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임종 — 원하는 사람은 많고 실행률은 낮다
의지가 아니라 조건의 문제다
재택임종 — 원하는 사람은 많고 실행률은 낮다
의지가 아니라 조건의 문제다 | 죽음 설계 47화
격차의 구조
집에서 죽고 싶다고 답하는 사람의 비율과 실제로 집에서 죽는 사람의 비율 사이에는 큰 격차가 있다[등급 B — 방향은 여러 조사에서 일관되게 나타난다. 구체 비율은 통계청 사망원인통계 등으로 확인 — [미확인]].
이 격차의 원인은 의지가 아니다.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5화에서 네 가지 조건을 제시했고, 이 화에서 각각을 실무 수준으로 푼다.
조건 ① — 24시간 돌볼 사람
가장 큰 장벽이다. 말기의 마지막 몇 주는 24시간 누군가 있어야 한다.
현실적 조합은 몇 가지다.
- 주 돌봄자 한 명 + 교대 인력. 배우자나 자녀 한 명이 중심이 되고 다른 가족이 교대한다.
- 가족 + 유료 간병. 비용이 든다.
- 여러 가족의 순환. 형제가 요일을 나눈다. 조율 비용이 크지만 한 사람의 소진을 막는다.
한 사람에게 전부 맡기는 구조는 대부분 실패한다. 몇 주는 버티지만 몇 달은 못 버틴다. 그리고 그 사람이 무너지면 계획 전체가 무너진다.
그래서 재택을 계획할 때의 첫 질문은 "집에서 모실 수 있나"가 아니라 "주 돌봄자가 며칠에 한 번 쉴 수 있나"다.
조건 ② — 증상 조절의 접근
집에서 통증과 호흡곤란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없으면 반드시 응급실로 가게 된다.
필요한 것은 셋이다.
- 처방 경로. 마약성 진통제를 포함한 약을 집에서 쓸 수 있어야 한다.
- 조정 경로. 증상이 변하면 용량과 약을 조정해 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
- 24시간 상담. 밤에 상태가 나빠졌을 때 물어볼 곳.
가정형 호스피스나 방문 진료가 이 셋을 채운다(46화). 이 연결 없이 재택을 시도하는 것은 대개 실패한다.
조건 ③ — 급성 악화 시의 계획
새벽에 숨이 가빠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없으면 119를 부르게 되고, 그 순간 계획은 끝난다.
계획에 들어가야 할 것들이다.
- 119가 아닌 전화번호. 호스피스팀, 방문 진료 담당, 담당 병원의 야간 연락처.
- 집에 준비해 둘 약. 응급 상황에 쓸 수 있는 약을 미리 처방받아 두는 경우가 있다
[등급 B — 가능 여부와 범위는 담당 의료진 확인]. - 판단 기준. 어떤 상황이면 병원에 가고, 어떤 상황이면 집에서 처리하는가.
- 가족 합의. 밤에 당황한 사람이 혼자 119를 부르지 않도록 미리 합의한다.
조건 ④ — 사망 후 절차의 이해
가장 자주 간과되고, 가장 큰 충격을 만드는 부분이다.
집에서 사망하면 사망진단서 발급 경로가 병원과 다르다. 진료 중이던 의사가 사망을 확인하고 진단서를 발급하는 경로가 확보되어 있지 않으면, 경찰이 개입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등급 B — 구체적 절차는 128·129화에서 다루며, 지역과 상황에 따라 다르다 — [미확인]].
준비 없이 이 상황을 맞으면 유족은 큰 충격을 받는다. 애도해야 할 시간에 조사를 받는 형태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택을 계획한다면 이 절차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 가정형 호스피스와 연결되어 있으면 대개 이 부분이 정리되어 있다.
준비물 — 물리적 환경
조건 넷 외에 실무적으로 필요한 것들이다.
- 침대. 높이 조절이 가능한 것이 돌봄자의 허리를 지킨다. 대여가 가능한 경우가 있다
[미확인 — 장기요양보험 복지용구 등 확인]. - 욕창 예방 매트리스.
- 이동 보조 기구. 휠체어, 보행기, 이동식 변기.
- 흡인기·산소 — 필요한 경우.
- 동선 정리. 화장실 접근, 문턱, 미끄럼.
침대 위치도 중요하다. 방에 격리하는 것보다 가족의 생활 공간이 보이는 곳에 두는 것이 고립을 줄인다.
돌봄자가 알아야 할 기술
가족이 배워야 할 것들이다. 호스피스팀이 교육해 준다.
- 체위 변경과 욕창 예방
- 입 관리(40화)
- 기저귀 교체와 위생
- 약 투여 시간 관리
- 증상 기록(43화)
- 임종 징후의 인식(29화)
마지막 항목이 중요하다. 임종이 가까워졌을 때의 변화를 미리 알고 있으면 놀라지 않고, 놀라지 않으면 119를 부르지 않는다.
재택이 맞지 않는 경우
정직하게 적는다. 재택이 언제나 나은 것은 아니다.
- 증상 조절이 매우 어려운 경우
- 주 돌봄자가 건강하지 않거나 고령인 경우
- 가족 관계에 심각한 갈등이 있는 경우
- 주거 환경이 부적합한 경우(계단, 좁은 공간, 화장실 접근 불가)
- 환자 본인이 원하지 않는 경우
마지막 항목을 잊지 않는다. 가족이 "집에서 모시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해 재택을 밀어붙이는 경우가 있는데, 본인은 가족에게 부담이 되는 것을 더 힘들어할 수 있다(23화).
중간에 바꿔도 된다
한 가지 안심할 것. 재택을 시작했다가 병원으로 옮겨도 실패가 아니다.
증상이 조절되지 않거나 돌봄자가 소진되면 옮기는 것이 맞다. 미리 이 가능성을 열어 두면 시작의 부담이 줄고, 옮기게 되었을 때의 죄책감도 줄어든다.
그래서 계획에는 "어떤 조건이면 옮긴다"를 함께 적어 둔다.
돌봄자의 몸을 지키는 문제
재택을 몇 달 하면 돌봄자의 몸이 상한다. 가장 흔한 것이 허리와 어깨다. 그리고 돌봄자가 다치면 계획 전체가 끝난다.
지켜야 할 원칙들이다.
- 혼자 들지 않는다. 이동은 두 사람이 하거나 보조 기구를 쓴다.
- 침대 높이를 올린다. 허리를 굽히는 자세가 반복되면 반드시 상한다.
- 미끄럼 시트를 쓴다. 체위 변경 때 들지 않고 미끄러뜨린다.
- 교육을 받는다. 방문 간호나 호스피스팀이 자세와 방법을 가르쳐 준다.
그리고 몸보다 먼저 상하는 것이 잠이다. 밤에 두세 번씩 깨는 상태가 몇 주 이어지면 판단력이 떨어진다. 그 상태에서 내리는 의료 결정은 신뢰하기 어렵다.
그래서 재택 계획에는 돌봄자의 수면 계획이 들어가야 한다. 며칠에 한 번은 통잠을 자는 밤이 있어야 한다. 이건 이기심이 아니라 계획의 일부다(95화).
집에서 임종했을 때 그 다음 절차
재택임종을 망설이게 만드는 실질적 요인 중 하나가 "집에서 돌아가시면 어떻게 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 공백이 급성 악화 시 구급차를 부르게 만든다.
원칙은 단순하다. 예상된 죽음이었고 담당 의료진이 있으면, 그 의료진이 사망을 확인하고 사망진단서를 발급한다. 가정형 호스피스를 이용 중이라면 그 팀에 연락하는 것이 첫 번째다. 방문진료를 받고 있었다면 그 의사에게 연락한다.
문제가 되는 경우는 담당 의료진이 없는 상태에서의 사망이다. 이때는 검안 절차를 거치게 되고, 경우에 따라 경찰이 개입한다(128·129화). 유족 입장에서는 예기치 못한 조사처럼 느껴지지만, 사인이 확인되지 않은 사망에 대한 정상 절차다.
그래서 재택임종의 준비에는 "그때 누구에게 전화하는가"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그 번호가 냉장고에 붙어 있으면 재택이 가능하고, 없으면 결국 119를 부르게 된다.
한 가지 더. 119를 부르면 소생술이 시작된다. 원치 않는다면 그 상황을 만들지 않는 준비가 필요하다 — 이것이 재택임종 계획의 실체다.
오늘의 실행
- 네 조건을 점검한다. 하나라도 비면 그것을 먼저 채운다.
- 119가 아닌 전화번호를 확보한다. 이것이 없으면 재택은 계획이 아니다.
- 사망 후 절차를 미리 확인한다. 준비 없이 맞으면 유족에게 큰 충격이 된다.
다음 화부터는 제도로 들어간다. 연명의료결정법의 구조 — 무엇을 정하는 법이고, 무엇을 정하지 않는 법인지부터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