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리허설 — 방법과 그 효과의 한계
입관 체험부터 유언장 쓰기까지, 무엇이 실제로 남는가
죽음 리허설 — 방법과 그 효과의 한계
입관 체험부터 유언장 쓰기까지, 무엇이 실제로 남는가 | 죽음 설계 27화
리허설이라는 장르
죽음을 미리 겪어 보게 하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한국에서도 여러 형태로 운영되어 왔다.
- 임종 체험·입관 체험 — 수의를 입고 관에 들어가 일정 시간 누워 있는다.
- 유언장 쓰기 — 실제로 유언장을 작성해 보는 워크숍.
- 부고 쓰기 — 자기 부고 기사를 써 본다.
- 엔딩노트 작성 — 정해진 양식을 채운다.
- 죽음 카페(Death Cafe) — 모여서 죽음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 버킷리스트 작성 — 남은 시간에 하고 싶은 일을 적는다.
효과에 대해 무엇을 말할 수 있나
정직하게 말하면, 잘 설계된 연구가 충분하지 않다[등급 B — 만족도 조사는 많으나 행동 변화나 장기 효과를 측정한 연구는 드물다 — [미확인]].
보고되는 것은 대체로 참여자의 주관적 만족과 단기적 태도 변화다. "삶을 다시 보게 되었다", "가족에게 연락했다" 같은 반응이다.
문제는 이 변화가 얼마나 지속되고 실제 행동을 바꾸는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강한 정서적 경험은 대개 빠르게 감쇠한다.
리허설을 평가하는 기준
이 시리즈의 관점에서 리허설의 가치는 하나의 기준으로 판단한다. 행동이 남았는가.
구체적으로는 이렇다.
- 프로그램 이후에 문서 한 장이라도 생겼는가.
- 대화 한 번이라도 실제로 했는가.
- 정보 목록이 만들어졌는가.
셋 중 하나도 없이 감동만 남았다면, 그것은 체험이지 준비가 아니다. 감동은 며칠 뒤 사라진다.
유형별 평가
임종·입관 체험. 정서적 충격이 크다. 그 자체로는 정보를 만들지 않으므로, 반드시 실행 항목과 결합해야 의미가 있다. 체험 직후에 유언장이나 의사표시 서류를 작성하는 순서로 설계된 프로그램이 낫다. 다만 22화에서 본 원칙 — 죽음을 상기시킨 직후는 설득에 좋은 시점이 아니다 — 과 충돌할 수 있다. 그 자리에서 상품 가입을 권하는 프로그램은 특히 경계한다.
유언장 쓰기. 실행 항목이 직접 생기므로 가치가 높다. 다만 워크숍에서 쓴 것이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67화). 연습으로는 좋지만 그것을 진짜 유언으로 착각하면 위험하다.
부고 쓰기. 자기 삶을 3인칭으로 요약하게 만든다. 인생 회고의 축약판이고, 실제로 관점 전환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다[등급 B]. 비용이 없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엔딩노트. 양식이 있어 실행률이 높다. 문제는 법적 효력이 없고 발견되지 않으면 무용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89화의 접근권 설계와 반드시 결합해야 한다.
죽음 카페. 말하는 훈련(7화의 ③)에 직접 작용한다. 결정을 요구하지 않으므로 방어가 덜 작동한다. 191화에서 다시 다룬다.
혼자 할 수 있는 리허설
프로그램에 가지 않아도 되는 방법 셋을 정리한다. 비용이 없고 반복 가능하다.
① 하루 시뮬레이션. 내가 오늘 죽었다고 가정하고, 앞으로 72시간에 벌어질 일을 시간 순서로 적는다. 누가 발견하고, 누가 연락하고, 누가 결정하고, 무엇이 막히는지. 막히는 지점이 곧 과제 목록이다. 10화에서 스토아의 기법으로 소개한 것과 같다.
② 정보 단절 테스트. 내 휴대폰과 노트북에 접근할 수 없다고 가정하고, 가족이 내 재산·보험·구독을 얼마나 파악할 수 있는지 본다. 대부분 여기서 크게 막힌다.
③ 대리 결정 테스트. 배우자에게 세 가지 상황을 주고 어떻게 결정할지 물어본다. 답이 내 뜻과 다르면, 그것이 지금 대화해야 할 항목이다.
왜 ③이 가장 중요한가
셋 중 가장 정보량이 많은 것은 ③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상대에게 전달되었는지는 모른다.
실제로 해 보면 대부분 어긋난다. "당신은 내가 인공호흡기를 원할 거라고 생각해?"라는 질문에 배우자가 예상 밖의 답을 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 어긋남을 발견하는 것이 이 테스트의 목적이다.
그리고 이 테스트는 대화의 자연스러운 시작점이 되기도 한다. 죽음을 주제로 꺼내는 것이 아니라 퀴즈처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허설이 해로울 수 있는 경우
경계를 달아 둔다.
- 최근 사별을 겪은 사람. 리허설이 재외상화가 될 수 있다.
- 불안장애·우울증이 있는 사람. 반추를 강화할 수 있다(10화).
- 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 죽음을 미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
- 말기 진단을 막 받은 사람. 리허설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므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196화).
이런 경우에는 정서적 리허설이 아니라 실무적 준비만 하는 것이 안전하다. 15화에서 나눈 구분이 여기서도 적용된다.
반복이 중요하다
한 가지 더. 리허설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상황이 바뀌면 답도 바뀐다.
- 자녀가 독립하면 필요한 보장이 바뀐다.
- 부모가 돌아가시면 상속 구조가 바뀐다.
- 이혼·재혼이 있으면 전부 다시 봐야 한다.
- 큰 병을 앓으면 의료 의사표시가 달라진다.
그래서 92화의 연 1회 갱신이 나온다. 리허설은 이벤트가 아니라 루틴이어야 한다.
리허설의 대상을 나로 한정하지 않는다
한 가지 확장. 리허설은 내 죽음만 대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실무적으로 더 급한 것은 부모의 죽음에 대한 리허설인 경우가 많다.
방법은 같다. "아버지가 오늘 밤 쓰러지셨다"를 가정하고 72시간을 적는다. 그러면 곧바로 막히는 곳이 나온다.
- 주치의 이름과 병원, 복용 중인 약을 아는가
- 어느 병원 응급실로 갈 것인가
- 형제 중 누가 먼저 도착하는가, 누가 연락하는가
- 응급실에서 심폐소생술 여부를 물으면 누가 답하는가
- 어머니 혼자 계신 집은 어떻게 되는가
다섯 항목 중 답할 수 있는 것이 셋 미만이면, 이 시리즈에서 가장 급한 일은 문서가 아니라 정보 수집이다. 오늘 전화 한 통으로 절반은 채울 수 있다.
리허설과 실제가 가장 크게 어긋나는 지점
리허설의 한계를 하나만 더 적어 둔다. 사람들은 미래의 자기 감정을 예측하는 데 체계적으로 서툴다. 특히 적응을 과소평가한다.
"이런 상태로는 살고 싶지 않다"고 지금 말하는 상태를, 실제로 그 상태가 된 뒤에는 견딜 만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반복 관찰된다. 장애를 갖게 된 사람의 삶의 질 평가가 건강한 사람이 예측한 것보다 높게 나오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반대 방향도 있다 — 견딜 수 있을 줄 알았던 것이 실제로는 훨씬 힘든 경우.
이 사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가 미묘하다. "어차피 예측이 틀리니 사전 의사표시는 무의미하다"로 가면 안 된다. 그러면 아무 기준 없이 남이 결정하게 되고, 그건 더 나쁘다.
실무적 결론은 두 가지다. 첫째, 사전 의사표시를 상태의 목록이 아니라 가치의 문장으로 쓴다 — "인공호흡기 거부"보다 "의사소통이 회복될 가능성이 없다면 연장을 원하지 않는다"가 낫다. 둘째, 갱신한다. 선호는 변하고, 변한 것이 배신이 아니다. 최신 문장이 이긴다는 규칙만 정해 두면 된다(92화).
오늘의 실행
- 대리 결정 테스트를 한다. 배우자나 자녀에게 세 가지 상황을 물어본다. 오늘 15분이면 된다.
- 정보 단절 테스트를 한다. 내 기기 없이 가족이 무엇을 알 수 있는지 확인한다.
- 체험 프로그램에 간다면 실행 항목과 결합된 것을 고른다. 감동만 남는 프로그램은 준비가 아니다. 그 자리에서 상품을 파는 곳은 피한다.
다음 화는 2부의 마지막이다. 철학이 병상에서 실제로 하는 일과 하지 못하는 일을 정리하고, 3부의 의료로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