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계획서 — 환자가 된 뒤에 쓰는 문서
의향서와 무엇이 다르고, 왜 둘 다 필요한가
연명의료계획서 — 환자가 된 뒤에 쓰는 문서
의향서와 무엇이 다르고, 왜 둘 다 필요한가 | 죽음 설계 50화
두 문서의 위치
49화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건강할 때 미래를 위해 쓰는 문서라면, 연명의료계획서는 이미 말기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해 작성되는 문서다[등급 A — 성격의 구분. 구체 요건은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현행 안내 확인 — [미확인]].
차이를 표로 잡으면 이렇다.
| 사전연명의료의향서 | 연명의료계획서 | |
|---|---|---|
| 언제 | 건강할 때 | 말기·임종과정 진단 후 |
| 누가 작성 | 본인이 직접 | 담당 의사가 작성 |
| 어디서 | 지정 등록기관 | 의료기관 |
| 전제 | 없음 | 진단이 있어야 함 |
왜 두 개가 필요한가
의향서가 있는데 왜 또 쓰는가. 이유가 있다.
① 구체성이 다르다. 의향서는 미래의 가상 상황에 대한 것이고, 계획서는 지금 이 환자의 실제 상황에 대한 것이다. 병명과 상태가 확정된 상태에서 훨씬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다.
② 의료진의 관여가 다르다. 계획서는 담당 의사가 환자와 상담하며 작성한다. 그래서 의학적 상황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한 결정이 된다.
③ 현장 적용이 다르다. 이 환자의 진료 기록에 직접 연결되어 있으므로 적용이 더 직접적이다.
언제 작성하게 되나
대개 말기 진단이 이루어진 시점 이후다. 담당 의사가 제안하거나, 환자·가족이 요청할 수 있다.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화의 실무적 핵심 하나는 이것이다 — 말기 진단을 받았다면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고 싶다"고 먼저 말할 수 있다.
작성 시점의 문제
여기에 딜레마가 있다. 작성하려면 본인이 판단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말기 진단 후 시간이 지날수록 그 능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32화에서 본 구간 구분이 여기서 다시 나온다. 치료 안정기(②구간)가 이 문서를 만들 시점이다. 급격한 악화가 시작된 뒤에는 어렵다.
"아직 이르다"고 미루면 대개 늦는다. 이 문서는 작성한다고 해서 치료를 그만두는 것이 아니고, 언제든 변경할 수 있다.
본인이 작성할 수 없는 상태라면
의식이 없거나 판단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는 다른 경로가 적용된다.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는 방법이 법에 정해져 있고, 그중 하나가 가족의 진술을 통한 추정이다(52화).
이 경로는 요건이 까다롭고, 실무에서 가장 문제가 많이 생기는 자리다. 그래서 본인이 쓸 수 있을 때 쓰는 것이 압도적으로 낫다.
POLST 계열과의 비교
국제적으로는 POLST(Physician Orders for Life-Sustaining Treatment) 계열의 문서가 있다. 의사의 지시(order) 형태라는 것이 특징이다[등급 A — 개념 수준].
이 형태의 장점은 응급 현장에서 즉시 작동한다는 것이다. 구급대원이 그 문서를 보고 소생술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36화에서 본 문제 — 119를 부르면 소생술이 시작된다 — 를 이 형태가 해결한다. 한국에서 병원 밖 응급 상황에 이런 경로가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확인이 필요하다[미확인 — 국내 응급의료체계에서의 적용 범위 확인 필요].
계획서에 담기는 내용
[미확인 — 정확한 항목은 서식으로 확인]
일반적으로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같은 항목과 호스피스 이용 의사가 포함되는 구조다.
여기서도 49화에서 말한 것이 적용된다. 서식이 다루지 않는 항목은 자유 서술로 남긴다. 그리고 계획서 작성 상담 때 그 내용을 함께 이야기하면, 담당 의사가 진료 기록에 남길 수 있다.
가족이 함께 있어야 하는 이유
계획서 작성 상담에 가족이 함께 있는 것이 좋다. 이유가 셋이다.
① 나중에 다툼이 없다. "아버지가 그런 뜻이었을 리 없다"는 주장이 나오지 않는다. ② 가족도 상황을 정확히 이해한다. 같은 설명을 함께 듣는다(41화). ③ 본인이 가족을 배려해 다르게 답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다만 이 항목은 양날이다 — 가족이 있어서 본심을 말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③ 때문에 실무에서는 일부 시간을 본인과 의료진만 있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23화에서 본 "짐이 되고 싶지 않다"의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변경과 철회
의향서와 마찬가지로 언제든 변경·철회할 수 있다[등급 A]. 상태가 달라지거나 마음이 바뀌면 다시 작성한다.
실제로 마음은 바뀐다. 그리고 바뀌는 것이 정상이다. 건강할 때 "기계는 싫다"고 했던 사람이 실제 상황에서 "조금만 더"라고 하는 것은 배신이 아니라 인간적인 일이다.
그래서 이 문서들의 목적을 다시 정리하면 이렇다. 미래를 고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뜻을 기록해 두어 나중에 아무도 짐작하지 않게 하는 것.
요양병원·요양시설에 있는 경우
실무 정보 하나.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에 대해서도 이 문서의 작성이 가능한지, 그 기관이 관련 절차를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미확인 — 기관별 확인].
5화에서 본 것과 연결된다. 요양병원 입원 시 "상태가 나빠지면 어떻게 하십니까"를 묻는 것에 이 항목도 포함시킨다.
두 문서가 충돌하면
드물지만 생기는 상황이다. 예전에 쓴 의향서와 최근에 작성한 계획서의 내용이 다를 때.
원칙은 나중 것이, 그리고 더 구체적인 상황을 전제한 것이 우선한다는 방향이다[미확인 — 실제 적용의 우선순위는 법령과 담당 기관의 해석을 확인해야 한다].
논리는 이해할 만하다. 건강할 때의 추상적 판단보다, 실제 병을 앓으며 상황을 알고 내린 판단이 본인의 진의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실무의 권고는 이렇다. 말기 진단을 받으면 예전 의향서를 다시 꺼내 확인한다. 그리고 마음이 바뀌었으면 갱신한다. 예전 문서가 그대로 남아 있으면 가족이 혼란스러워하고, 그 혼란이 다툼이 된다.
이 문서를 쓰는 자리에서 실제로 오가는 말
계획서 작성은 서식을 채우는 절차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자리에서 이뤄지는 대화가 본체다. 서식은 그 대화의 요약본에 가깝다.
이 대화가 잘 됐을 때의 특징이 있다. 의료진이 먼저 환자가 이해하고 있는 것을 확인한다 — "지금 상태를 어떻게 알고 계십니까". 그 다음에 정보를 채우고, 그리고 나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묻는다. 순서가 이렇게 되어야 마지막 질문이 의미를 갖는다.
반대로 실패하는 자리는 대개 이렇다. 시간이 부족하고, 서식을 먼저 꺼내고, 항목을 하나씩 읽으며 예/아니오를 묻는다. 환자는 무엇을 고르는지 모른 채 답하고, 가족은 옆에서 표정을 살핀다. 서명은 남지만 뜻은 남지 않는다.
그래서 환자·가족 쪽에서 할 수 있는 개입이 있다. "오늘 결정하지 않고 생각해 봐도 됩니까"라고 묻는 것. 급성 상황이 아니라면 대개 가능하고, 하루 이틀의 여유가 문서의 질을 크게 바꾼다. 189화에서 본 대로 시간은 자기결정을 지탱하는 세 요소 중 하나다.
그리고 반대의 경우도 있다 — 상태가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면 미루는 것이 곧 기회를 잃는 것이다. 어느 쪽인지는 물어봐야 안다.
오늘의 실행
- 말기 진단을 받았다면 먼저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기다리지 않는다.
- 작성 시점을 놓치지 않는다. 판단 능력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 가족이 함께 듣되, 본인만의 시간도 만든다. 두 가지가 다 필요하다.
다음 화에서는 이 모든 절차의 관문 —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라는 판단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