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등급 — 확인한 것과 확인하지 않은 것을 섞지 않는다
틀린 절차 한 줄의 비용은 글쓴이가 아니라 유족이 낸다
신뢰 등급 — 확인한 것과 확인하지 않은 것을 섞지 않는다
틀린 절차 한 줄의 비용은 글쓴이가 아니라 유족이 낸다 | 죽음 설계 6화
이 영역이 특별히 위험한 이유
죽음과 관련된 정보는 세 가지 성질을 동시에 갖는다.
첫째, 자주 바뀐다. 법령·수가·급여 기준·서식·담당 기관이 계속 개정된다. 5년 전 글의 절차 안내는 상당 부분이 이미 틀렸다.
둘째, 검증이 어렵다. 대부분의 사람은 평생 몇 번밖에 겪지 않는다. 틀린 정보를 읽어도 반박할 경험이 없다.
셋째, 되돌릴 수 없다. 기한을 놓친 상속포기, 요건을 못 갖춘 유언, 시효가 지난 청구권. 이 영역의 오류는 사후에 고칠 수 없는 종류가 많다.
세 가지가 겹치면 결과는 하나다. 틀린 정보가 틀린 줄 모르고 오래 유통되고, 그 비용은 정보를 만든 사람이 아니라 그것을 믿고 실행한 유족이 낸다.
그래서 등급을 나눈다
이 시리즈는 사실을 말할 때 세 등급을 섞지 않는다.
A. 구조·원리. 제도가 왜 그렇게 설계되었는가,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개념이 무엇을 뜻하는가. 이 층은 개정에 잘 흔들리지 않는다. 그대로 서술한다.
예: "연명의료결정법은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정한 법이다" — 이건 A다. 조문이 개정돼도 법의 성격은 남는다.
B. 관행·경향. 현장에서 대체로 이렇다는 수준. 기관·지역·담당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대체로", "…인 경우가 많다"로 한정해 적는다.
예: "요양병원에서 상태가 악화되면 급성기 병원으로 전원하는 경우가 많다" — 이건 B다. 시설마다 다르다.
C. 확인 필요. 조문 번호, 기한의 일수, 금액, 요율, 등급 기준, 기관명, 서식명처럼 정본을 봐야 하는 값. 이런 값에는 [미확인]을 붙이고, 어디서 확인하는지를 함께 적는다.
예: "상속포기는 상속개시를 안 날부터 일정 기간 안에 해야 한다[미확인 — 기간과 기산점은 민법 정본 확인]" — 숫자를 쓰지 않는 것이 이 시리즈의 규칙이다.
왜 숫자를 아예 안 쓰는가 — 한 번 더 설명
"3개월이라고 알고 있는데 왜 안 쓰나"라는 반문이 당연히 나온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기산점이 함정이다. 기간보다 훨씬 자주 틀리는 것이 "언제부터 세는가"다. 사망일인지, 상속개시를 안 날인지,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언제부터 다시 세는지. 숫자만 적으면 이 함정이 가려진다.
둘째, 숫자는 신뢰를 과잉 생산한다. "3개월"이라고 적힌 글을 읽은 사람은 그 뒤로 확인하지 않는다. 틀린 값보다 빈칸이다 — 빈칸은 사람을 정본으로 보내지만, 그럴듯한 값은 사람을 멈추게 한다.
이 원칙은 이 저장소 전체가 공유하는 규칙이기도 하다. 없는 데이터는 없다고 말하고, 기록이 없는 구간은 추정치로 채우지 않는다.
무엇으로 확인하는가 — 정본의 위치
[미확인]을 붙이는 것으로 끝나면 무책임하다. 그래서 어디서 확인하는지를 함께 적는다. 이 시리즈에서 반복해서 지목할 정본은 대략 이렇다.
- 법령 — 국가법령정보센터의 현행 조문. 블로그나 요약글이 아니라 조문 자체.
- 의료 제도 — 보건복지부·국민건강보험공단의 공식 안내.
- 연명의료 —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의 안내와 등록 시스템.
- 세금 — 국세청의 현행 안내와 세법 조문. 세율·공제는 특히 자주 바뀐다.
- 연금·유족급여 — 국민연금공단 등 각 공단의 안내.
- 통계 — 통계청 사망원인통계·생명표 등 원자료.
기관명과 제도명도 바뀐다. 그래서 이 시리즈는 URL을 적지 않는다. URL은 썩고, 기관 이름은 남는다[이 판단은 data-atlas-500 시리즈에서 세운 원칙과 같다].
의료 정보에서의 추가 규칙
의료 부분(3부)에는 규칙이 하나 더 붙는다. 결과 수치를 단정하지 않는다.
CPR 생존율, 인공호흡기 이탈률, 특정 치료의 생존기간 연장 같은 값은 대상 집단·기저 질환·상황에 따라 몇 배씩 달라진다. 병원 밖 심정지와 병원 내 심정지가 다르고, 목격자가 있었는지가 다르고, 기저 질환이 말기인지가 다르다. 평균값 하나를 인용하는 것이 오히려 오해를 만든다.
그래서 3부에서는 수치 대신 조건과 방향으로 말한다. "이런 조건에서는 결과가 나쁘고, 이런 조건에서는 낫다"의 형태다. 개별 환자의 숫자는 주치의에게 물어야 하고, 그 질문을 어떻게 하는지가 30화의 내용이다.
이 규칙이 독자에게 요구하는 것
솔직히 말하면 이 방식은 읽기에 불편하다. [미확인]이 많으면 답을 안 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계약을 분명히 해 둔다.
이 시리즈가 주는 것은 답이 아니라 질문의 목록과 순서다. 무엇을 언제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를 알게 하는 것이 목적이고, 최종 확인은 정본과 전문가의 몫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실패는 답을 잘못 얻어서가 아니라 물어야 할 것이 있는 줄 몰라서 생긴다.
이 규칙을 어기고 싶어지는 순간들
정직하게 적어 둔다. [미확인]을 붙이지 않고 싶어지는 유혹이 세 번 온다.
첫째, 내가 확실히 안다고 느낄 때. 여러 번 본 숫자는 확실해 보인다. 그런데 여러 번 본 것은 그 숫자가 맞다는 증거가 아니라 같은 출처가 여러 번 복제되었다는 증거일 수 있다. 죽음 관련 정보는 서로를 베끼는 비율이 높은 영역이다.
둘째, 글이 약해 보일 때. [미확인]이 많으면 저자가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위험한 것은 모르는 저자가 아니라 모르면서 아는 것처럼 쓴 저자다.
셋째, 독자가 답을 원할 때. "그래서 며칠인가요"라는 질문에 "확인해 보세요"는 불친절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그 답이 맞다. 대신 어디서 확인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 주는 것이 친절이다.
떠도는 죽음 정보의 전형적 오류
이 시리즈가 피하려는 것을 유형으로 적어 둔다. 다른 자료를 읽을 때 검증 도구로 쓸 수 있다.
유형 1 — 개정 전 정보의 잔존. 세법과 유류분 관련 서술에서 특히 흔하다. 작성일이 없는 글은 이 유형일 확률이 높다.
유형 2 — 지역·기관 차이의 삭제. "요양원에서는 이렇게 합니다"는 문장은 대개 특정 시설의 경험이다.
유형 3 — 평균값의 오용. "CPR 생존율 몇 %"처럼 조건을 뗀 수치. 조건이 빠진 순간 그 값은 개인의 결정에 쓸 수 없다.
유형 4 — 판매 목적의 프레이밍. 상속세 공포를 먼저 심고 상품을 제시하는 구조. 숫자 자체는 맞아도 배치가 조작이다. 이 시리즈의 7부가 가장 조심하는 유형이 이것이다.
유형 5 — 감정적 사례의 일반화. 한 가족의 참혹한 이야기로 전체 제도를 설명하는 방식. 기억에는 남지만 판단에는 해롭다.
오늘의 실행
- 이 시리즈를 읽으며 만나는
[미확인]을 별도 목록으로 모은다. 그것이 당신의 확인 과제 목록이 된다. - 가장 급한 세 개만 실제로 확인한다. 추천은 상속 승인·포기의 기간, 상속세 신고 기한, 보험금 청구권의 시효다. 세 개 다 기한이고, 기한은 놓치면 끝이다.
- 확인한 값에는 확인한 날짜를 적는다. 제도는 바뀐다. 날짜 없는 값은 1년만 지나도 다시 [미확인]이다.
다음 화에서는 '죽음 문해력'이라는 개념 — 왜 이것이 지식이 아니라 능력인지를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