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MO — 다리인가 목적지인가
가장 강력한 장치가 만드는 가장 어려운 상황
ECMO — 다리인가 목적지인가
가장 강력한 장치가 만드는 가장 어려운 상황 | 죽음 설계 38화
무엇을 하는 장치인가
체외막산소요법(ECMO)은 혈액을 몸 밖으로 빼내 산소를 넣고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뒤 다시 넣어 주는 장치다. 심장이나 폐가 제 기능을 못 할 때 그 기능을 대신한다[등급 A — 원리 수준의 서술].
인공호흡기가 폐의 기능을 돕는 것이라면, ECMO는 폐나 심장의 기능을 상당 부분 대체한다. 그래서 이론상 심장이나 폐가 거의 작동하지 않아도 생명이 유지될 수 있다.
왜 특별히 어려운가
바로 그 강력함이 문제를 만든다. 회복 가능성이 없어도 생명이 유지된다.
인공호흡기는 폐가 완전히 망가지면 결국 산소화가 안 된다. ECMO는 그 상황에서도 유지된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상황이 만들어진다 — 회복할 수 없는 상태의 사람이, 기계가 돌아가는 한 살아 있는 상태.
이 상황을 임상에서는 흔히 "목적지 없는 다리(bridge to nowhere)"라 부른다[등급 B — 널리 쓰이는 표현이다].
다리로서의 ECMO
원래의 용도는 다리다. 무언가로 가는 임시 통로.
- 회복으로 가는 다리 — 급성 심근염이나 중증 폐렴처럼 시간이 지나면 회복할 수 있는 상태.
- 이식으로 가는 다리 — 심장·폐 이식을 기다리는 동안.
- 다른 기기로 가는 다리 — 인공심장 등.
이 세 목적지 중 하나가 있으면 ECMO는 합리적이다. 문제는 목적지가 사라졌을 때다.
목적지가 사라지는 상황
응급 상황에서 ECMO를 시작할 때는 회복 가능성을 판단할 정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일단 시작한다. 이 판단 자체는 합리적이다.
며칠이나 몇 주가 지나 회복 불가능이 확인되면, 그때는 이미 중단 = 즉각적 사망이 되어 있다. 37화의 비대칭이 극단적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가족은 사실상 사망 시점을 결정하게 된다. 이것은 다른 어떤 결정보다 무겁다.
그래서 시작 시점에 해야 할 것
이 화의 실무적 결론은 하나로 모인다. ECMO를 시작할 때 목적지와 기한을 반드시 확인하고 기록한다.
물어야 할 것들이다.
- "목적지가 무엇입니까?" — 회복인지, 이식인지, 다른 기기인지.
- "그 목적지에 도달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입니까?"
- "언제까지 해 보고 판단합니까?"
- "목적지가 없다고 판단되면 어떻게 합니까?"
네 번째 질문이 가장 중요하고 가장 안 물어진다. 이 질문을 시작 시점에 하는 것이 나중의 가족을 구한다.
사전 의사표시에 ECMO를 적을 것인가
일반적인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서식에는 정해진 항목들이 있고, ECMO 같은 특수 치료가 어떻게 다뤄지는지는 확인이 필요하다[미확인 —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안내와 서식 확인 필요. 49화 참고].
다만 서식과 별개로, 본인의 뜻을 자유 서술로 남겨 두는 것은 언제나 가능하다. 예를 들면 이렇게 적을 수 있다.
"회복 가능성이 있는 급성 상태라면 체외생명유지장치의 사용을 허용한다. 다만 회복 또는 이식이라는 목적지가 없다고 판단되면 유지하지 않는다."
이런 문장이 법적 구속력을 갖는지는 별개 문제다. 그러나 가족과 의료진이 판단할 때의 근거가 된다는 실질적 효과는 크다.
자원의 문제
한 가지 층위를 더한다. ECMO는 인력과 장비가 많이 드는 치료이고, 운영 가능한 병원이 제한적이다.
이것이 개인의 결정과 무관하지 않은 이유는,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장기간 점유하면 회복 가능한 환자가 못 쓰게 되기 때문이다. 팬데믹 시기에 이 문제가 실제로 나타났다[등급 B].
이 시리즈는 이 문제로 개인의 결정을 압박하지 않는다. 자원 배분은 개인이 아니라 제도가 판단할 문제다. 다만 이런 층위가 존재한다는 것은 알아 둘 만하다 — 나중에 의료진의 권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가족이 겪는 특유의 상황
ECMO 환자의 가족에게 나타나는 특징적 상황이 있다.
희망의 유지. 기계가 돌아가고 수치가 안정되어 있으면 상태가 좋아 보인다. 실제로는 회복이 아닌데도. 정보의 복잡성. 여러 수치와 여러 장치가 있어 이해하기 어렵다. 시간의 왜곡. 며칠이 몇 주가 되고, 그 사이 가족의 일상이 무너진다. 결정의 무게. 최종적으로 중단 결정을 하게 될 때의 부담이 다른 어떤 치료보다 크다.
가족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매일 같은 질문을 하는 것이다. "오늘은 목적지에 가까워졌습니까, 멀어졌습니까." 이 질문을 반복하면 추세가 보인다. 수치 하나하나를 쫓는 것보다 낫다.
이 화가 남기는 원칙
ECMO는 극단적 사례지만, 여기서 나오는 원칙은 모든 장기 유지 치료에 적용된다.
① 시작할 때 목적지를 정한다. ② 목적지에 도달할 기한을 정한다. ③ 목적지가 사라졌을 때 어떻게 할지를 시작 시점에 합의한다. ④ 그 합의를 기록으로 남긴다.
이 네 가지가 되어 있으면 대부분의 임종기 결정이 훨씬 쉬워진다. 되어 있지 않으면 가족이 사망 시점을 결정하는 자리에 홀로 서게 된다.
언론이 만드는 기대의 문제
ECMO는 언론 보도에 자주 등장한다. 극적인 회복 사례가 기사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보도가 일반의 기대를 만든다.
여기에 구조적 편향이 있다. 회복한 사례는 기사가 되고, 목적지 없이 몇 주를 보낸 뒤 중단한 사례는 기사가 되지 않는다. 생존자 편향의 전형이다.
이 편향은 가족의 결정에 실제로 영향을 미친다. "그 사람도 살았다는데"라는 문장이 병실에서 나온다.
대응 방법은 22화의 원칙과 같다. 개별 사례가 아니라 이 상태의 환자들이 대체로 어떻게 되는지를 묻는 것. 그리고 그 질문은 담당 의료진에게만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다. 검색으로는 얻을 수 없고, 검색은 오히려 편향된 사례만 보여 준다.
젊은 환자에서 특히 어려운 이유
ECMO 결정이 유독 힘든 상황이 있다. 젊은 환자다. 급성 심근염, 중증 폐렴, 사고. 회복 가능성이 실제로 있고, 성공하면 완전히 이전 삶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시작은 옳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젊다는 이유로 중단 논의가 훨씬 늦어진다. 의료진도 가족도 포기하기 어렵고, 사회적으로도 "젊은데 왜 벌써"라는 압력이 있다. 그 결과 회복 가능성이 사라진 뒤에도 몇 주가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여기서 시한부 시도의 원칙이 가장 중요해진다(35·37화). 시작할 때 함께 정한다 — 무엇이 회복의 신호인지, 언제 다시 평가하는지, 어떤 상태가 되면 목표를 바꾸는지. 이 대화를 시작 시점에 해 두면, 나중에 "포기하자"가 아니라 "정해 둔 대로 평가하자"가 된다. 같은 결정이지만 가족이 감당하는 무게가 다르다.
그리고 아이의 경우 이 문제는 한 겹 더 어렵다(102화). 이 시리즈가 답을 낼 수 있는 영역이 아니고, 다만 혼자 결정하지 않도록 하는 것만은 적어 둔다 — 윤리위원회 자문을 요청하는 것은 갈등 상황에서만 쓰는 수단이 아니다.
오늘의 실행
- 네 가지 질문을 기억한다. 특히 "목적지가 없다고 판단되면 어떻게 합니까".
- 자유 서술 의사표시에 한 줄을 넣는다. 서식에 없어도 뜻을 남길 수 있다.
- 매일 같은 질문을 한다. 수치가 아니라 방향을 묻는다.
다음 화에서는 투석 — 시작·유보·중단이 모두 결정 대상이 되는, 가장 오래된 장기 대체 치료를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