태라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마지막 항목이 가장 중요하다. 판단이 나온 뒤에는 대개 대화가 불가능하다.
관문 앞에서 쓸 수 있는 다른 문
이 판단이 내려지기 전 구간이 길다는 것이 이 제도의 실무적 약점이다. 그런데 그 구간에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니다. 법이 정한 문은 하나지만, 의료가 쓰는 문은 여럿이다.
- 돌봄 목표 면담. 법적 절차가 아니라 진료의 일부다. "지금부터는 무엇을 목표로 할 것인가"를 정하는 자리이고, 임종과정 판단 없이도 요청할 수 있다(41화).
- 시한부 시도. 기간과 평가 지표를 정해 두고 시작하는 처치(35·37화). 판단이 내려지지 않아도 방향 전환이 가능해진다.
- 완화의료 자문. 치료를 계속하면서도 연결된다(46화). 가장 이른 시점에 쓸 수 있는 문이다.
- 처치별 개별 결정. 소생술, 승압제, 투석, 수혈은 각각 별개의 결정이다. 전부냐 아니냐가 아니다.
핵심은 이렇다. "아직 임종과정이 아니다"는 답이 "아무것도 정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이 구분을 모르면 가족은 관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고, 열렸을 때는 이미 결정할 것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
관문을 기다리는 동안 가족이 할 일
판단이 내려지기를 기다리는 시간은 무력하게 느껴지지만, 그 시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본인의 뜻을 확인하고 기록하는 것(52화), 가족 사이의 이견을 미리 좁히는 것(52화 보강), 면담을 요청해 경과를 같은 수준으로 공유하는 것(35화 보강). 관문이 열렸을 때 결정은 몇 시간 안에 이뤄진다. 그 몇 시간에 처음 논의를 시작하면 늦는다.
오늘의 실행
- "지금 임종과정에 해당합니까"를 물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아니라면 어떤 조건에서 그렇게 되는지도.
- 판단 이전 구간의 다섯 가지 도구를 익힌다. 실제 결정의 대부분이 여기서 일어난다.
- 유보에 집중한다. 시작하지 않는 것이 멈추는 것보다 훨씬 쉽다.
다음 화에서는 본인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을 때 — 가족의 진술로 추정하는 경로와 그 함정을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