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병상에서 하는 일과 하지 못하는 일
2부를 닫으며 — 무엇을 가지고 3부로 가는가
철학이 병상에서 하는 일과 하지 못하는 일
2부를 닫으며 — 무엇을 가지고 3부로 가는가 | 죽음 설계 28화
20화를 정리하는 방식
철학편을 마치며 정산한다. 이 20화가 실제로 무엇을 남겼는지, 그리고 무엇을 남기지 못했는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 다음 부로 가는 조건이다.
철학이 실제로 한 일 ① — 질문을 나눴다
가장 큰 성과는 뭉쳐 있던 것을 나눈 것이다.
- 죽음의 공포를 넷으로 나눴다(9화): 과정·상실·남은 사람·의미.
- 준비를 정서적인 것과 실무적인 것으로 나눴다(15화).
- 존엄을 세 용법으로 나눴다(24화).
- '존엄사'를 셋으로 나눴다(24화).
- 좋은 죽음의 기준을 당사자·유족·의료진으로 나눴다(23화).
나누면 대응이 생긴다. 뭉친 문제는 손댈 데가 없고, 나뉜 문제는 각각 손댈 데가 있다. 이것이 철학이 실무에 기여하는 가장 실질적인 방식이다.
철학이 실제로 한 일 ② — 잘못된 위로를 걸러 냈다
무엇이 위로가 되지 않는지를 확인했다.
- 사후 상태에 대한 논증은 실제 공포의 대부분을 건드리지 못한다(9화).
- 대칭 논증은 논리적으로 강하고 심리적으로 무력하다(9화).
- 단계 이론은 유족을 재단한다(25화).
- "수용해야 한다"는 요구는 압력이 된다(12·25화).
- "다 뜻이 있다"는 말은 대화를 닫는다(13화).
이 목록은 부정적으로 보이지만 실용적이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아는 것이, 할 말을 찾는 것보다 쉽고 확실하다.
철학이 실제로 한 일 ③ — 우선순위의 근거를 만들었다
3화에서 다섯 축의 충돌을 다뤘고, 그 충돌을 판정할 근거가 필요했다. 철학편이 그 근거를 제공한다.
"어떤 상태를 삶으로 볼 것인가", "고통과 시간 중 무엇이 중한가", "내 뜻과 가족의 평화 중 무엇이 먼저인가". 이 질문들에 답을 갖고 3부로 가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완전히 다르다. 의학은 확률을 주지만 선택을 주지 않는다.
철학이 하지 못한 일 ① — 통증을 줄이지 못한다
가장 중요한 한계다. 실제 임종에서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죽어 가는 과정의 고통이고(9화), 여기에 철학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이 한계를 분명히 하는 이유가 있다. 정신적 태도로 신체 증상을 다루려는 시도가 실제로 해를 끼치기 때문이다. "마음을 편히 가지면 덜 아프다"는 조언이 진통제 사용을 늦춘다. 42화에서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철학이 하지 못한 일 ② — 결정을 대신하지 못한다
철학은 질문을 정리하지만 답하지 않는다. 인공호흡기를 달 것인가에 대한 답은 하이데거에게도 에피쿠로스에게도 없다.
그리고 실제 결정에는 정보가 필요하다. 회복 가능성이 얼마인지, 뗄 수 있는지, 그 상태가 얼마나 지속되는지. 이 정보는 3부의 영역이다.
철학이 하지 못한 일 ③ — 제도를 만들지 못한다
문서를 어디에 등록하는지, 누가 결정 권한을 갖는지, 기한이 언제인지. 철학은 이것을 알려 주지 않는다. 그런데 실제로 사람의 뜻이 실현되느냐는 여기에 달려 있다.
아무리 잘 정리된 가치관도 등록되지 않은 서류만큼의 힘도 없다. 이것이 이 시리즈가 철학에 20화만 쓰고 실무에 124화를 쓰는 이유다.
2부에서 3부로 가져가는 것
세 가지를 챙긴다.
① 네 갈래로 나눈 공포. 3부의 각 화가 어느 갈래에 대응하는지 표시하며 읽는다. 대부분은 ①(과정의 공포)에 대응한다.
② 우선순위 세 문장. 3화에서 적은 세 질문의 답. 3부의 의료 결정을 읽을 때 이 답이 판단 기준이 된다.
③ 근거 등급의 습관. 22화에서 정리한 세 질문 — 출처·재현·효과 크기. 3부는 의학 정보를 다루므로 이 습관이 특히 필요하다.
3부를 읽는 방법 — 미리 안내
3부는 32화로 이 시리즈에서 가장 두껍다. 전부 읽을 필요는 없다. 상황별로 읽을 곳을 미리 표시해 둔다.
- 건강한 사람 — 48~50화(연명의료 문서)만 읽어도 된다. 나머지는 필요할 때 온다.
- 부모가 고령인 사람 — 31·34화(노쇠·치매), 45~47화(호스피스·재택), 48~53화(연명의료 결정).
- 암 진단을 받은 가족이 있는 사람 — 30·32화(예후·경과), 42~44화(증상 조절), 45~46화(호스피스).
- 중환자실에 가족이 있는 사람 — 35~41화 전부. 지금 결정해야 할 것들이다.
- 제도 자체를 알고 싶은 사람 — 48~57화.
마지막으로 남기는 문장
2부를 닫으며 이 시리즈의 태도를 한 문장으로 적는다.
죽음에 대해 옳게 생각하는 것보다, 죽음에 대해 정확하게 준비하는 것이 사람을 덜 아프게 한다.
이 문장은 철학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20화 동안 확인한 것은 철학이 준비의 방향을 정하고, 잘못된 위로를 걸러 내며, 질문을 나눠 준다는 것이었다. 다만 거기까지가 철학의 몫이고, 그 다음은 의학과 법과 행정의 몫이다.
이제 그쪽으로 간다.
철학편에서 의도적으로 다루지 않은 것
정직하게 남겨 둔다. 2부에서 일부러 비워 둔 주제가 둘 있다.
① 자살의 윤리. 죽음의 자기결정을 논할 때 피할 수 없는 주제이지만, 이 시리즈는 이를 방법론이나 권리 논쟁으로 다루지 않는다(1화의 범위). 다루는 것은 자살 유족의 애도(105화)와 사회적 구조(189화)다. 개인의 실행에 관한 서술은 하지 않는다.
② 안락사에 대한 윤리적 판정. 55·56화에서 제도와 쟁점을 정리하지만, 무엇이 옳은지는 판정하지 않는다. 이 판단은 사회가 하는 것이고, 이 시리즈의 역할은 논쟁이 무엇에 대한 것인지 정확히 보이게 하는 것까지다.
두 주제를 비워 둔 것은 회피가 아니라 범위의 결정이다. 그리고 범위를 명시하는 것 자체가 이 시리즈의 규칙 — 확인하지 않은 것, 다루지 않은 것을 표시한다 — 의 일부다.
2부 20화를 한 문장씩으로
다시 펼 자리를 찾기 쉽게, 철학편을 한 줄 색인으로 남긴다.
- 9 에피쿠로스 — 죽음은 경험되지 않는다. 두려움의 대상이 잘못 설정되어 있다.
- 10 스토아 — 통제 가능한 것과 아닌 것을 나눈다. 실행 체계의 원형.
- 11 파이돈 — 철학은 죽음의 연습이다. 준비라는 개념의 출발점.
- 12 하이데거 — 죽음은 대신할 수 없다. 그래서 나의 것이다.
- 13 부조리 — 의미가 없어도 살아진다. 위로 없는 위로.
- 14 이반 일리치 — 거짓말이 임종을 외롭게 만든다. 이 시리즈에서 가장 실무적인 문학.
- 15 몽테뉴 — 준비가 오히려 삶을 갉을 수 있다는 반론. 유일하게 이 시리즈를 반박한다.
- 16~19 종교 전통 — 유교·불교·아르스 모리엔디·이슬람과 유대교. 의례가 무엇을 하는지.
- 20 무속 — 남은 사람을 위한 절차라는 관점.
- 21~22 베커와 공포관리 — 죽음 부정 가설과 그 실증의 한계.
- 23~24 좋은 죽음과 존엄 — 말의 정의를 따진 자리.
- 25 애도 이론 — 5단계는 틀렸고 무엇이 대신 들어왔나.
- 26~27 사후 관념과 리허설 — 상상과 연습의 효용과 한계.
이 목록의 용도는 하나다. 감정이 흔들릴 때 어느 화를 다시 펴면 되는지를 아는 것. 3부부터는 실무이고, 실무가 막힐 때 사람을 붙잡는 것은 대개 여기 있다.
오늘의 실행
- 3화의 세 질문에 답을 적었는지 확인한다. 아직이면 지금 적는다. 3부를 읽기 전의 필수 준비물이다.
- 위의 상황별 안내에서 자기 위치를 고른다. 32화를 순서대로 읽는 것보다 필요한 곳부터 읽는 것이 낫다.
- 철학편에서 반발이 생겼던 문장을 하나 찾는다. 그 자리에 당신의 전제가 있다. 그 전제가 의료 결정을 좌우한다.
다음 화부터 3부다. 임종 과정에서 몸에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 생리학에서 시작한다.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이 과정이고, 아는 것이 공포를 가장 크게 줄이는 영역도 이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