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자 소진 — 무너지기 전에 알아차리는 법
돌보는 사람이 무너지면 돌봄이 끝난다
돌봄자 소진 — 무너지기 전에 알아차리는 법
돌보는 사람이 무너지면 돌봄이 끝난다 | 죽음 설계 95화
왜 이 화가 필요한가
돌봄자의 건강은 환자의 돌봄 조건이다. 이것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다. 주 돌봄자가 무너지면 환자는 곧바로 시설이나 병원으로 간다.
그런데 돌봄자 자신이 이것을 인정하지 못한다. 자기를 돌보는 것이 이기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화의 첫 문장은 이렇다. 돌봄자가 쉬는 것은 계획의 일부이지 이기심이 아니다.
소진의 신호
돌봄자 부담(caregiver burden)과 소진은 여러 문헌에서 다뤄져 왔다[등급 A — 개념은 확립되어 있다. 유병률과 척도는 문헌 확인].
관찰되는 신호들이다.
신체. - 잠을 못 자거나 자도 개운하지 않다 - 허리·어깨·무릎의 통증 - 자주 아프다 — 면역이 떨어진다 - 식사가 불규칙해지고 체중이 변한다
정서. - 사소한 일에 화가 난다 - 환자에게 짜증이 나고, 그 후 죄책감이 온다 - 무감각해진다 — 아무 감정도 안 느껴진다 - 환자가 빨리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행동. - 사람을 안 만난다 - 술이나 약이 늘어난다 - 자기 병원 진료를 미룬다 - 취미와 즐거움이 사라진다
정서 항목의 마지막이 가장 괴로운 신호다. 그리고 이것은 매우 흔하고 정상적인 생각이다. 이 생각이 든다고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 생각이 자주 든다면 소진의 명확한 신호이고, 도움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특히 위험한 조건
소진 위험이 높아지는 조건들이다.
- 혼자 돌본다. 교대가 없다.
- 끝이 보이지 않는다. 치매·노쇠 궤적(34화).
- 환자가 거부하거나 공격적이다.
- 밤에 깨워진다. 수면 박탈이 가장 빠르게 판단력을 떨어뜨린다.
- 경제적 압박이 함께 있다.
- 다른 가족의 지지가 없다. 오히려 비난받는 경우.
- 돌봄자 자신이 고령이다. 노노(老老) 돌봄.
마지막 항목이 고령화와 함께 늘고 있다. 80대가 80대를 돌보는 구조에서는 두 사람이 함께 위험해진다.
모호한 상실
34화에서 언급한 개념이다. 치매 돌봄에서 특히 강하게 나타난다.
사람은 있는데 그 사람이 아닌 상태. 애도가 죽음 전에 시작되고, 그런데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아직 살아 계시잖아"라는 말이 돌봄자를 고립시킨다.
이 상태의 특징은 끝이 없다는 것이다. 애도는 시작되었는데 종결이 오지 않는다.
인정하는 것 자체가 개입이 된다. "지금 이미 상실을 겪고 있다"는 것을 이름 붙여 아는 것만으로 돌봄자의 혼란이 줄어든다.
무엇을 해야 하나 — 실행 가능한 것들
"쉬세요"는 조언이 아니다. 구체적으로 적는다.
① 교대를 제도화한다. 주 1회, 반나절이라도. 불규칙한 도움보다 정해진 교대가 낫다 — 예측 가능해야 계획을 세울 수 있다.
② 통잠을 자는 밤을 만든다. 며칠에 한 번이라도. 수면이 가장 중요하다.
③ 제도를 쓴다. 단기보호, 방문 요양, 주야간 보호 등[미확인 — 장기요양보험의 급여 종류와 이용 방법은 98화, 요건은 공단 확인]. 가장 저평가된 자원이다.
④ 자기 진료를 미루지 않는다. 돌봄자의 건강검진은 계획의 일부다.
⑤ 사람을 만난다. 고립이 소진을 가속한다.
⑥ 자조모임을 찾는다(121화). 같은 상황의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이 효과가 크다.
③이 가장 실질적이다. 그리고 가장 많이 놓친다.
죄책감을 다루는 법
쉬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실행을 막는다. 다룰 수 있는 방법들이다.
① 프레임을 바꾼다. "내가 쉬는 것"이 아니라 "돌봄을 지속하기 위한 정비"로. 실제로 그렇다.
②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한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식이 무너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23화의 "짐이 되고 싶지 않다"). 내가 쉬지 않는 것이 오히려 부모의 뜻에 반할 수 있다.
③ 한계선을 미리 정해 둔 것을 확인한다(93화). 계획대로 하는 것은 배신이 아니다.
④ 다른 돌봄자와 이야기한다. 같은 죄책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면 크게 가벼워진다.
언제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나
아래에 해당하면 상담이나 진료를 고려한다.
- 2주 이상 지속되는 우울감
- 잠들지 못하거나 새벽에 깨는 것이 계속됨
- 환자에게 화를 내거나 거칠게 대한 적이 있다
- 자신을 해치고 싶다는 생각
- 술이나 약에 의존하고 있다
- 일상 기능이 무너졌다
세 번째 항목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소진 상태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고, 그 자체가 도움을 구해야 한다는 신호다. 숨기면 반복된다.
가족이 할 수 있는 것
주 돌봄자가 아닌 가족이 할 일이다.
- 묻는다. "괜찮아?"가 아니라 "이번 주에 몇 시간 잤어?"처럼 구체적으로.
- 평가하지 않는다. "왜 그렇게 힘들어해"는 최악이다.
- 정기적으로 교대한다. 갑작스러운 방문보다 정해진 교대가 도움이 된다.
- 감사를 말한다.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다.
- 자기 몫을 부담한다(94화).
"고생한다"는 말 한마디가 실제로 크다. 돌봄자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감각이다.
돌봄자에게도 준비가 필요하다
한 가지 관점을 더한다. 돌봄자는 환자보다 먼저 무너질 수 있고, 실제로 먼저 죽는 경우도 있다.
특히 노노 돌봄에서 그렇다. 80대 배우자가 돌보다가 먼저 쓰러지면, 두 사람이 동시에 위험해진다.
그래서 돌봄자 자신의 준비가 필요하다.
- 내가 쓰러지면 이 사람은 어떻게 되는가 — 대체 돌봄의 계획
- 내 건강 상태의 점검 — 미루지 않는다
- 내 의료 의사표시 — 돌봄자도 자기 것이 필요하다
- 비상 연락 체계 — 내가 연락이 안 될 때 누가 확인하는가
첫 번째 항목이 가장 중요하고 가장 안 되어 있다. 주 돌봄자가 갑자기 입원하면 환자가 방치된다. 그래서 최소한 하루 이틀을 대신할 사람이 정해져 있어야 한다.
이것도 84화의 반려동물 문제와 같은 구조다 — 의존하는 존재가 있는 사람은 자기 부재를 계획해야 한다.
소진이 시작되는 신호 — 자기 점검 항목
소진은 어느 날 갑자기 오지 않는다. 신호가 몇 달 전부터 나타나고, 본인만 알아차리지 못한다. 남이 보기에는 이미 명백한데 당사자는 "아직 괜찮다"고 말하는 것이 이 상태의 특징이다.
점검할 항목을 적어 둔다. 셋 이상 해당하면 이미 진행 중이다.
- 잠을 자도 회복되지 않는다.
- 사소한 일에 화가 나고, 그 대상이 대개 환자 본인이다.
- 환자가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 그리고 그 생각을 한 자신을 견딜 수 없다.
- 좋아하던 일이 재미없다.
- 사람을 만나지 않게 된다.
- 술이나 약이 늘었다.
- 내 병원 예약을 계속 미룬다.
- 울 일이 아닌데 운다, 혹은 아무 감정이 안 든다.
-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마지막 항목이 특히 중요하다. 그것은 헌신의 표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도움을 거부하는 상태이고, 소진의 핵심 기전이다.
세 번째 항목에 대해서도 적어 둔다. 그런 생각은 흔하고,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라는 뜻이 아니다. 오래 돌본 사람 대부분이 겪는다. 말할 자리가 없으면 그 생각이 죄책감으로 굳어 사별 후까지 간다(121화).
오늘의 실행
- 소진 신호 목록을 점검한다. 자신이든 가족이든.
- 교대를 제도화한다. 불규칙한 도움보다 정해진 시간이 낫다.
- 쓸 수 있는 제도를 알아본다. 가장 저평가된 자원이고, 찾아야만 얻어진다.
다음 화에서는 원격 돌봄 — 멀리 사는 사람이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을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