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 — 결정하기 전에 알아야 하는 곳
살리기 위해 설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
중환자실 — 결정하기 전에 알아야 하는 곳
살리기 위해 설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 | 죽음 설계 35화
왜 이 화가 필요한가
"중환자실에 갈 것인가"는 임종기의 가장 큰 결정 중 하나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그곳이 어떤 곳인지 모른 채 결정한다. 텔레비전에서 본 이미지와 실제는 상당히 다르다.
이 화의 목적은 중환자실을 부정적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다. 회복 가능한 상태라면 중환자실은 생명을 구한다. 다만 회복 가능성이 낮을 때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결정할 수 있다.
그곳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
[등급 B — 병원과 상황에 따라 다르다. 아래는 일반적으로 관찰되는 양상이다.]
환경. 조명과 소음이 24시간 유지된다. 알람이 계속 울린다. 밤낮의 구분이 사라진다. 신체. 여러 개의 관이 들어간다 — 정맥로, 소변줄, 기관 삽관, 때로는 콧줄과 동맥관. 자주 채혈한다. 의식. 삽관 상태에서는 대개 진정제를 쓴다. 그래서 말을 할 수 없고, 시간 감각이 없다. 억제. 관을 뽑지 못하도록 손을 묶는 경우가 있다. 면회. 제한된다. 시간과 인원이 정해져 있고, 상황에 따라 더 제한된다.
중환자실 후유증
회복해서 퇴원한 뒤에도 남는 문제가 있다. 중환자실 후 증후군(post-intensive care syndrome)이라 불리는 것이다[등급 A — 개념은 확립되어 있다. 발생률은 연구마다 다르다].
- 신체적 — 근력 저하. 오래 누워 있으면 근육이 빠르게 빠진다. 고령자는 회복이 어렵다.
- 인지적 — 기억력·집중력 저하. 특히 섬망을 겪은 경우.
- 정신적 — 불안, 우울, 외상후스트레스 증상.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살아서 나오는 것"이 곧 "돌아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노쇠한 고령 환자에서 이 차이가 크다.
섬망
중환자실에서 매우 흔하다. 환자는 혼란스러워하고, 무서워하고, 때로는 공격적이 된다. 나중에 그 시기를 악몽처럼 기억하기도 한다.
가족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등급 B — 예방적 접근으로 권장되는 것들이다].
- 안경·보청기를 착용시킨다
- 낮에 말을 걸고 밤에는 조용히 한다
- 날짜와 장소를 반복해서 알려 준다
- 익숙한 물건과 사진을 둔다
- 가능하면 자주 방문한다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축적되어 있다.
결정의 구조 — 무엇을 물어야 하나
중환자실 입실이나 특정 처치를 권유받았을 때 물어야 할 것들이다.
- "이 치료로 회복하면 어느 정도까지 돌아갈 수 있습니까?" — 생존이 아니라 기능을 묻는다.
- "얼마 동안 해 보고 판단합니까?" — 기간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뒤에서 다룰 '시한부 시도'다.
- "이 상태에서 시작하면 나중에 중단할 수 있습니까?" — 37화의 비대칭 문제.
- "중환자실에 가지 않으면 어떻게 됩니까?" — 대안을 확인한다.
- "이분과 비슷한 상태의 환자들은 대체로 어떻게 됩니까?"
시한부 시도(time-limited trial)
이 개념은 실무적으로 매우 유용하다. "일단 해 보되, 기간과 판단 기준을 미리 정하는 것"이다[등급 A — 완화의료·중환자의학에서 확립된 접근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인공호흡기를 1주간 사용하고, 그 시점에 산소 요구량과 의식 상태를 평가한다. 개선이 없으면 방향을 바꾼다."
이 접근의 장점이 크다.
- 하거나 안 하거나의 이분법을 피한다. 가족이 "포기했다"는 감각 없이 시작할 수 있다.
- 중단의 시점을 미리 합의한다. 그래서 나중에 "누가 그만하자고 했나"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 의학적으로도 합리적이다. 회복 가능성은 실제로 시도해 봐야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가족에게 권할 수 있는 가장 실용적인 도구 중 하나다. 결정 앞에서 굳어 있을 때 이 형태를 제안하면 대화가 풀린다.
면회 제한이라는 문제
중환자실의 구조적 대가 중 가장 큰 것이 이것이다. 가족이 곁에 있기 어렵다.
이 문제는 팬데믹 시기에 극단으로 갔고, 그때의 경험이 많은 유족에게 상처로 남았다(181화). "마지막에 손도 못 잡았다"는 것이 오래 남는 후회다.
그래서 23화에서 본 유족 기준 — 곁에 있었는가, 작별했는가 — 을 미리 고려해야 한다. 회복 가능성이 낮은 상태에서 중환자실을 선택하는 것은 의료적 이득과 관계의 대가를 교환하는 것이다. 이 교환을 명시적으로 놓고 결정해야 한다.
임종이 임박했을 때의 중환자실
한 가지 실무 정보. 회복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된 뒤에는 일반병동이나 완화의료 병동으로 옮기는 것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그곳에서는 면회와 곁을 지키는 것이 훨씬 자유롭다.
이 이동을 먼저 제안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가족이 물어볼 수 있다. "이제 옮겨서 가족이 함께 있을 수 있게 할 수 있습니까."
비용의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중환자실은 비용이 가장 큰 자리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병실에서 꺼내기 어렵다 — 돈 때문에 결정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실무적 접근이 있다. 비용을 결정의 이유로 삼지 말고, 정보로 확보한다. 즉 "얼마나 드는지"를 미리 알아 두되, 그것을 결정의 명분으로 쓰지 않는다.
그리고 본인이 살아 있을 때 이 이야기를 해 두면 문제가 크게 줄어든다. 3화에서 적은 것처럼, "나는 얼마까지 쓰길 원한다"는 본인의 말이 유족을 죄책감에서 꺼낸다. 유족이 스스로 정한 상한은 평생 후회로 남지만, 본인이 정한 상한은 뜻을 따른 것이 된다.
한국에서는 건강보험과 본인부담상한제가 상당 부분을 흡수한다(155화). 그럼에도 흡수되지 않는 항목 — 비급여, 간병, 상급병실 — 이 있고, 장기화되면 그 누적이 크다.
가족 면담을 잘 쓰는 법
중환자실에서 결정이 이뤄지는 자리는 대개 가족 면담이다. 그리고 이 자리는 준비 여부에 따라 얻는 것이 크게 달라진다.
① 참석자를 정한다. 매번 다른 사람이 들어가면 정보가 조각나고, 같은 설명을 반복하게 만들어 의료진의 시간을 소모한다. 고정 참석자 1~2인을 정하고 나머지는 그 사람에게 전달받는다(198화).
② 미리 질문을 적는다. 면담에서는 대부분 물어보려던 것을 잊는다. 종이에 적어 들어간다.
③ 받아 적는다. 들은 것과 기억하는 것은 다르다. 특히 나쁜 소식을 들은 직후에는 그 뒤의 설명이 거의 남지 않는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④ 되말한다. "제가 이해한 것이 맞는지 확인하겠습니다"로 정리해서 말한다. 이 한 단계가 오해의 대부분을 잡는다.
⑤ 다음 시점을 정한다. "언제 다시 이야기합니까", "무엇이 달라지면 알려 주십니까". 면담이 끝날 때 다음 면담이 잡혀 있으면 가족은 기다릴 수 있다.
그리고 요청해도 된다는 것을 알아 둔다. 가족이 면담을 요청하는 것은 정상 절차다. 부르기를 기다리면 대개 상황이 나빠진 뒤에 불린다.
오늘의 실행
- 다섯 가지 질문을 적어 둔다. 특히 "가지 않으면 어떻게 됩니까"와 "나중에 중단할 수 있습니까".
- 시한부 시도라는 말을 기억한다. 결정이 막혔을 때 이 형태를 제안한다.
- 섬망 예방을 위해 가족이 할 수 있는 다섯 가지를 익힌다. 안경과 보청기부터.
다음 화에서는 심폐소생술 — 가장 자주 결정하게 되면서 가장 잘못 알려진 처치를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