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호흡기 — 시작과 중단의 비대칭
달기는 몇 분, 떼기는 몇 달 걸리는 이유
인공호흡기 — 시작과 중단의 비대칭
달기는 몇 분, 떼기는 몇 달 걸리는 이유 | 죽음 설계 37화
임종기 결정의 핵심 구조
이 시리즈에서 반복해서 나오는 개념 하나를 정면으로 다룬다. 시작과 중단의 비대칭이다.
의료 윤리의 표준적 입장은 치료의 유보(withholding)와 중단(withdrawal)이 윤리적으로 동등하다는 것이다[등급 A — 주요 의료윤리 문헌의 표준적 입장이다]. 시작하지 않는 것과 시작한 뒤 멈추는 것은 도덕적으로 같다는 논리다.
그런데 심리적으로도, 법적으로도, 실무적으로도 전혀 같지 않다.
왜 비대칭이 생기는가
① 심리적 차이. 시작하지 않는 것은 자연이 하는 일처럼 느껴지고, 중단은 내가 하는 일처럼 느껴진다. 인공호흡기를 떼는 결정은 가족에게 "내가 죽였다"는 감각을 남긴다.
② 시점의 차이. 시작할 때는 응급 상황이고 정보가 없다. 중단할 때는 시간이 지났고 정보가 있다. 그런데 그 사이에 가족의 애착과 기대가 형성된다.
③ 절차의 차이. 시작은 의학적 판단으로 즉시 이루어진다. 중단은 법적 요건과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48~51화).
④ 되돌릴 수 없다는 감각. 중단하면 곧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인과가 직접적으로 보인다.
실무적 결과
이 비대칭이 만드는 결과는 명확하다. 일단 시작하면 계속하게 된다.
그래서 응급실에서의 몇 분이 이후 몇 달을 결정한다. 회복 가능성이 낮은 상태에서 삽관이 이루어지면, 그 뒤에는 중단을 위해 훨씬 큰 절차와 훨씬 큰 감정적 비용을 치러야 한다.
이것이 사전 의사표시가 중요한 가장 실질적인 이유다. 결정의 시점을 응급실 밖으로 옮기는 것.
그래도 시작해야 하는 경우
균형을 잡아 둔다. 비대칭이 있다고 해서 시작을 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급성 악화의 상당수는 회복 가능하다. 폐렴으로 인한 호흡부전, 수술 후 회복기, 약물 반응. 이런 경우 인공호흡기는 다리 역할을 한다 — 몸이 회복할 시간을 벌어 준다.
문제는 다리인지 목적지인지 구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구별은 시작해 봐야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시한부 시도
35화에서 소개한 도구가 여기서 가장 크게 쓰인다. 기간과 판단 기준을 미리 정하고 시작하는 것.
이 형태의 장점을 다시 적는다.
- 회복 가능성이 있으면 놓치지 않는다
- 중단의 시점이 미리 합의되어 있어 비대칭의 부담이 줄어든다
- "누가 그만하자고 했나"의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실제 문장으로는 이렇게 된다. "인공호흡기를 시작하되, 2주 시점에 상태를 평가하고 이탈 가능성이 없으면 방향을 바꾼다는 것을 지금 합의합니다." 이 합의를 기록으로 남겨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좋다.
기관절개라는 갈림길
인공호흡이 길어지면 기관절개(기관에 구멍을 내어 관을 넣는 것)를 권유받는다. 이것은 단순한 처치 변경이 아니라 경로의 분기점이다.
기관절개를 하면 대개 다음이 따라온다 — 장기 인공호흡, 요양병원으로의 전원, 그리고 그 상태의 장기화. 회복해서 이탈하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는 그 상태로 지속된다.
그래서 이 시점에 반드시 물어야 한다.
- "기관절개를 하면 이탈 가능성이 어느 정도 올라갑니까?"
-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됩니까?"
- "이 결정 후에 예상되는 경과는 어떻습니까?"
이 결정은 인공호흡기를 처음 시작할 때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그런데 대개 덜 신중하게 이루어진다 — 이미 시작한 것의 연장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중단이 이루어질 때 실제로 하는 일
가족이 두려워하는 장면에 대해. 인공호흡기 중단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표준적 접근은 편안함을 확보하는 것이다[등급 B — 구체적 절차는 기관과 상황에 따라 다르다]. 호흡곤란과 불편을 조절하는 약물을 사용하고, 가족이 곁에 있을 수 있게 하며, 필요하면 단계적으로 진행한다.
이 사실을 미리 아는 것이 결정을 크게 바꾼다. 가족이 상상하는 것은 대개 훨씬 참혹한 장면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법적 구조
연명의료결정법은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 만들어졌다. 핵심 구조만 미리 적는다(48화에서 자세히).
-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로 판단되어야 한다
- 본인의 의사가 확인되거나 추정되어야 한다
- 정해진 절차와 서식을 통과해야 한다
여기서 실무적으로 중요한 것은, 임종과정 판단 이전에는 이 절차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회복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판단되는 단계에서는 중단이 어렵다. 이 구조를 알아야 시작 시점의 결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된다.
비대칭을 이용하는 방법
비대칭은 부담이지만 도구로 쓸 수도 있다.
시작 시점에 조건을 붙이는 것이 그 방법이다. 시작할 때는 가족의 저항이 가장 낮다 — 무언가를 하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그 순간에 중단의 조건을 함께 합의해 두면, 나중에 그 합의가 방패가 된다.
반대로 시작한 뒤에 중단을 논의하려 하면 저항이 가장 크다. 같은 결정을 어느 시점에 꺼내느냐에 따라 성사 여부가 갈린다.
이 원리는 다른 처치에도 적용된다. 투석(39화), 튜브 영양(40화), 항생제(41화). 모든 장기 유지 치료는 시작할 때 종료 조건을 함께 정한다. 이것을 습관으로 만들면 임종기 결정의 난이도가 크게 내려간다.
그리고 이 요청은 의료진에게도 도움이 된다. 중단 논의를 먼저 꺼내는 것은 의료진에게도 부담이기 때문이다.
비대칭이 만드는 또 하나의 결과 — 늦게 오는 후회
시작과 중단의 비대칭은 결정 순간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몇 달, 몇 년 뒤 가족에게 다르게 돌아온다.
시작하지 않은 결정은 "혹시 살 수 있었는데 안 한 것 아닌가"라는 형태로 남는다. 반사실은 확인할 수 없으므로 이 의문은 닫히지 않는다.
시작한 뒤 중단한 결정은 더 무겁게 남는다. 중단은 행위이고, 그 행위와 죽음 사이의 시간 간격이 짧다. "내가 뽑았다"는 감각이 생긴다.
시작하고 계속한 결정은 후회가 적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다른 형태로 남는다 — "그렇게 오래 고생시킬 필요가 있었나".
세 경우 모두 후회가 남는다는 것이 이 구조의 핵심이다. 그러므로 후회를 없애는 선택지는 없다. 목표를 잘못 잡으면 결정이 마비된다.
대신 줄일 수 있는 것이 있다. 반복 관찰되는 것은, 본인의 뜻을 알고 그에 따라 결정한 가족의 후회가 가장 적다는 것이다. 결과가 나빴어도 "그이가 원한 대로 했다"는 문장이 남는다. 명제 2가 여기서 유족 보호 장치로 작동한다 — 문서는 환자를 위한 것이면서 동시에 남은 사람이 자신을 용서할 근거다.
오늘의 실행
- 응급실에서의 몇 분이 몇 달을 결정한다는 것을 기억한다. 그래서 사전 의사표시가 필요하다.
- 시작할 때 시한부 시도를 제안한다. 기간과 판단 기준을 함께 기록으로 남긴다.
- 기관절개 권유를 받으면 세 가지를 묻는다. 이 결정을 연장선으로 다루지 않는다.
다음 화에서는 ECMO — 인공호흡기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장치가 만드는 더 어려운 비대칭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