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력과 보행속도 — 노화의 대리지표
가장 싼 검사가 가장 많은 것을 말한다
악력과 보행속도 — 노화의 대리지표
가장 싼 검사가 가장 많은 것을 말한다 | 건강 설계 200 61화
손아귀 힘이 왜 중요한가
악력계를 쥐고 힘껏 쥐는 검사가 있다. 몇 초면 끝나고 비용이 거의 없다.
그런데 이 단순한 값이 여러 대규모 연구에서 전체 사망률, 심혈관 사건, 입원, 인지 저하와 연관되는 것으로 반복 보고됐다. 어떤 대규모 연구에서는 악력이 수축기 혈압보다 사망 예측력이 좋았다는 결과도 나왔다.
손 힘이 심장이나 뇌와 무슨 상관인가. 답은 악력이 손의 힘을 재는 것이 아니라 전신 상태를 반영하는 창이기 때문이다.
무엇을 반영하나
- 전신 근육량과 근력의 대리 지표. 악력은 전신 근력과 상관이 높다.
- 영양 상태와 회복력. 질병, 영양 부족, 만성 염증이 근력을 떨어뜨린다.
- 신경 기능. 근육을 동원하는 능력이 함께 필요하다.
- 누적된 생활 이력. 활동량, 질병력, 만성질환의 흔적이 남는다.
즉 악력은 하나의 능력이 아니라 여러 계통의 종합 상태를 반영한다. 54화에서 심폐지구력에 대해 말한 것과 같은 구조다.
보행속도
또 하나의 강력한 지표다. 정해진 거리를 걷는 데 걸리는 시간을 잰다.
느린 보행속도는 이후의 사망, 장애 발생, 입원, 인지 저하와 연관된다는 것이 여러 인구에서 확인됐다. 노쇠를 정의하는 기준 중 하나로도 쓰인다(151화).
보행속도가 반영하는 것도 종합적이다. 하지 근력, 심폐 능력, 균형, 관절 상태, 시력, 신경계, 그리고 인지 기능이 함께 필요하다. 걷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한 과제다.
의자에서 일어나기
세 번째 지표다. 팔을 쓰지 않고 의자에서 다섯 번 일어났다 앉는 시간을 잰다. 하지 근력과 기능을 반영한다.
장비가 필요 없다는 것이 결정적 장점이다. 집에서 지금 해 볼 수 있다.
이 지표들의 공통점
- 싸다. 장비가 거의 필요 없다.
- 빠르다. 몇 초에서 1분.
- 예측력이 좋다. 값비싼 검사들에 뒤지지 않는다.
- 그런데 일반 검진에서 거의 재지 않는다.
마지막 항목이 이 화의 문제의식이다. 54화에서 심폐지구력에 대해 말한 역설이 여기서도 반복된다. 가장 많은 것을 말해 주는 지표가 가장 덜 측정된다.
이유는 짐작할 수 있다. 검사 장비를 팔 것이 없고, 청구할 항목이 애매하고, 결과에 대해 처방할 약이 없다. 시장이 만들어지지 않는 검사다.
인과인가 표지인가
여기서 정직해야 한다. 이 연관들은 대부분 관찰이다.
악력이 약해서 죽는 것이 아니라, 죽음에 가까워지는 여러 과정이 악력을 떨어뜨린다는 방향이 상당 부분 작동한다(6화의 역인과).
그러면 악력을 키우면 사망률이 낮아지나. 그것을 직접 확인한 시험은 없다. 다만 악력을 만드는 것들(근력 운동, 영양, 활동)이 결말을 개선한다는 것은 확인돼 있다(58화).
그래서 이 시리즈의 위치는 이렇다. 이 지표들은 목표가 아니라 계기판이다. 숫자를 올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숫자가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일찍 아는 것이 목적이다.
어떻게 활용하나
연 1회 스스로 재고 기록한다.
- 의자에서 다섯 번 일어나기 — 시간을 잰다. 장비 없이 가능.
- 한 발 서기 — 눈 뜨고 몇 초 버티는지(63화)
- 보행속도 — 정해진 거리(예: 4~6m)를 평소 속도로 걷는 시간
- 악력 — 악력계가 있으면. 없으면 위 셋으로 대체 가능
절대값의 기준보다 자기 추세가 중요하다. 기준치는 인구·나이·성별에 따라 다르고, 측정 방법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 반면 작년의 나와 올해의 나를 비교하는 것은 방법만 같으면 유효하다.
나빠지고 있다면
추세가 하향이라면 확인할 것들이 있다.
- 활동량이 줄었나 — 가장 흔한 원인
- 단백질 섭취가 줄었나(31화)
- 최근 질병이나 입원이 있었나 — 짧은 와상도 근력을 크게 떨어뜨린다
- 통증 때문에 움직임이 줄었나(12부)
- 약물 변화가 있었나 — 일부 약은 근력과 균형에 영향을 준다
- 체중이 의도치 않게 줄었나 — 이 경우 원인 확인이 필요하다(6화)
의도하지 않은 체중 감소와 급격한 근력 저하가 함께 오면 그것은 운동 문제가 아니라 확인이 필요한 신호다.
젊은 사람에게도 의미가 있나
있다. 다만 다른 의미다.
젊은 나이에서는 사망 예측 도구로서의 값이 작다. 대신 기준선을 만드는 값이 있다. 40대에 잰 값이 있어야 60대의 값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다.
이 시리즈가 반복하는 원칙이 여기서도 적용된다. 한 시점의 값보다 궤적이 강하고, 궤적은 일찍 시작해야 만들어진다(17·54화).
무엇으로 개선하나
- 하체 근력 — 스쿼트, 런지, 계단, 의자에서 일어나기 자체가 훈련이 된다(58화)
- 악력 — 무거운 것을 들고 걷기, 매달리기, 잡는 동작이 포함된 운동
- 보행속도 — 빠르게 걷기 연습 자체가 효과가 있다
- 단백질과 총 열량(31화)
- 균형 훈련(63화)
특별한 프로그램이 필요하지 않다. 4부의 기본 내용이 그대로 이 지표들을 개선한다.
이 지표들을 재는 문화가 없다는 것
마지막으로 제도 이야기를 덧붙인다. 한국의 건강검진은 혈액검사와 영상검사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기능을 재는 항목은 거의 없다.
그런데 노년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혈액 수치보다 일어설 수 있는가, 걸을 수 있는가, 넘어지지 않는가인 경우가 많다. 병이 없어도 기능이 무너지면 독립적 생활이 끝나고, 병이 있어도 기능이 유지되면 생활이 이어진다.
노인 대상 평가에서는 이런 기능 지표가 쓰이지만, 대개 문제가 생긴 뒤에 시행된다. 문제가 생기기 전 수십 년의 추세는 아무도 기록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화의 실용적 결론은 제도가 아니라 개인에게 있다. 직접 재고 직접 기록하는 것. 1분이면 되고, 20년치가 쌓이면 어떤 검사보다 많은 것을 말해 준다.
덧붙이면, 이 지표들은 가족을 볼 때도 쓰인다. 부모님이 걷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거나, 의자에서 일어날 때 손을 짚기 시작했거나, 병뚜껑을 열기 어려워졌다면 그것은 사소한 변화가 아니라 기록할 값이 있는 신호다. 본인은 서서히 적응해서 잘 모르고, 옆에서 보는 사람이 먼저 안다.
정리
- 핵심 — 악력, 보행속도, 의자에서 일어나기는 장비가 거의 필요 없는데도 사망·장애·인지 저하와의 연관이 강하다. 여러 계통의 종합 상태를 반영하기 때문이며, 목표가 아니라 계기판으로 쓰는 것이 맞다.
- 근거 등급 — [코호트] 사망률·기능 저하와의 연관은 대규모 관찰연구에서 일관되다. 지표 자체를 올려서 결말이 개선되는지는 직접 확인되지 않았다.
- 내가 할 것 — 연 1회 같은 방법으로 재고 기록한다. 절대 기준보다 자기 추세를 본다. 하향 추세면 활동·단백질·질병·약물을 순서대로 확인한다.
- 모르는 것 — 연관 중 인과의 비중, 지표 개선이 결말을 바꾸는지, 그리고 한국인 기준 참고치가 충분히 정립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