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로 보내는 결정 — 죄책감을 다루는 법
포기가 아니라 한계를 인정하는 일이다
시설로 보내는 결정 — 죄책감을 다루는 법
포기가 아니라 한계를 인정하는 일이다 | 죽음 설계 99화
가장 무거운 결정 중 하나
의료 결정만큼, 때로는 그보다 더 무겁게 느껴지는 결정이다. 부모를 시설로 보내는 것.
죄책감의 내용은 대체로 이렇다.
- 버리는 것 같다
- 내가 부족해서다
- 부모가 원하지 않는다
- 남들이 뭐라고 할 것이다
- 거기서 잘 지내실 리 없다
이 감정들은 정당하고, 논리로 지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 화는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다루는 방법을 다룬다.
먼저 사실을 확인한다
한계는 실재한다. 감당할 수 없는 상태를 억지로 감당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 돌봄자가 무너진다(95화)
- 환자의 안전이 위협받는다 — 낙상, 욕창, 약 관리 실패
- 돌봄의 질이 떨어진다 — 지친 사람은 좋은 돌봄을 못 한다
- 관계가 파괴된다 — 짜증과 죄책감의 악순환
- 가족 전체가 함께 나빠진다
"집이 무조건 낫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조건이 갖춰진 집이 나은 것이고, 조건이 없으면 그렇지 않다(47화).
미리 정한 기준이 있으면 다르다
93화에서 한계선을 미리 정하라고 한 이유가 이것이다.
그때 가서 정하면 — 결정이 감정의 문제가 된다. 누가 그만하자고 했는지가 남는다. 미리 정해 두면 — 계획의 실행이 된다. 기준을 충족했으니 다음 단계로 가는 것이다.
같은 결정인데 무게가 다르다.
그래서 아직 시설을 고려하지 않는 단계라도 기준을 지금 적어 두는 것이 나중의 자신을 돕는다.
본인에게 묻는 것
가능하면 부모 본인의 뜻을 확인한다. 그런데 이 질문은 어렵다.
✕ "요양원 가실래요?" — 버려진다는 감각을 준다. ○ "저 혼자서는 밤에 못 지켜 드려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문제를 함께 푸는 구도.
그리고 대부분의 부모는 자식이 힘든 것을 원하지 않는다(23화). 정직하게 상황을 말하면, 오히려 본인이 먼저 시설을 말하는 경우가 있다.
숨기는 것이 배려가 아니다. 자식이 무너지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것이 부모에게 더 아프다.
결정의 방식
한 사람이 결정하지 않는다(53화의 원칙).
- 형제가 함께 결정한다. 반대하는 사람도 논의에 넣는다.
- 의료진이나 전문가의 의견을 근거로 삼는다. "선생님이 이제 어렵다고 하셨다"는 근거가 된다.
- 결정의 이유를 기록한다. 몇 년 뒤 자책이 올 때 이 기록이 자신을 변호한다(53화).
세 번째가 실질적으로 가장 유용하다. 시간이 지나면 그때의 절박함이 흐려지고, "그래도 더 할 수 있었는데"라는 기억만 남는다.
보낸 뒤에 할 일
결정보다 그 이후가 중요하다. 죄책감을 줄이는 것도, 돌봄의 질을 지키는 것도 여기서 정해진다.
① 자주 간다. 방문 빈도가 시설에서의 대우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현실이다[등급 B]. 그리고 본인에게도 중요하다.
② 짧게 자주가 낫다. 한 달에 한 번 세 시간보다 매주 30분이 낫다.
③ 직원과 관계를 만든다. 이름을 알고 인사한다. 감사를 표한다. 실제로 돌봄의 질에 영향을 준다.
④ 무언가를 계속 한다. 손톱을 깎아 드리고, 머리를 빗겨 드리고, 좋아하는 것을 가져간다(24화). 역할이 있으면 죄책감이 줄어든다.
⑤ 개인의 흔적을 남긴다. 사진, 담요, 쓰던 물건. 익명적 공간을 줄인다.
④가 핵심이다. 시설에 맡기면 할 일이 없어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할 일이 있다.
적응기의 어려움
입소 초기에 상태가 나빠지는 경우가 있다. 환경 변화가 인지 기능과 정서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등급 B].
이때 "역시 잘못한 결정이었다"고 판단하기 쉽다. 그러나 적응에는 시간이 걸린다. 몇 주에서 몇 달.
성급하게 되돌리지 않는다. 다만 명백히 부적절한 돌봄의 신호가 있으면 다른 문제다 — 그때는 옮기는 것을 검토한다.
부모가 원망할 때
가장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다. "네가 나를 버렸다"는 말을 듣는 것.
알아 둘 것들이다.
- 인지 저하가 있는 경우 그 말이 지속적 판단이 아닐 수 있다. 순간의 감정 표현인 경우가 많다.
- 말대꾸하거나 설득하지 않는다. 감정에 반응한다 — "많이 서운하셨죠."
- 그 말을 혼자 감당하지 않는다. 형제와 나누고, 필요하면 상담을 받는다.
- 방문을 줄이지 않는다. 원망이 두려워 발길이 뜸해지면 상황이 나빠진다.
남들의 시선
"자식이 몇인데 시설에 보냈냐"는 말은 실제로 나온다. 대응은 하나다.
설명하지 않는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에게 설명해도 이해받지 못하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더 상처받는다.
그리고 기억할 것 하나.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대개 돌본 적이 없다.
시설에서의 임종을 미리 이야기한다
시설을 정하고 나면 반드시 해 두어야 할 대화가 있다. 거기서 임종하실 것인가, 아니면 병원으로 옮길 것인가.
5화와 97화에서 반복한 질문이다. 그런데 입소 시점에는 이 이야기를 꺼내기 어렵다 — 이제 막 보내 놓고 죽음을 말하는 것 같아서다.
그럼에도 해야 한다. 이유는 명확하다.
- 정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응급실 이송이 된다
- 그 결정이 새벽에 전화로 이루어진다
- 그리고 그때 시설은 가족의 뜻을 모른다
입소 후 한 달 안에 이 대화를 한다. 그리고 시설 측에 문서로 남겨 달라고 요청한다.
물어볼 문장이다.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면 어떻게 하시나요? 저희가 미리 뜻을 남겨 두려면 어떻게 하면 되나요?"
시설 결정 이후에 남는 일
시설을 정하면 결정이 끝난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때부터 이어지는 일이 있다. 그리고 이 부분이 결과를 크게 좌우한다.
① 방문 주기를 정한다. 자주 방문하는 가족이 있는 입소자와 그렇지 않은 입소자의 돌봄 질이 다르다는 것은 현장에서 반복 지적되는 바다. 감시의 문제이기 이전에 정보의 문제다 — 자주 보면 변화가 보이고, 변화를 말할 수 있다.
② 관찰 항목을 정해 둔다. 방문할 때마다 볼 것 — 체중 변화, 피부 상태(욕창), 위생, 옷차림, 표정과 말수, 다른 입소자·직원과의 관계. 막연히 보면 아무것도 안 보인다.
③ 담당자와의 연락 경로를 만든다. 문제가 생겼을 때가 아니라 평소에 관계를 만들어 둔다.
④ 약과 처치의 변화를 기록한다. 시설에서의 약 처방 변화, 특히 진정 계열의 추가는 확인할 항목이다(34화 보강).
⑤ 병원 이송 기준을 미리 합의한다. 어떤 상황에서 병원으로 보낼 것인지, 어떤 상황에서는 시설에서 지켜볼 것인지. 이 합의가 없으면 밤중에 응급실로 가게 되고, 원치 않던 처치가 시작된다(47화).
죄책감을 다루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이 여기 있다. 결정 자체를 되씹는 대신 결정 이후에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오늘의 실행
- 한계선을 지금 적어 둔다. 미리 정한 기준으로 결정하면 그것은 실행이지 배신이 아니다.
- 결정의 이유를 기록한다. 몇 년 뒤의 자신을 위한 것이다.
- 보낸 뒤에 할 역할을 만든다. 할 일이 있으면 죄책감이 줄어든다.
다음 화에서는 배우자를 먼저 보내는 일 — 가장 큰 상실이면서 가장 많은 실무가 겹치는 자리를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