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이라는 노동 —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불되는 것
5부를 여는 질문, 누가 하고 무엇으로 지불되나
간병이라는 노동 —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불되는 것
5부를 여는 질문, 누가 하고 무엇으로 지불되나 | 죽음 설계 93화
5부가 다루는 것
앞의 4부가 문서와 목록이었다면, 5부는 사람이다. 32화 동안 간병·관계·애도를 다룬다.
이 부가 두꺼운 이유가 있다. 준비가 가장 안 되는 영역이고, 가장 많이 다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의료는 의료진이 있고 법은 전문가가 있는데, 관계에는 아무도 없다.
간병은 노동이다
먼저 규정한다. 간병은 사랑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노동이다. 시간과 체력과 기술이 든다.
이것을 노동으로 부르지 않으면 두 가지 문제가 생긴다.
① 부담이 계산되지 않는다. 사랑은 셈하지 않는 것이므로, 얼마나 하는지 아무도 세지 않는다. ② 분배가 논의되지 않는다. 노동이 아니면 나눌 이유도 없다.
그 결과 한 사람에게 몰린다. 그리고 그 사람이 무너진다.
무엇으로 지불되나
57화에서 본 네 층 중 ③과 ④가 여기 있다. 간병의 비용은 세 가지로 지불된다.
① 현금. 유료 간병인, 시설 이용료. ② 시간. 가족의 시간. 하루 몇 시간, 몇 년. ③ 경력. 일을 줄이거나 그만둔 사람의 소득과 미래.
②와 ③은 청구서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없는 것처럼 다뤄진다.
그리고 이 두 가지를 부담하는 사람은 통계적으로 편중되어 있다[등급 B — 돌봄 노동의 성별·거주지 편중은 여러 조사에서 반복 보고된다]. 가까이 사는 사람, 일을 줄일 수 있는 위치의 사람, 여성.
한국의 조건
몇 가지 구조적 특징이 이 문제를 키운다.
① 간병이 가족의 몫으로 남아 있다. 병원 입원 중에도 가족이나 사적으로 고용한 간병인이 곁에 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등급 B —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적용 병동은 다르다].
② 비용이 급여에서 대부분 빠져 있다. 의료비는 건강보험이 흡수하지만 간병비는 그렇지 않다.
③ 돌봄 휴직이 실질적으로 쓰이기 어렵다(117화).
④ 며느리 규범이 남아 있다. 혈연이 아닌 사람에게 부담이 가는 구조.
②가 가장 크다. 의료비는 상한제가 있지만 간병비는 상한이 없다.
간병의 단계
부담의 성격이 시기마다 다르다. 이것을 알면 계획이 가능하다.
1단계 — 일부 도움. 병원 동행, 장보기, 약 챙기기. 주 몇 시간. 2단계 — 일상 지원. 식사, 청소, 목욕 보조. 매일 몇 시간. 3단계 — 상시 돌봄. 이동·배설 보조. 24시간 대기. 4단계 — 임종기. 집중적이지만 기간이 짧다.
3단계가 가장 길고 가장 무겁다. 그리고 대부분의 가족이 이 단계를 예상하지 못한다. 1~2단계의 경험으로 "우리가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가 3단계에서 무너진다.
그래서 계획은 3단계를 기준으로 세운다.
무너지는 지점
간병이 실패하는 전형적 지점들이다.
- 주 돌봄자의 건강 악화. 허리, 어깨, 수면(47화).
- 경제적 한계. 일을 줄인 결과가 몇 달 뒤에 온다.
- 형제 갈등. 부담의 불균형이 드러나는 시점.
- 환자의 인지 변화. 거부와 공격성이 시작되면 난이도가 급상승한다(34화).
-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감각. 특히 노쇠·치매 궤적.
마지막 항목이 심리적으로 가장 무겁다. 암 말기의 3개월과 치매의 5년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부담이다.
처음에 정해야 할 것
간병이 시작될 때 가족이 정해야 할 것들이다. 94화에서 협상의 방법을 다루고, 여기서는 항목만 세운다.
- 주 돌봄자가 누구인가
- 그 사람이 언제 쉬는가
- 다른 가족은 무엇을 부담하는가 — 시간이 안 되면 돈, 돈이 안 되면 다른 것
- 비용을 어디서 대는가 — 부모의 자산인가 자녀의 자산인가
- 한계선이 어디인가 — 어떤 상황이 되면 시설을 고려하는가
- 누가 의료 결정의 창구인가
2번과 5번이 가장 자주 빠진다. 그리고 이 둘이 없으면 간병은 끝까지 간다 — 돌봄자가 무너질 때까지.
한계선을 미리 정하는 것
⑤에 대해 한 문단을 더 쓴다. 이것을 미리 정해 두는 것이 죄책감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예를 들면 이렇게 정한다.
"어머니가 혼자 화장실에 못 가시게 되면, 또는 밤에 두 번 이상 깨우시는 상태가 한 달 이상 계속되면, 그때는 시설을 알아본다. 이건 포기가 아니라 미리 정한 계획이다."
미리 정한 기준으로 결정하면 그것은 실행이지 배신이 아니다. 그때 가서 정하면 반드시 죄책감이 남는다(99화).
간병을 시작하기 전에 배울 것
준비 없이 시작하면 몸이 먼저 상한다(47화). 시작 시점에 배워 두면 좋은 것들이다.
① 이동과 체위 변경. 혼자 들지 않는 법, 미끄러뜨리는 법. 방문 간호나 요양보호사에게 배울 수 있다. ② 욕창 예방. 몇 시간마다 자세를 바꾸는지, 어디를 살피는지. ③ 약 관리. 시간, 용량, 부작용의 신호. ④ 증상 기록. 43화의 표. ⑤ 응급 상황의 판단. 언제 병원에 가고 언제 집에서 처리하는가. ⑥ 이용 가능한 제도. 장기요양보험, 복지용구, 방문 서비스(98화).
⑥이 가장 저평가되어 있다. 쓸 수 있는 제도를 모르고 혼자 감당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그리고 이 정보는 찾아야만 얻어진다 — 아무도 먼저 알려 주지 않는다.
병원의 사회사업팀이 첫 창구다. 입원 중이라면 그곳에서 시작한다.
간병이 여성에게 몰리는 구조
돌봄 노동의 분포를 보면 한 방향으로 치우쳐 있다. 배우자 간병에서는 아내가, 부모 간병에서는 딸과 며느리가 주 돌봄자가 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이 여러 조사에서 반복 확인된다.
이유는 개인의 선택이라기보다 누적된 조건이다. 소득이 낮은 쪽이 일을 줄이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이고, 그 결과 경력 단절이 다시 소득 격차를 키운다. "원래 잘한다"는 인식이 배치를 고정시키고, 형제 사이에서도 같은 논리가 반복된다.
이 구조가 만드는 결과가 있다. 돌봄자의 노후가 무너진다. 돌보는 몇 년 동안 소득이 끊기고 연금 가입 기간이 비고, 자기 건강 관리가 밀린다(198화). 그리고 그 사람이 나중에 돌봄이 필요해질 때, 그를 돌볼 사람은 대개 더 적다.
그래서 이 화의 실행에는 항목이 하나 더 필요하다. 돌봄을 맡는 사람의 손실을 가족이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분담하는 것. 형태는 여럿이다 — 다른 형제가 비용을 대는 것, 상속에서 반영하기로 미리 정하는 것(72화), 교대를 일정으로 고정하는 것.
핵심은 감사의 말이 아니라 계산에 넣는 것이다. 고맙다는 말은 노후를 만들지 못한다.
오늘의 실행
- 간병을 노동으로 부른다. 부르지 않으면 세지 않고, 세지 않으면 나누지 않는다.
- 3단계를 기준으로 계획한다. 1~2단계의 경험으로 판단하면 반드시 무너진다.
- 한계선을 미리 정한다. 그때 가서 정하면 죄책감이 남는다.
다음 화에서는 형제 사이의 분담 협상 — 이 시리즈에서 가장 실용적인 화 중 하나를 다룬다.